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공휴일에서 평일로 전환하고, 영업 제한 시간 중에 온라인 배송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뒤이어 부산시장도 대형마트 6곳 폐점이 지역상권 위기라며 부산시도 16개 구·군에서 7월까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옮기겠다고 했다.
이에 시민은 소비자 역할뿐만 아니라 생산자 판매자 등의 주체로서 시민의식을 함양해야 한다. 필자에게 강의를 듣는 학생들은 토론 수업으로 지역사회에서 일어나는 문제에 대한 통찰력과 대안 제시 등 지역사회복지를 위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내용을 예고하며 학생들의 다양한 사고가 토론 때 녹아들길 기대했다. 주제는 대형마트 의무휴업 평일 전환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다. 중간고사 서술형 문제를 염두에 둔 터라 학생들에게 정리의 시간을 주려는 의도다.
토론이 시작되자 의견이 분분하더니 최초 의견은 찬반 비슷하다. 진행은 진영 간 주장 펼치기, 교차 질의, 반론, 그리고 주장 다지기, 최종 결정 순이다. 자신의 주장을 펴고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하는 과정에서 처음 생각이 얼마만큼 변화될지 궁금하다. 감정적인 대응은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시간이 촉박하니 마지막 주장 다지기엔 한 명씩만 발언하기로 했다. 반대 측 학생이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이유와 대안을 제시하자 찬성 측에서 집단으로 나서며 격하게 반응했다. 이해되지 않는 상황을 자중시키려니 직전에 발언한 찬성 측 학생의 수차례에 걸친 막무가내식 주장에 토론 분위기는 엉망이다. 경고로 마무리했지만, 시간상 최종 결정은 시도하지 못했다. 전날 토론 때도 의식이 변화되지 않은 결과에 실망했던 터라 속상함과 아쉬움이 더 몰려왔다.
생각이 다른 이의 주장에 귀 기울이지 않는 태도는 사회 곳곳에 뿌리 깊게 스며들며 양극화 현상을 더욱 심화한다. 소득 등 경제적 양극화를 비롯해 이념 세대 지역 간 격차뿐만 아니라 전 분야에서 일어난다. 지독한 양극화는 사회 통합에 큰 장애물이다. 통합과 상생의 정치가 실종되면서 사회 기능은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이념은 극단으로 치닫는다.
심지어 정치가 경제적인 기능을 빌미로 시민 간 갈등을 부채질한다. 강서구청장은 지역상권 활성화와 소비자 선택권 도모 및 대형·중소유통 간 상생 협력을 추진한다며 대형마트 및 준대규모점포 의무휴업일 지정 철회를 예고했다. 수많은 상인은 ‘설마’라며 분을 삭이지 못한다. 강서구에서 소매점을 운영하는 최영록 대표는 “대형마트 힘듦은 보이는데 지역 상인들 곡소리는 들리지 않나. 무엇이 상생 협력이냐”고 따지고 싶단다. 정부의 규제 완화 기조에 따라 제도적 정당성을 무시하고 기존 제도를 없애는 건 지역 상인들뿐만 아니라 지역경제를 벼랑 끝으로 내모는 처사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제는 대법원과 헌법소원도 인정한 제도다. 지자체장으로의 의무를 포기하는 것도 모자라 재량권을 남용하는 건 아닌가.
소비자들은 이 제도에 익숙해졌으며 유통생태계의 다양성 추구와 동시에 온라인 쇼핑을 이용한다. 의무휴업일 규제 완화보다 온라인업체로 인한 지역경제 와해를 어떻게 방지할지 대책이 시급하다. 온라인 쇼핑의 대세로 골목상권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2013년 1502개인 전통시장 수는 2022년 1388개로 114개나 줄었다. 같은 기간 온라인 매출은 38조5000억 원에서 209조9000억 원으로 5.5배나 늘었다. 대형유통업체의 지역기여도도 매우 낮지만, 쿠팡 마켓컬리 알리익스프레스 같은 온라인업체의 지역기여도는 아예 없다. 대형마트까지 온라인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 이후 시장은 과당경쟁이 되고 지역경제는 피폐해져 일자리는 사라질 것이다.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이 하루속히 마련돼야 한다.
상여 뒤에 약방문이란 속담이 있다. 사람이 죽은 다음에야 약을 구한다는 뜻으로 때가 지나 일이 뒤틀어진 후 뒤늦게 대책 세움을 비유하는 말이다. 지역을 살피지 않고 이익만을 좇는 고질적 소비의식과 지역과 민생을 경시하는 정치가 우리 지역을 고사시킨다. 정치인의 의식과 안목만을 기대할 게 아니라 지역민으로의 관심과 소양을 키워야만 우리 지역을 지킬 수 있다. 왜? 우리는 지역을 보려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