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인문학 칼럼] 한·중·일 정상회담의 목적

동아시아 협력 노력에도 이익충돌·역사문제 빈번

4년 반 만에 3국 정상회담…평화·번영의 시대 열어야

이홍규 동서대 캠퍼스아시아학과 교수·중국연구센터 소장

  • 이홍규 동서대 캠퍼스아시아학과 교수·중국연구센터 소장
  •  |   입력 : 2024-05-22 18:47:05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한국 학생에게 제일 동경하는 나라를 꼽아보라고 하면, 상당수는 유럽 국가들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이유는 천차만별일 수 있지만 대개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서구 문명의 중심지라 할 서유럽 국가들이나 복지국가로 알려진 북유럽 국가들의 이미지가 좋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들이 모국에 있는 친구들을 초대해 한국에 처음 온 외국인들의 시선으로 한국의 풍경을 그려내는 TV 프로그램을 가끔 보곤 한다. 선입견인지는 몰라도 초대한 외국인들의 국적을 따져보면 상당수가 유럽인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 TV 프로그램에서 한국도 유럽처럼 살기 좋고 발전했다는 것을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를 느꼈다면 지나친 과장일까.

학생들이 여전히 유럽에 대한 선망을 갖고 있는 것도, 한국 사회가 유럽인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드러내는 것도 여전히 세계가 서구 중심으로 작동함을 보여주는 증표이다. 기실 ‘아시아’라는 개념어 자체가 유럽인이 발명한 것이고 그것도 유럽인이 대외 확장 과정에서 자신과 타자를 구별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라는 연원을 알게 되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 보다 정확히 말하면 이 근대 세계가 유럽에서부터 형성된 것임을 비로소 다시 깨닫게 된다.

2012년의 노벨평화상 수상자는 유럽연합(EU)이었다. 노벨위원회가 밝힌 선정 이유는 EU가 출범 60년 동안 유럽 국가들을 하나로 묶고 유럽의 평화와 화합, 민주주의, 인권 신장에 기여했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본래 유럽은 가장 오랫동안 전쟁이 끊이지 않았던 땅이었다. 특히 근대 이래 유럽 각국은 제국주의 열강이 됐으며 아시아를 비롯한 세계 각지에서 식민지 획득을 위해 전쟁을 벌였고 그 결과 1, 2차 세계대전을 겪었다. 그래서 유럽인들은 자신의 대륙에서 전쟁을 완전히 종식시킬 제도적 방법을 모색했고 유럽연합(EU)이라는 유럽 통합은 그 귀결이었다. 유럽은 경제적 통합을 통해 유럽의 번영을 모색했고 정치적 통합을 통해 유럽의 평화를 달성했다. 유럽연합(EU)에 소속된 회원 국가들 사이에서 더 이상 전쟁이 발생하지 않았으며 회원국 사이의 시장이 통합돼 유럽인들은 유럽 시민으로의 정체성과 시민권을 누리고 있다. 비록 2020년 영국이 탈퇴했지만 유럽의 27개국이 유럽연합의 회원국으로서 유럽연합의 글로벌 영향력을 공유하고 있다.

조금 비판적인 시각에서 보면, 유럽은 근대 세계 체계를 만들어 아시아를 비롯한 다른 대륙을 식민지로 삼아 제국주의 경쟁을 벌이다가 종국에는 자기들끼리 제국주의 전쟁을 벌여 세계대전의 비극을 만들더니, 이제 평화와 화합, 인권과 민주주의를 말하며 유럽 내부의 통합을 이뤄내 자신들의 번영과 평화를 선제적으로 구축해 아시아인을 비롯한 세계 사람들에게 선망과 동경의 대상이 되어온 셈이다. ‘부러우면 지는 거다’는 얘기에 ‘K 어쩌고’ 하면서 한국이 이만하면 유럽인도 부러워하는 국가가 되었다는 자부심을 내세우기도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유럽 중심주의 근대 세계에서 들러리로 살아온 듯한 아시아인의 ‘느낌적 느낌’을 체감한다. 물론 우리나라가 위치한 동아시아에서도 동아시아공동체 모색의 노력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특히 한·중·일 3국은 2008년 말 세계 경제위기를 계기로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한·중·일 정상회담을 처음으로 개최한 이래, 2009년 3국 정상은 동아시아공동체 구상에 합의하고 이후 동아시아공동체 구축을 위한 다양하고 구체적인 노력을 해왔다. 예컨대 2010년 3국 캠퍼스아시아(CAMPUS Asia) 프로그램 도입, 2011년 3국 협력사무국(TCS) 설치, 2012년 3국 FTA 협상 개시에 합의하는 등 동아시아공동체 구축 노력이 계속됐다.

하지만 국가 이익의 충돌과 역사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한·중·일 사이에 긴장 관계가 다시 조성되곤 했다. 한편으로는 한·중·일 경제통합의 시발점으로 한중 FTA가 2014년 타결됐지만, 협력의 최고 결정체인 정상회담은 3국 중 두 국가의 정치 외교 관계가 악화될 때마다 중단됐다가 겨우 봉합돼 재개되는 단속적(斷續的) 상황이 반복돼 왔다. 5월 26, 27일 이틀간 한·중·일 정상회담이 4년 반 만에 서울에서 다시 개최된다는 소식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동아시아가 궁극적으로 공동체 통합에 이를 수 있을까? 그 전망은 밝지 않다. 유럽은 탈냉전 이후 유럽연합이라는 평화공동체를 제대로 공고화해 온 반면, 동아시아는 어느새 미중 경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패를 나누어 대결하는 신냉전 분위기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동아시아도 세계 각국의 젊은이들이 동경하는 평화 세상을 만들어낼 수는 없는 걸까? 이러한 측면에서 곧 개최가 예정된 한·중·일 정상회담의 책임이 막중하다. 무엇보다 그 목적이 바로 동아시아 통합을 진전시켜 전쟁 위협이 없는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여는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울산·경남 영하권 초겨울 추위…일교차 유의
  2. 2[속보] 트럼프 “UFC 회장에 백악관 대변인 제안, 광기 어린 좌파로부터 우리 지켜야”
  3. 3부산서 부탄가스 난로 폭발 사고... 2명 화상
  4. 4'저출생 여파' 내년 초등입학생 역대 첫 20만명대로 감소 유력
  5. 5부산시, 국제e스포츠연맹에 임대료 유상 전환 통보... 사무국 해외 이전 우려
  6. 6정풍송 노래비 건립 재추진 움직임에 밀양시의회 “반대”
  7. 7금관가야 왕도 김해, 내년 '고도' 지정 도전
  8. 8'中 스파이 연루설' 젠슨 황 딸, ‘가족 문제’로 방한 취소
  9. 9올해 3분기 상용직 증가분 75%는 60세 이상…20·30대는 감소
  10. 101249회 로또복권 1등 14명…당첨금 20억2505만 원
  1. 1빚더미 회사에…돈 더 빌려줘 체불 해결하려는 능인선원
  2. 2청와대 정무수석에 최인호 HUG 사장 지명
  3. 3청해부대 임무, 호르무즈 650㎞ 앞까지 확대…해상초계기도 투입(종합)
  4. 4홍익표 정무수석 사의 표명…후임에 최인호 HUG 사장 거론
  5. 5김민석, 신천지 논란에 “죄송…조사결과 공개해도 문제”
  6. 6회생인가 촉구 시민 목소리 1차분 6일 법원 제출
  7. 7이 대통령, 법무장관 후보자에 이용철 지명…국세청장엔 안덕수
  8. 8[속보] 이 대통령 지지율 소폭 반등한 41%…민주36%·국힘 28%
  9. 9김민석, 신천지 논란 재차 사과…“상처 입은 모든 분께 죄송”
  10. 10'조작기소 특검법' 오늘 與 주도 국회 본회의 처리 전망
  1. 1'저출생 여파' 내년 초등입학생 역대 첫 20만명대로 감소 유력
  2. 2'中 스파이 연루설' 젠슨 황 딸, ‘가족 문제’로 방한 취소
  3. 3올해 3분기 상용직 증가분 75%는 60세 이상…20·30대는 감소
  4. 41249회 로또복권 1등 14명…당첨금 20억2505만 원
  5. 5[속보]"'블루웨이브 쇼크'에 세계증시 시총 하루만에 4800조 원 증발"
  6. 6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38.1원… 전주보다 0.2원 ↓
  7. 7동남아 선정 미식여행지 부산 ‘금정산+온천’ 첫선
  8. 8‘블루 웨이브’ 환호한 美증시, 퍼렇게 질린 韓증시(종합)
  9. 9비에 화약 젖을라 손길 분주…400m 대형 불꽃 ‘카운트다운’
  10. 10부산 외국인 관광객 400만시대 성큼... 카드소비 1조 돌파
  1. 1부산·울산·경남 영하권 초겨울 추위…일교차 유의
  2. 2부산서 부탄가스 난로 폭발 사고... 2명 화상
  3. 3부산시, 국제e스포츠연맹에 임대료 유상 전환 통보... 사무국 해외 이전 우려
  4. 4정풍송 노래비 건립 재추진 움직임에 밀양시의회 “반대”
  5. 5금관가야 왕도 김해, 내년 '고도' 지정 도전
  6. 6겨울시작 '입동'인 7일, 부울경 맑고 쌀쌀… 외출땐 따뜻한 옷 필수
  7. 7올가을 첫 얼음 관측… 오전 7시 설악산 영하 9도, 횡성 영하 6.8도
  8. 8[속보]대구서 자신 도우려던 구급대원 얼굴 때린 60대 벌금 700만 원 선고
  9. 9[속보] 도로 온수관 파열로 생긴 구멍에 행인 빠져…전신 60% 화상
  10. 10[속보] 만천하스카이워크 집라인 운행 중 멈춰…승객 30분간 공중에 매달려 있다 구조
  1. 1승부는 원점…‘홈런 공장’ 대구서 거포들의 전쟁
  2. 2페이즈 신들린 블로킹 9개…읏맨, 시작부터 웃었다
  3. 3태권도, 北 전통무술로 각인될라
  4. 4거인 4인방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첫 우승 이끈다…한동희·최준용 중책
  5. 5롯데 전설 故 최동원, 야구인 최초 ‘올해의 스포츠영웅’
  6. 6코르다, LPGA 올해의 선수상 조기 확정
  7. 7동의대 미식축구부 타이거볼 4강 진출
  8. 8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9. 92027 아시안컵 내년 12월로 연기…차기 감독 선임 여유
  10. 10KLPGA 상금왕·대상 놓고 ‘림-솔(서교림·김민솔) 대전’
우리은행
주민자치 모범현장 가다
‘주민대표’가 건축 세부사항까지 의견…지방의회 심사 반영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코뿔소 없음과 진공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국제칼럼 [전체보기]
국조 대상은 조희대가 아니라 증시 참사다
개·고양이 학대는 이제 그만
기고 [전체보기]
부산 관광 다음 키워드는 ‘건축관광’
‘성범죄 취업제한’의 사각지대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세레나데, 다정한 위로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탈서울’ 안 된다던 원안위, 세종행에 왜 침묵하나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도청도설 [전체보기]
공공재
선출 권력 통제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왜 제대로 비워지지 않는지 살펴야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능인선원, 체불임금마저 대여금으로 처리하려 하다니
미 민주당 상·하원 장악…통상·안보 전략 재점검해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낯설고도 궁금했던 부산과의 첫 만남
일상으로의 초대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오래된 건축이 만드는 새로운 연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다림에도 비용이 든다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십시일반(十匙一飯), 나눔이 만드는 연말의 온도
시민 주거안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