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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도청도설] 김동호와 칸

  • 강필희 기자 flute@kookje.co.kr
  •  |   입력 : 2024-05-16 19:29:41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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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은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변곡점을 맞은 해다. 김동호 집행위원장이 이 해 15회 영화제를 끝으로 사임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의 명예로운 퇴진을 위해 세계 영화인들이 한걸음에 달려왔다. 그 일군이 글로벌 술꾼 모임인 ‘타이거 클럽’ 멤버들이다. 대만 영화감독 허우샤오시엔, 로테르담영화제 집행위원장 사이먼 필드, 네덜란드 영화평론가 피터 반 뷰렌, 그리고 프랑스 칸영화제 집행위원장 티에리 프레모가 합류했다. 술자리는 주차장 포장마차에서 1차, 숙소였던 그랜드호텔 노래방에서 2차, 일본식 주점인 미나미에서 3차로 이어졌다. “사석에서는 질문을 받지 않겠다”며 기자에겐 까칠하던 프레모 위원장도 분위기가 무르익자 연신 “김동호, 김동호”를 외쳤다.

영화는 유독 인적 네트워크의 힘이 강하게 작용하는 예술 장르다. 상영 유통 교류의 주요 플랫폼인 영화제는 더 할 나위 없다. 감독이나 배우, 제작자 사이에는 홍보할 작품이 있건 없건 특정행사에 품앗이 하듯 얼굴을 비추는 특유의 의리가 작동한다. 매해 BIFF 게스트가 상당 부분 겹치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 위원장이 잠시 강릉국제영화제(GIFF) 집행위원장을 맡았을 때 개막식 현장을 지켜본 사람들은 “GIFF인지 BIFF인지 구분이 안 되더라” 했을 정도다. 2001년부터 빠짐 없이 부산을 찾은 프레모 위원장도 김 위원장이 물러난 2010년 이후론 뜸하다.

국제신문이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 청년, 동호’(감독 김량)가 16일 밤(현지시간) 제77회 칸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세계 최초 공개)로 상영됐다. BIFF에서 집행위원장으로 15년, 명예집행위원장으로 6년, 이사장으로 2년을 보낸 영화인 김동호의 30년 발자취가 89분짜리 필름에 담겼다. ‘칸 클래식’ 섹션은 복원된 고전영화와 주요 영화인 다큐멘터리를 상영하는, 일종의 영화와 영화인에 대한 헌사다. 부산의 언론사가 기획하고 부산 출신 감독이 만든 작품이 세계 최고 영화제에 공식 초청됐다는 사실 자체가 부산의 위상을 드높인 쾌거다.

프랑스 남부 지중해 연안에 자리한 칸은 예술휴양도시로, 부산과 많이 닮았다. 김 위원장이 칸을 처음 방문한 건 BIFF를 준비하던 1996년이다. 이곳에 모인 저명 영화인과 언론인에게 영화제를 홍보하기 위해서였다. 30여년 전 창립 멤버들과 암중모색하던 김동호가 이번에는 다큐 주인공으로 칸 레드카펫을 밟았다. 그저 신비롭기만 하던 칸은 임권택 박찬욱 봉준호 전도연 송강호 덕분에 친근해졌고, 김동호를 통해 그 거리는 한층 좁혀졌다.

강필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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