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에서 레이(Lei)를 만들던 날이었다. “레이는 삶, 그 자체예요.” 우아하면서도 자부심 넘치는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레이는 하와이 말로 꽃목걸이다. 하와이섬에 이주해 온 폴리네시안들이 자기 자신을 남들과 구분하고 스스로를 아름답게 꾸미는 방법이었다. 식물과 조개, 깃털 등을 엮어 만들었는데 목에 걸기보다 어깨 위에 올리듯이 착용한다. 숄을 걸치듯이 몸의 앞부분뿐만 아니라 뒷부분까지 보이도록 레이를 두름으로써 지구라는 대자연과 깊은 연결감을 느꼈다. 이것은 어머니 품에 안기는 것과 같은 사랑의 힘을 통해 치유와 보호를 받는 것이었다.
“우리는 삶의 중요한 순간마다 레이와 함께해요. 아기가 탄생했을 때, 생일, 입학식과 졸업식, 또 결혼을 할 때 레이를 만들죠.”
보라색 덴드로비움과 하얀색 투베로사 꽃송이들이 굵은 실이 달린 바늘을 통과하고 있었다. 마치 모두 다른 삶의 순간들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는 것만 같았다. 주황색 꽃으로 높이 틀어 올린 은빛 머리카락을 장식한 선생님은 설명을 이어갔다.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에도 레이를 주고받아요. 우리가 세상을 떠나게 되듯 꽃으로 만든 레이도 시들어요. 하지만 우리의 기억 속에 레이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영원히 살아있어요.”
벅찬 감정이 솟구쳤다. 삶의 순간이 꽃과 함께 쌓여가는 인생이라니. 하나의 레이를 완성할 때 마다 느꼈을 사랑의 감정이 파도가 되어 내 쪽으로 밀려왔다.
고대 하와이의 족장은 마일레(maile)라는 향기가 나는 하와이산 덩굴 식물을 엮어 레이를 직접 만들었다. 이것은 부족 간의 평화협정을 맺는 방식이었다. 또한 하와이의 고대 훌라 카히코에서는 엄격한 전통에 따라 키노라우(Kinolau) 식물로 만든 레이를 준비한다. 이 레이는 무용수가 라카(Laka) 여신의 에너지를 뿜어내며 춤을 추게 하는 다리 역할을 한다.
그들은 레이가 몸에 닿으면 그 꽃은 영혼을 나눈 자신의 일부가 된다고 믿었다. 그래서 선물로 받은 레이를 함부로 버리거나 소홀히 대하지 않는다. 꽃이 시들면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거나 잘 말려서 다음 세대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보관하기도 한다. 이렇듯 레이는 몸을 치장하는 장식 그 이상이다. 사랑과 환영, 존경의 의미를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내면의 신성을 발견하도록 돕는 것이다.
마침 바구니에는 내가 살아온 햇수만큼의 꽃송이가 담겨있었다. 그 꽃을 모두 하나의 실에 이은 뒤 매듭을 하고 남은 실을 가위로 잘라냈다. 내 인생의 첫 번째 레이가 완성됐다. 직접 만든 레이가 내 어깨를 감싸자 어디서부터인지 알 수 없는 충만한 기쁨이 차올랐다. 지나간 삶의 모든 순간들이 그저 내가 되기 위한 과정임을 알게 했다. 레이의 특별함은 여기에 있다. 자신이 무엇을 소중히 여기는지 상기시켜 준다. 가족과 친구들의 표정, 또 어느 날의 공기 바람 햇살을 간직하게 한다. 그것은 하와이인들이 마나(Mana)라고 부르는 생명력과 에너지가 흐르게 하는 것이다. 사랑을 주고받는 방법이다.
다가오는 5월 1일, 하와이에서는 다양한 방식과 디자인으로 레이를 만들고 선물하는 레이 축제가 열린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가정의 달이 시작된다. 어린이를 위한, 부모님을 위한, 스승을 위한, 성년을 위한, 부부를 위한 한국의 가족이 서로에게 사랑과 감사 축복을 전할 수 있는 날이 이어진다.
올해는 서로의 가슴에 꽃을 달아주면 어떨까? 심장 가까운 곳에 꽃이 닿으면 그야말로 순수한 사랑이 깨어난다. 꽃을 눈으로만 보기보다 온몸의 감각으로 느낄 때 더욱 생생한 진동이 전해온다.
우리는 내가 받은 꽃과 내가 건넨 꽃, 주고받은 미소, 별을 따라 어두운 밤길을 걷던 먼 조상들의 지혜와 내일에 대한 기대가 모여 완성돼 간다. 둥근 레이를 가득 채운 각각의 꽃들이 연결되어 ‘하나’의 레이로 탄생하듯 서로를 통해 자신을 만들어 간다. 그러므로 우리가 누군가를 위해 꽃을 준비한다는 것은 서로의 삶을 껴안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