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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세이] 봄이 침묵하는 까닭은?

송성수 부산대 교양교육원 교수·융합학부 과학기술혁신전공 겸직

  • 송성수 부산대 교양교육원 교수
  •  |   입력 : 2024-04-08 19:55:08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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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봄이 오면 생각나는 이가 있다. 1962년 ‘침묵의 봄(Silent Spring)’이란 저서를 발간한 레이철 카슨(Rachel Carson, 1907∼1964)이다. ‘침묵의 봄’은 환경운동의 기폭제로 작용했으며, 그는 ‘환경운동의 어머니’로 불린다. 카슨의 생일은 5월 27일, 기일은 4월 14일이다. 환경운동가들은 매년 5월 27일을 ‘카슨 데이’로 정해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알리고 있다. 올해는 카슨이 세상을 떠난 지 60주년이 되는 해로 4월 14일에는 ‘침묵의 봄’이라는 과학 연극이 초연될 예정이라고 한다.

카슨은 펜실베이니아 여자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하다가 생물학으로 전공을 바꾸었다. 존스홉킨스대학의 대학원 과정에 진학해 메기의 신장에 대한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미국 어업국의 해양생물학자로 취업한 뒤 그 기관이 어류 및 야생동물 관리국으로 확대되면서 홍보를 담당했다. 여가 시간을 활용해 꾸준히 글을 썼으며, 1941년 ‘바닷바람을 맞으며’를, 1951년 ‘우리를 둘러싼 바다’를 발간했다. 1952년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선 후 1955년에 ‘바다의 가장자리’를 내놓았다. 세 저서는 ‘카슨의 바다 3부작’으로 평가되며, 모두 우리말로 번역돼 있다.

1957년에 카슨의 주된 관심사는 해양의 자연사에서 살충제에 관한 문제로 바뀌었다. 당시 미국 농무부는 남부 지역의 불개미를 없애기 위해 디엘드린을 무차별적으로 살포했고, 매사추세츠 주정부는 북부 해안의 모기를 죽이려고 DDT를 대량으로 뿌렸다. 살충제가 광범위하게 사용되면서 인간에게 별로 해를 끼치지 않는 동물들이 마구 죽어가는 결과가 유발됐다. 이런 상황에서 몇몇 생물학자들은 살충제 살포를 당장 그만두라고 요구했는데, 그중에는 카슨의 오랜 친구이자 조류학자인 허킨스도 있었다.

카슨은 1958년 1월 허킨스의 편지를 받은 후 “내가 침묵한다면 나는 어떤 평화도 누릴 수 없을 것이다”고 생각했다. 카슨은 책을 쓰기 전에 4년 동안 미국 전 지역을 돌아다니며 자료를 수집하고 피해자들과 과학자들의 의견을 수집했다. 그의 연구 결과는 1962년 9월 27일 ‘침묵의 봄’으로 발간되었다. 이에 앞서 6월 16일에는 책의 요약본이 ‘뉴요커’에 연재됐는데, 케네디 대통령은 과학자문위원회에 살충제의 사용 실태를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침묵의 봄’은 카슨의 고발정신, 과학적 지식, 문학적 재주가 한데 어우러진 작품이다. 책에서 그는 해충을 잡으려고 뿌려진 DDT가 먹이사슬을 통해 어떻게 종달새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침묵의 봄을 가져왔는가를 생생하게 묘사했다. 느릅나무에 뿌려진 DDT는 여러 곤충과 거미를 죽였다. 그 과정에서 DDT는 나뭇잎에 붙어 버렸고 가을에 떨어진 썩은 이파리를 지렁이가 먹었다. 그중에서 살아남은 지렁이는 겨울을 넘기고 봄에 날아 온 종달새에게 먹혔다. 그 결과 DDT가 뿌려진 후 2년 만에 400마리에 달했던 종달새가 20마리로 줄어든 지역도 있었다.

‘침묵의 봄’은 출판되자마자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올랐고 미국 전역을 떠들썩하게 했다. 정부의 살충제 살포 계획에 대한 항의 편지가 쇄도했으며 많은 사람이 환경단체에 회원으로 가입했다. 1964년 미국 정부는 야생보호법을 제정하는 등 무절제한 개발로부터 자연을 보호하는 정책을 펴나가기 시작했다. 카슨은 연방의회 청문회에 초청돼 종합적인 환경정책을 요구했지만, 당시 그의 건강은 많이 악화돼 있었다. 관절염으로 다리를 절기 시작하더니 유방암까지 겹쳤고, 결국 5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카슨은 과학과 문학을 연결시킨 융합형 인재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수많은 저술을 통해 과학이 인간의 일상생활과 분리된 특수한 분야라는 생각을 바꾸어 놓았다. 카슨은 1952년 ‘우리를 둘러싼 바다’로 전국 도서상을 받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과학과 저술은 분리되어 있지 않습니다. 저의 책에 아름다운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제가 일부러 집어넣은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아무도 자연 세계를 진실하게 표현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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