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총재에 이어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공히 울퉁불퉁한(bumpy) 물가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향후 물가상승률은 점점 둔화되겠지만 변동 폭이 확대될 가능성을 언급했다. 물가 관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말이다.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위기 극복을 위해 저금리와 확장적 재정지출로 대응한 상황에서 글로벌 공급망 불안까지 더해지면서 물가가 상승한 것은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그 결과 2022년 중반 전국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대비 6%대 초반까지 치솟았고 부산도 5%대 후반까지 상승했다. 작년 상승률이 2% 후반대까지 둔화됐으나 올해 들어 다시 3%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2% 후반과 3% 초반의 차이는 별로 크지 않음에도 이토록 물가에 민감한 이유는 농산물을 비롯한 특정 품목들의 상승률이 심상치 않다는 점과 향후에도 물가 상승을 가져올 수 있는 불확실성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금사과, 황금귤이라는 말이 연일 언론에 회자되고 총선을 앞두고 대파 가격 논쟁이 시끄러운 이유는 이들 폼목들이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80%가 더 오른 사과를 선뜻 집어 들기 망설여지는 서민들은 소비자물가지수 산정에 대한 이해는 뒤로 하고 물가상승률 3%라는 수치에 고개가 먼저 갸우뚱해진다. 밥상물가가 크게 오르니 주부들은 장 보기가 두렵고 외식 물가 상승률이 34개월째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높다 보니 직장인들의 지갑은 더 얇아지고 있다.
그리고 두 사람의 말처럼 물가의 울퉁불퉁한 정도가 더 확대될 수 있는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에 더해 산유국 감산으로 국제 유가가 심상치 않다. 3월 석유류 물가가 14개월 만에 상승으로 전환됐다. 석유류의 물가상승 기여도가 높은 우리에게 인위적으로 연장하는 유류세 인하 조치가 언제까지 가능할지 의문스러운 상황이다. 환율 상승도 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수입물가 상승이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시차를 고려할 때 하반기부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서민경제 부담을 이유로 억제해 왔던 전기요금을 비롯, 각종 공공요금이 총선 이후 잇따라 인상될 것이라는 우려도 더해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고금리로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금리 인하라는 카드를 꺼내기가 쉽지 않다. 경기 확장 국면에 진입한 미국은 하반기 3차례 인하 가능성을 과시라도 하듯 자신하고 있지만 우리는 섣불리 금리 인하를 언급할 처지가 못 된다. 금리 인하로 물가가 더 울퉁불퉁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성장하는 경제에서 완만한 인플레이션이 수반된다. 총수요 증가로 생산이 증가하고, 이는 고용 확대와 임금 상승을 가져와 소비도 증가하게 돼 결과적으로 국민소득이 증가하게 된다. 그러나 고금리와 고물가의 동거가 장기화되면 경제 펀더멘털이 약화될 수 있다. 우리는 이미 물가 상승이 소비 위축을 가져와 생산 감소로 인한 일자리 소멸이 일어나고 수출 경쟁력도 약화돼 경제성장이 둔화된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그러므로 물가관리정책은 대단히 중요하다. 한국은행 설립 목적에 ‘효율적인 통화신용정책의 수립과 집행을 통해 물가안정을 도모함으로써 나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한다’고 명시돼 있는 것도 이러한 연유다.
물가와 관련해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당분간 물가안정을 위한 정책이 유지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 수렴할 때까지 긴축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확고한 시그널이 있어야 한다. 한국은행의 독립성에 신뢰를 가져본다. 그리고 비용상승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원자재 및 곡물 등 글로벌 공급망 교란으로 인한 애로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수입선 다변화 같은 정책이 강화돼야 한다. 또한 공급이 비탄력적일 수밖에 없는 농산물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온라인 도매시장 활성화와 저장·재고 시스템 개선 등 유통구조 선진화도 필요하다.
올해도 작년처럼 사과 꽃 개화가 빨랐기 때문에 혹 냉해를 입게 되면 금사과가 될지도 모른다는 뉴스가 들린다. 기후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필자만의 과민반응이 아닐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