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아침숲길] 삶을 위한 꽃, 레이

차영은 플로리스트

  • 차영은 플로리스트
  •  |   입력 : 2024-04-23 18:43:27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하와이에서 레이(Lei)를 만들던 날이었다. “레이는 삶, 그 자체예요.” 우아하면서도 자부심 넘치는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레이는 하와이 말로 꽃목걸이다. 하와이섬에 이주해 온 폴리네시안들이 자기 자신을 남들과 구분하고 스스로를 아름답게 꾸미는 방법이었다. 식물과 조개, 깃털 등을 엮어 만들었는데 목에 걸기보다 어깨 위에 올리듯이 착용한다. 숄을 걸치듯이 몸의 앞부분뿐만 아니라 뒷부분까지 보이도록 레이를 두름으로써 지구라는 대자연과 깊은 연결감을 느꼈다. 이것은 어머니 품에 안기는 것과 같은 사랑의 힘을 통해 치유와 보호를 받는 것이었다.

“우리는 삶의 중요한 순간마다 레이와 함께해요. 아기가 탄생했을 때, 생일, 입학식과 졸업식, 또 결혼을 할 때 레이를 만들죠.”

보라색 덴드로비움과 하얀색 투베로사 꽃송이들이 굵은 실이 달린 바늘을 통과하고 있었다. 마치 모두 다른 삶의 순간들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는 것만 같았다. 주황색 꽃으로 높이 틀어 올린 은빛 머리카락을 장식한 선생님은 설명을 이어갔다.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에도 레이를 주고받아요. 우리가 세상을 떠나게 되듯 꽃으로 만든 레이도 시들어요. 하지만 우리의 기억 속에 레이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영원히 살아있어요.”

벅찬 감정이 솟구쳤다. 삶의 순간이 꽃과 함께 쌓여가는 인생이라니. 하나의 레이를 완성할 때 마다 느꼈을 사랑의 감정이 파도가 되어 내 쪽으로 밀려왔다.

고대 하와이의 족장은 마일레(maile)라는 향기가 나는 하와이산 덩굴 식물을 엮어 레이를 직접 만들었다. 이것은 부족 간의 평화협정을 맺는 방식이었다. 또한 하와이의 고대 훌라 카히코에서는 엄격한 전통에 따라 키노라우(Kinolau) 식물로 만든 레이를 준비한다. 이 레이는 무용수가 라카(Laka) 여신의 에너지를 뿜어내며 춤을 추게 하는 다리 역할을 한다.

그들은 레이가 몸에 닿으면 그 꽃은 영혼을 나눈 자신의 일부가 된다고 믿었다. 그래서 선물로 받은 레이를 함부로 버리거나 소홀히 대하지 않는다. 꽃이 시들면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거나 잘 말려서 다음 세대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보관하기도 한다. 이렇듯 레이는 몸을 치장하는 장식 그 이상이다. 사랑과 환영, 존경의 의미를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내면의 신성을 발견하도록 돕는 것이다.

마침 바구니에는 내가 살아온 햇수만큼의 꽃송이가 담겨있었다. 그 꽃을 모두 하나의 실에 이은 뒤 매듭을 하고 남은 실을 가위로 잘라냈다. 내 인생의 첫 번째 레이가 완성됐다. 직접 만든 레이가 내 어깨를 감싸자 어디서부터인지 알 수 없는 충만한 기쁨이 차올랐다. 지나간 삶의 모든 순간들이 그저 내가 되기 위한 과정임을 알게 했다. 레이의 특별함은 여기에 있다. 자신이 무엇을 소중히 여기는지 상기시켜 준다. 가족과 친구들의 표정, 또 어느 날의 공기 바람 햇살을 간직하게 한다. 그것은 하와이인들이 마나(Mana)라고 부르는 생명력과 에너지가 흐르게 하는 것이다. 사랑을 주고받는 방법이다.

다가오는 5월 1일, 하와이에서는 다양한 방식과 디자인으로 레이를 만들고 선물하는 레이 축제가 열린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가정의 달이 시작된다. 어린이를 위한, 부모님을 위한, 스승을 위한, 성년을 위한, 부부를 위한 한국의 가족이 서로에게 사랑과 감사 축복을 전할 수 있는 날이 이어진다.

올해는 서로의 가슴에 꽃을 달아주면 어떨까? 심장 가까운 곳에 꽃이 닿으면 그야말로 순수한 사랑이 깨어난다. 꽃을 눈으로만 보기보다 온몸의 감각으로 느낄 때 더욱 생생한 진동이 전해온다.

우리는 내가 받은 꽃과 내가 건넨 꽃, 주고받은 미소, 별을 따라 어두운 밤길을 걷던 먼 조상들의 지혜와 내일에 대한 기대가 모여 완성돼 간다. 둥근 레이를 가득 채운 각각의 꽃들이 연결되어 ‘하나’의 레이로 탄생하듯 서로를 통해 자신을 만들어 간다. 그러므로 우리가 누군가를 위해 꽃을 준비한다는 것은 서로의 삶을 껴안는 일이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5배까지 뛴 불꽃축제 숙박료…지긋지긋한 ‘바가지’
  2. 2기장의 1/10…부산 북구 참전수당 월 2만 원 ‘서러운 대접’
  3. 3기장 일대 동해남부선 폐선 부지 본격 활용 가능해져
  4. 4찜질방·호텔 빈대 출몰에 화들짝…관광도시 부산 이미지 훼손 우려
  5. 5‘부캉이’ 보낸다…29일 선박·워터펌프로 외해 유도(종합)
  6. 6김도읍 "청와대 가덕도신공항 공사비 증액 '선 계약, 후 특별법 반영'으로 결론
  7. 7은행점포 영업시간 30분 단축…내년 4월부터 9시30분 개점(종합)
  8. 8에코델타시티 마을버스…강서 17년 만에 새 노선
  9. 9헤어질 시간…부산 북항 상어 ‘부캉이’ 구조작전 시작
  10. 10부산서 하루 더…오버나잇 크루즈 성황
  1. 1김도읍 "청와대 가덕도신공항 공사비 증액 '선 계약, 후 특별법 반영'으로 결론
  2. 2“BPA, 1년간 1조원대 채권 발행…항만공사 통폐합 강행 땐 빚 전가”
  3. 3靑 “北포로 비공개 합의 부인 강력 유감” 우크라에 사과 요구(종합)
  4. 4“피지컬AI 항만 실증사업, 광양항 아닌 부산항서 해야”
  5. 5[속보] 강신철 국방장관 “매설지뢰, 北 국경선 요새화 관련 추정”
  6. 6李 지지율 2주째 상승 37.9%…양당 지지도 오차범위 접전
  7. 7여야 만난 강신철 국방부 장관 “北 지뢰 확인 땐 상응 조치…은폐 없다”(종합)
  8. 86·3 지방선거 신규당선자 평균재산 13.5억…광역단체장 중 김상욱 50억 최다
  9. 9靑 “DMZ 지뢰사고 현장조사 순전히 군사적 판단…李대통령 유엔 연설 무관”
  10. 10[뭐라노]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
  1. 1기장 일대 동해남부선 폐선 부지 본격 활용 가능해져
  2. 2은행점포 영업시간 30분 단축…내년 4월부터 9시30분 개점(종합)
  3. 3부산서 하루 더…오버나잇 크루즈 성황
  4. 4HJ중공업 조선업계 첫 올해 임단협 타결
  5. 5안주고 덜준 보험금, 5년간 1000건 육박
  6. 6올해 2분기 부산 경제 2.3% 증가…'12% 급증' 충북의 5분의 1
  7. 7경영난 삼정기업·삼정이앤시 회생계획 인가
  8. 8구멍 뚫린 실업급여…3차례 이상 반복수급 11만명에 6000억 지급
  9. 9'맵리스' 자율주행 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 시동...이동 조작 하나로
  10. 10“고속도로 잘 못 나가도 걱정 끝”… 15분 내 재진입 땐 기본요금 면제
  1. 15배까지 뛴 불꽃축제 숙박료…지긋지긋한 ‘바가지’
  2. 2기장의 1/10…부산 북구 참전수당 월 2만 원 ‘서러운 대접’
  3. 3찜질방·호텔 빈대 출몰에 화들짝…관광도시 부산 이미지 훼손 우려
  4. 4‘부캉이’ 보낸다…29일 선박·워터펌프로 외해 유도(종합)
  5. 5에코델타시티 마을버스…강서 17년 만에 새 노선
  6. 6헤어질 시간…부산 북항 상어 ‘부캉이’ 구조작전 시작
  7. 7“보조금 심의 결정권자는 나” 부산 중구 부구청장 논란
  8. 8약사 면허 빌려 28억 부당이득…환수 거부에 法 “토해내라” 쐐기
  9. 9공소시효 이틀 앞두고 세금 포탈 업자 송치…검·경 합동수사 빛 발해
  10. 10거창한마당대축제 내달 1~4일 개최…가을 거창 매력 한자리에
  1. 1큰 日날 뻔한 韓야구…日 아마추어 상대로 3-1 설욕전
  2. 2중국에 두 번 진 이민성호, 이번엔 벼른다
  3. 3큰 日낸 女핸드볼…결승서 일본 꺾고 8년 만에 우승
  4. 4수영·탁구·사격 부진…양궁이 ‘금빛 갈증’ 풀어줄까
  5. 5‘세계 최강’ 안세영, 배드민턴 女단식 금메달…아시안게임 첫 2연패
  6. 6이소희·백하나 배드민턴 女 복식 24년 만에 금빛 스매시
  7. 7한동희 시즌 23호 홈런 '쾅'…롯데, 키움에 4-2 역전승
  8. 8오상욱 끝냈다…펜싱 男 단체 우승…승마 남동헌, 12년 만에 정상 탈환(종합)
  9. 9안세영, 천위페이도 가볍게 압승…결승 진출
  10. 10K-농구 황금시대…남녀 동반 우승, 3대3도 첫 金(종합)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인공지능 정렬’ 골든타임 놓치지 말라
자동화의 세상에서 지능화의 세계로
국제칼럼 [전체보기]
개헌 말하려면 헌법 준수부터
나림 이병주, 더 일찍 법(法)으로 통(通)했다
기고 [전체보기]
상어가 떠난 뒤, 북항에 남겨야 할 것
존엄 보장하는 부산형 청년보장제 되기를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영산회상, 불교음악에서 풍류음악으로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병역 혜택, 야구는 빼자
AI 설계 어선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공동선(Common Good)’으로서 간병 복지
직업병에 대한 자세, 무지와 고의 사이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지독한 집념이 세운 로컬 자산, 대한도기
사설 [전체보기]
부산불꽃축제 숙박료 폭등, 실효성 있는 대책 없나
지역기업 발목 잡는 획일적 세제, 현실에 맞춰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인공지능(AI)과 인류 멸종
북항 찾은 상어 ‘부캉이’와 잊힌 갈매기 ‘부기’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6·3 부산시장 선거, 부동산 정책의 길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무(武)
의료 전문성이 병원 밖 나가는 길 열어야
  • 2026 국제환경에너지산업전
  • 국제골프아카데미
  • 부산국제마라톤
  • 어린이청소년경제아카데미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