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료품이나 음료 등 우리나라 먹거리 물가상승률이 주요 선진국 평균을 웃돌며 민생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주요국 식품 물가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촉발한 인플레이션이 잦아들면서 안정된 반면 우리는 과일과 채소 중심으로 고물가가 지속되는 탓이다. 특히 총선이 끝나자마자 기업들이 일제히 식품과 생필품값을 올리고 있어 걱정스럽다. 21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집계한 자료를 보면 지난 2월 기준 한국의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 물가상승률은 6.95%로 OECD 평균(5.32%)을 웃돌았다. 35개 회원국 중 튀르키예(71.12%) 아이슬란드(7.52%)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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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먹거리 물가 상승률이 주요 선진국 평균을 웃돌고 있다. 사진은 식료품을 사고 있는 소비자들. |
우리나라 먹거리 물가는 사과·배 등 과일이 주로 견인하고 있다. 여기에 기업들이 그동안 정부 눈치를 보다 기다렸다는 듯이 일제히 식료품 가격 인상에 나서 문제다. 치킨 프랜차이즈 굽네는 지난 15일 9개 제품 가격을 1900원씩 올렸다. 파파이스도 2년여 만에 가격을 평균 4% 인상하고 배달 가격 차등제를 적용했다. 롯데웰푸드는 다음 달 1일부터 초콜릿류 과자와 아이스크림 등 17종 가격을 평균 12% 높여 책정했다. 조미 김 전문업체들도 주재료인 원초 가격 상승을 이유로 제품 가격을 10~20% 올렸다. 식료품뿐만 아니라 생필품 가격도 줄줄이 인상된다. 편의점에선 섬유유연제와 생리대 등에 이어 다음 달 볼펜 과자 가격도 뛴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유가가 들썩이면서 국내 휘발유 가격이 고공행진하는 것도 물가에 위험요소다. 정부가 내놓은 유류세 인하 2개월 추가 연장 조치는 ‘언발에 오줌누기’ 수준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3.1% 올랐다. 정부는 3월에 연간 물가가 정점을 찍고 하반기로 갈수록 빠르게 안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물가 흐름을 보면 지나치게 낙관적이다. 이스라엘의 이란 보복 공격 소식에 지난 19일 원·달러 환율이 장 중 1392.9원까지 상승했다. 국제정세 불안에 미국 금리인하 시기가 늦춰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올해 들어서만 7% 치솟으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상승 폭을 넘어섰다. 이는 수입 원재료 가격을 자극해 가공식품 물가를 더 밀어 올릴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 정책 기조에 따라 상반기 억제된 공공요금 인상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커지는 불확실성에도 정부는 하반기 물가가 안정화하고 올해 상승률이 2.6%로 수렴할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고유가와 강달러 현상은 정부가 충분히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인 만큼 그동안 시행한 물가 관리 정책의 실효성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정부가 재정을 들여 품목을 지정해 가격을 낮추는 방식은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 고삐 풀린 물가 탓에 가구 소득보다 소비 증가 비율이 높아지면서 서민 삶이 팍팍해지고 있다. 정부는 현상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구체적인 물가 관리 방안을 내놓아야 하겠다. 정치권도 물가 안정을 최우선으로 해 정부에 협조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