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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해초 잘피 ‘강제 이식’

  • 이은정 기자 ejlee@kookje.co.kr
  •  |   입력 : 2024-05-09 19:20:55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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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최남단 다대포는 1950년대까지 멸치잡이로 유명한 어촌이었다. 넓은 모래톱과 삼각주, 철새는 다대포의 자산이다.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사라지며 온통 붉게 타오르는 낙조의 아름다움은 이곳만이 뽐낼 수 있는 자랑거리다.

과거 다대포는 서부산권 끝자락에 있어 외진 곳이었다. 하지만 2017년 4월 신평역에서 다대포해수욕장역까지 이어진 도시철도 구간이 개통되면서 접근성이 크게 개선됐다. 다대포해수욕장은 길이 900m, 너비 100m 규모의 백사장을 갖췄다. 해안에서 300m 거리의 바다까지도 수심이 1.5m 안팎이어서 비교적 안전한 곳이다. 1987년 낙동강하굿둑이 생기면서 강물의 자연스러운 유입이 막혔다. 그러니 수질이 갈수록 나빠져 해수욕장으로서의 기능은 예전만 못하다. 천혜의 절경을 가진 이곳이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부산 사하구와 부산해양수산청이 지난달부터 제2다대포해수욕장 복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하구 몰운대와 성창기업 사이에 있는 동쪽 지구 일대에 모래 5만2000㎡를 투입해 해수욕장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 일대는 1994년까지 해수욕장으로 이용됐으나 지속적인 침식작용으로 운영이 중단됐다. 해수청은 2019년 이 사업을 추진하다 중단한 바 있다. 실시설계 용역 결과 동쪽 해안에 대규모 잘피 군락지가 발견돼 해수욕장으로서 적합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잘피는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포획·채취 등이 금지된 보호 대상 해양생물이다. 연간 단위면적(㏊)당 0.43t의 탄소를 흡수해 해양탄소 흡수원(블루카본)으로 주목받고 있다. 해수청은 1만7900㎡ 규모에 분포한 잘피 27만 주를 성창 방파제 인근으로 옮겨 심었다. 공사에 앞서 잘피 군락지 이식을 진행해 피해를 줄였다고 한다. 잘피 이식 생존율이 30~50%에 불과해 문제다. 갯벌 흙에 황토를 복토, 적응력을 높인 서해안에서도 이처럼 이식 성공률이 낮았다. 다대포는 잘피를 30㎝길이로 잘라 쇠막대와 함께 이식한터라 이만저만 걱정이 아니다. 해양환경단체는 여름 태풍에 뿌리가 뽑히지 않고 버틸 수 있을지 우려한다.

가뜩이나 다대포에서 수영하는 피서객이 줄고 있는데 굳이 해양환경을 훼손하며 제2해수욕장을 복원해야 하는지 의문스럽다는 의견이 나온다. 강제로 이식된 잘피가 살아남지 못한다면 해양환경 훼손 탓에 결국 아무도 찾지 않는 해수욕장으로 도돌이표를 찍게 될 것이다.

이은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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