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2018년 개봉한 한국영화 ‘원더풀 고스트’의 감독이다. 마동석 김영광 이유영 배우들이 주연을 맡았다. 이 영화는 개봉 후 1년이 지난 정도부터 지상파 TV, 혹은 케이블 TV 등의 매체에서 방영되곤 한다. 간혹 우연하게 이 영화를 안방에서 시청한 친구가 있어 그로부터 메시지나 전화가 오기도 한다.
그들이 처음으로 던지는 질문은 ‘한 번 방영되면 돈이 얼마 들어오느냐’이다. 그럴 때마다 허탈한 기분이 든다. 나는 ‘한 푼도 들어오지 않는다’고 대답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어떤 예능프로그램의 프로듀서와 작가들 간에 저작권료 분쟁이 벌어졌다. TV에서 방영할 때마다 지급되는 재방료를 가로챘다는 것에 대한 공방이다. 제작사에 고용된 작가들은 자신들에게 지급돼야 할 재방료가 프로듀서에게 갔다는 입장이고, 프로듀서는 작가들의 분량이 아닌 자막 부분에서 작가 역할을 했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해당 프로듀서는 ‘영화 감독들도 작가 크레디트에 이름을 올린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안타깝게도 영화는 그 재방료라는 것이 없는 현실이다.
필자도 속해 있는 사단법인 DGK(한국영화감독조합)는 몇 년 전부터 영화 감독과 작가들의 저작권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저작권법 개정안 발의를 위해 국회에서 토론회를 가진 적도 있다. 그리고 저작권 대리중개업을 시작해 해외로부터 창작자에게 지급되는 공정한 보상금을 받아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에게 분배하는 일을 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영상저작물 창작자에게 지급되는 저작권료가 없지만 대부분의 해외 국가에서는 법으로 정해 지급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비롯한 한국 콘텐츠들은 세계 각국에서 방송 중이다. 아르헨티나에서도 극장과 방송을 통해 수많은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고,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각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오징어 게임’이나 ‘기생충’처럼 세계를 뒤흔든 콘텐츠를 가지고 있다. 이전까지는 이 영화와 드라마에 대한 저작권료를 받을 수 없었다. 받는 쪽에서 준비가 안 돼 있었기 때문이다. 각국의 방송사와 플랫폼들은 한국의 창작자에게 지급해야 할 저작권료를 해당국가의 저작권 단체들에 보내 쌓아놓고 있었다. DGK에서 이 일을 실행하지 않았다면 국부의 유출이 생겼을지도 모르는 셈이다.
우리가 전세계로부터 저작권료를 받기 위해서는 호혜평등의 원칙으로 우리도 해외 콘텐츠에 저작권료를 지급해야 한다. 당연히 자국 콘텐츠에 대한 저작권료 역시 지급해야 한다. 지금 한국 영화와 드라마가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사이 우리가 수입하는 콘텐츠가 많은지, 우리가 수출하는 콘텐츠가 많은 지에 대해 생각해 보면 어디가 이익인지 쉽게 계산할 수 있다.
얼마 전 어느 매체에서는 이런 정당한 보상에 대한 요청을 ‘한국 영화의 응석’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칼럼으로 비난한 바 있다. 해당 칼럼에서 창작자에 대한 정당한 보상은 OTT나 IPTV 등의 최종 매체가 아니라 제작자가 부담한다는 내용도 있었는데, 명백한 오류 혹은 왜곡이다. 해당 칼럼에서도 밝혔듯이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를 때 해당 곡의 작사자와 작곡자에게 주어지는 저작권료는 최종 공급자인 노래방이 노래방 네트워크를 통해 지급하게 돼 있다. 이것은 제작자가 가지게 되는 해당 작품의 판권이 아니라 창작자에게 주어지는 당연한 권리인 것이다. 또한 이것은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 감독과 작가들만을 위한 제도가 아니다. 자신의 생명과도 같은 창작물을 만든 창작자들 모두가 얻어내야 할 기본권이다.
DGK에는 현재 정회원 특별회원 준회원 등을 포함해 826명의 감독과 작가가 소속해 있다. 이들은 해외에서 지급되고 있는 영화 저작권료를 받을 준비가 돼 있다. 현재 한국 영화는 특히 내수 시장에서 고난을 맞이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한국 영화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 이 사안은 매우 중요한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