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서구 남부민동에 있는 냉동창고 문이 철커덕 열렸다. 쏟아지는 냉기 사이로 꽁꽁 얼어붙은 생선상자 무더기가 드러났다. 경찰이 덮친 불법 복어 반입 현장이었다. 적발된 복어는 중국산 국매리복으로, 생김새는 졸복과 흡사하지만 어지간한 전문가도 완벽한 독 제거가 불가능해 식용 판매가 금지된 어종이다. 일당은 이를 탕거리로 흔히 쓰이는 졸복이라고 속여 부산과 서울 식당가에 팔아 넘겼다. 복어가 식재료로 워낙 인기가 있었던 까닭에 과거엔 이런 불법이 수산업계에서 심심찮았다.
복어 요리는 부산에서 전국으로 뻗어나간 음식이다. 복어가 부산 연안에서 많이 잡히는데다, 일제강점기 때부터 조리법과 제독기술이 활발히 전수된 덕분이다. 1970년대 재일동포가 창업한 원조 복국집이나 정치인 도청사건으로 유명해진 식당이 여전히 건재하다. 100여 종에 이르는 복어 중에서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건 5, 6종에 그친다. 요리로 가장 많이 쓰이는 복어는 참복 까치복 밀복 졸복 은복 정도다. 복어는 회 찜 튀김으로도 즐기지만 최고는 역시 국이다. 봄에 갓 올라온 미나리를 곁들여 뜨겁게 끓여낸 맑은 국물은 숙취 해소에 그만이다.
낙동강 하구가 요즘 까치복 풍년이다. 까치복은 5~7월 낙동강 연안으로 올라와 산란하기 때문에 원래는 이 지역에서 보기 흔했던 어종이다. 한때 자취를 감추는가 했는데 몇년 전부터 어획량이 다시 늘기 시작해 최근엔 약 100t 규모로 급증했다는 것이다. 수온이 따뜻해진데다, 2년 전 하굿둑 상시 개방 이후 바닷물과 강물이 섞이면서 염도가 낮아진 게 까치복 서식에 좋은 환경이 됐다는 분석이다. 이곳 어촌계에서는 복어를 생물 판매에 그치지 않고 밀키트로 개발해 전국 판로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장년층은 물론이고 청년층 입맛도 사로잡기 위함이다.
2년 전 가을 해운대해수욕장에 때아닌 정어리떼가 등장했다. 지난해엔 송도해수욕장에 멸치가 몰려든 적이 있다. 수온 변화나 태풍 영향 등으로 추정만 할 뿐 정확한 원인은 아직 모른다. 낙동강 하구는 십수년 전만 해도 어획량 감소로 어민들의 시름이 깊었다. “그물을 바닥까지 내려 훑었는데도 잡히는 게 거의 없습니다.” 이 일대에서 환경영향평가 일환으로 물고기를 조사한 전문가로부터 직접 들은 얘기다. 기상 이변에 따른 해양 생태계 혼란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까치복의 귀환 덕분에 고령화 되어가던 어촌에 모처럼 생기가 돈다니 일단은 반가움이 먼저다.
강필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