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의 심판은 매서웠다. 22대 국회의원을 뽑는 4·10 총선은 야당의 압승과 여당의 참패로 마무리됐다. 11일 최종 개표 결과 254개 지역구 중 더불어민주당은 161곳, 국민의힘은 90곳에서 승리했다. 비례대표 46석 중에선 국민의힘 비례정당인 국민의미래가 18석, 민주당 비례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 14석, 조국혁신당이 12석을 확보했다. 개혁신당은 2석을 차지했다. 여당은 지역구와 비례를 모두 합쳐 108명의 당선자를 내는 데 그쳤다. 민주당은 개헌안 의결정족수인 200석엔 못 미쳤으나 여당과 큰 격차로 단독 과반을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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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더불어민주연합 제12차 합동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 겸 선대위 해단식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
여당 총선 참패는 윤석열 대통령의 일방적 국정 운영에 대한 총체적 심판의 의미를 담고 있다. 김건희 여사 명품 백 수수 논란에 안이하게 대처한 점과 수사를 받고 있는 이종섭 전 국방장관을 주호주 대사로 무리하게 임명하는 등 인사실패가 컸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고 과일·채소류 중심의 물가 급등으로 정부 경제정책 능력에 관한 신뢰마저 흔들렸다. 이처럼 국정운영을 두고 불만이 커졌으나 윤 대통령은 귀담아 듣지 않았다. 국민은 윤 대통령의 오만과 불통에 깊은 실망감을 표시하며 회초리를 들었다. 윤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총선 참패를 계기로 뼈를 깎는 반성을 하고 국정 및 인사 전면 쇄신에 나서야 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국정을 쇄신하겠다”고 밝혔다. 한덕수 국무총리,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을 포함한 용산 고위 참모진이 이날 일괄 사의를 표명해 대대적인 인적 개편이 불가피하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총선 패배에 책임을 지고 비대위원장직에서 사퇴했다.
윤 대통령은 자신의 생각만 고집하지 말고 각계 인사들과 야당의 의견을 경청하는 소통 정치를 해야 한다. 야당의 협조 없이는 예산권과 인사권을 제대로 행사하기 어렵고, 입법이 필요한 정부 정책도 거대 야당의 견제에 막혀 국정 주도권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 야권 역시 선거 결과에 자만해서는 안 된다. 민주당은 이번 승리가 정부와 여당의 독단적인 국정 운영에 따른 민심 이반에 힘입은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민주당의 승리가 아니라 우리 국민의 위대한 승리”라고 몸을 낮췄다.
22대 국회도 여소야대가 되면서 윤 대통령의 남은 3년 임기동안 국정 표류를 우려하는 국민이 많다. 당장 범야권은 22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특검 공세를 퍼부을 전망이다. 조국혁신당 은 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딸 논문 대필 의혹과 관련해 ‘한동훈 특검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한다고 공언했다. 야당이 국회를 극한 정쟁과 보복의 무대로 전락시킨다면 총선 민심을 저버리는 일이다. 21대 국회에서 타협의 정치가 실종되면서 각종 민생법안 처리가 지연·방치되면서 그 피해를 국민이 떠안았다. 민주당을 중심으로 야권은 정부의 감시자 역할을 하되 민생을 최우선으로 협치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