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더 많이 두들겨 보아야 할 산복도로라는 돌다리

강동진 경성대 교수

  • 강동진 경성대 교수
  •  |   입력 : 2024-05-23 19:01:01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6·25 전쟁과 함께 시작된 1023일 피란수도의 시간은 부산에 상상치 못한 후폭풍을 몰고 왔다. 폭풍의 진원은 기존 인구의 세 배에 이르는 인구 백만을 넘어 버린 부산의 현실이었다. 핵심은 집이었다. 주택 건설이 어려운 경제 상황이었으니 새집의 탄생은 원조 자금을 근거로 한 공공주택사업이 유일했다. 기록을 보니 1965년까지 4529동이 건설되었다. 넉넉하게 계산해도 3만 명 정도만이 수혜자였다.

1965년부터 부산시가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였다. 외곽 지역 30여 곳을 정책이주지로 정하고, 철거된 도심 불량주거지의 주민을 그곳으로 옮겼다. 또한 1973년 ‘주택개량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따라 철거 이주, 주택(현지) 개량, 공동주택을 짓는 토지구획정리사업 등을 추진했다. 그 즈음 부산을 위한, 그것도 바다(부산항)로의 조망권 확보라는 대의의 정책이 등장했다. 그것은 산복도로(망양로 등)보다 높게 올라오는 건물을 지을 수 없고, 산복도로 위에서는 10~30m 높이까지만 건물을 짓게 하는 고도제한 제도였다. 부산의 공간 특성을 지켜가려 했던 대단한 혜안의 발상이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우리는 이 제도를 50년이 지나 케케묵어 현실과 맞지 않고, 또 원도심(산복도로)의 발전을 저해시키는 주범으로 몰기 시작했다. 부산은 삼포지향(三抱之鄕)의 도시라 불리며, 발달된 구릉지들이 바다와 강과 연이어 있어 전국에서 ‘조망’이란 말이 가장 어울리는 도시로 평가된다. 그 명성의 비결 중 하나가 바로 산복도로의 고도제한 제도였다. 이렇게 생각하니 현실의 틈새를 비집고 뭔지 모를 고민들이 밀려들어온다. 고도제한 해제(완화)가 부산과 지역에 가져다 줄 이익은 과연 무엇인가? 수혜 대상은 누구인가? 누가 떠나고 들어올까? 잃어버리는 것은 없을까? 또 누가 끝까지 책임을 질 것인가?

논란은 북항재개발사업이 불을 지폈다. 바다를 가로 막고 솟아 올라오는, 그것도 주상복합으로 둔갑한 초고층 아파트들이 지어지면서 힘들게 버티던 고도제한의 논리도 무색해지고 말았다. 바다 바로 앞에서 조망을 막으니, 뒤쪽에서의 조망 보호 논리는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 형평성을 잃은 공공정책 앞에 민심은 흔들릴 수밖에 없고, 더군다나 그 정책의 공동책임을 가진 기초자치단체들이 이를 부추기는 실상이니 뒤죽박죽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해제와 완화의 논리는 이렇다. ‘바다가 가려지게 되어 고도제한의 원 의도가 상실되었고, 해제 후 신규 아파트를 지어 인구 유입을 시도하겠다’는 것이다. 틀리지는 않아 보인다. 그런데 주장 속에 빈틈이 크고 또 생각해야 할 것이 많다.

부산시는 조만간 산복도로에 대한 고도제한 해제(완화) 내용을 결정해야 한다. 불과 수개월 뒤의 일이니 조급하지 않을 수 없다. 꼭 이리 해야 한다면 사후 부작용을 최대한 줄임과 동시에 플러스 요인을 지속적으로 가져올 수 있는 구조와 체계를 짜는 것이 상책이다. 많은 것이 촘촘하게 세밀하게 준비되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집중과 선택’이다. ‘어디를 풀고 얼마나 완화해야 하는가에 대한 판단’을 말한다. 이것이 제대로 되지 못한다면 부산의 산복도로 일대는 균형을 잃고 난개발의 온상지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모든 곳을 초고층 아파트로 채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 하나를 꼽자면 ‘부산시가 끝까지 책임을 질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다. 해제(완화) 후의 상황을 민간시장에 맡겨두는 것은 절대 피해야 한다. 공공 개입의 상태에서 조율과 조정 작업이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유연한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 일은 한꺼번에 개발이 진행되는 신도시 개발이 아니며, 최소 수십 년 지속되어야 할 부산의 해결 과제이기 때문이다.

지금 선택하려는 방식은 산복도로의 미래를 결정짓는 매우 쉽고 빠른 길이라 할 수 있다. 사실 현 상황에서도 산복도로 개발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나를 꼽자면 ‘중·저층 고밀개발’의 선택이다. 지형과 조망 조건을 충분히 수용하며 새로운 변화를 모색할 수 있는 방식이기에 많은 이들이 거론했고 또 주장해 왔다. 골목과 동네를 계획의 대상으로 삼고 한집 한집을 설계에 반영하자는 주장이다. 부산시의 중장기적인 투자와 열정이 전제되기에 쉽게 뛰어들 수는 없겠지만, 느리더라도 추진만 될 수 있다면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상상치 못할 연쇄 효과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이다.

인구가 줄어드는 축소시대임에도 계속 집을 지을 수밖에 없는 우리 경제의 모순이 하필 이곳 산복도로에서 반복되어야 한다는 사실 앞에서 무력증을 느낀다. 고지대 구릉지를 보호하기 위한 고도제한을 해제(완화)한 후의 개발에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자칫 시대 흐름과 맞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산복도로와 같은 입지 조건의 땅을 우리처럼 다루려는 선진 도시가 세상 또 어디에 있을까.

그럼에도 해야 한다면 부산시는 무한의 책임을 져야 한다. 섬세하고도 공평한 열린 계획과 창조적인 발상이 넘쳐나는, 그리고 시민 모두가 그 이익을 함께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한 끊임없는 실험과 지속적인 도전만이 그나마 산복도로를 지켜가는 유일의 길이 되어 줄 것이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캉이가 남기고 갈 ‘북항 활성화·기후 대응’ 숙제
  2. 2세입자 보증금 안 준 前 금정구의원…추가 피해 확산
  3. 3부산국제영화제 11년 만에 ‘관객 20만’ 재돌파
  4. 4구·군 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논란, 부산 5곳 폐지 결정…4곳은 “고수”
  5. 5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6. 6[정가 인&아웃] 지역현안 해결사 이헌승 국힘 부산 국회의원, 국제신문 회생에도 팔 걷어
  7. 7민주항쟁사 한 폭에 담은 작가 “부마정신 헌법에”
  8. 8부산TP 수장 중기부 승인…신임 기관장들 내주 취임
  9. 9아파서도, 부적응도 아니다…고교 자퇴 71% ‘내신 세탁용’
  10. 107.5% 폭락 ‘녹아내린 코스피’…7000서 7일 만에 5500으로(종합)
  1. 1[정가 인&아웃] 지역현안 해결사 이헌승 국힘 부산 국회의원, 국제신문 회생에도 팔 걷어
  2. 2北,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 2종 시험발사(종합)
  3. 3‘신천지 與 입당 정황’ 친청계 반발…“김 대표, 조사 과정 제대로 밝혀라”(종합)
  4. 4北 "전날 동해서 2종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
  5. 5신임 靑 비서실장에 임광현 국세청장(종합)
  6. 6김민석 격주 부산행 PK 민심잡기…부마항쟁 기념식 찾는다
  7. 7이 대통령 "부마항쟁 헌법 조문화, 이제는 실천할 때"
  8. 8김민석, 강훈식 서울시장 후보론에 “가능성 열려있다”
  9. 9李 대통령 지지율, 2주 전보다 소폭 오른 44%…부정 평가 49%
  10. 10강훈식 다음 수순은 서울시장 출마?(종합)
  1. 1부산TP 수장 중기부 승인…신임 기관장들 내주 취임
  2. 27.5% 폭락 ‘녹아내린 코스피’…7000서 7일 만에 5500으로(종합)
  3. 3누리호 탄 군집위성, 발사 14시간 만에 첫 지구 촬영 성공
  4. 4‘신뢰 시그널’ 없는 증시…외인 이달만 18조 투매
  5. 540돌 수산무역협회도 부산시대 연다
  6. 6모건스탠리 “고물가 고착화 위험에 한은 내달 금리 올릴 듯”
  7. 7AI 투자 회의론 고개…글로벌 반도체주 ‘먹구름’
  8. 8부산항에 석유 보세구역…북극항로 선박연료 생산·공급
  9. 9커피향 가득한 미래 작가들 ‘사랑방’
  10. 10주가지수- 2026년 10월 15일
  1. 1부캉이가 남기고 갈 ‘북항 활성화·기후 대응’ 숙제
  2. 2세입자 보증금 안 준 前 금정구의원…추가 피해 확산
  3. 3구·군 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논란, 부산 5곳 폐지 결정…4곳은 “고수”
  4. 4민주항쟁사 한 폭에 담은 작가 “부마정신 헌법에”
  5. 5아파서도, 부적응도 아니다…고교 자퇴 71% ‘내신 세탁용’
  6. 6“장림항 레저보트 철수명령 정당” 대법 확정
  7. 7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16일
  8. 8예고 임용강사·학원장 겸직, 전국서 부산예고 가장 높아
  9. 9거짓자백 받았나…法, 17년전 ‘창원 택시기사 살인’ 재심청구 인용
  10. 10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 배재정 전 의원 실형 구형
  1. 1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2. 2득점은 킹, 리바운드는 롱…KCC 살릴 ‘믿을맨’ 찾았다
  3. 3자금 숨통 틔웠다…LIV골프 살아날까
  4. 4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5. 5[뭐라노] 롯데, 이젠 성찰할 때
  6. 6인종차별 당한 엄지성…英 경찰 수사
  7. 7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8. 8황성빈은 첫 도루왕…끝까지 뜨거웠던 타이틀 경쟁
  9. 9한화, 새 사령탑에 류지현…3년 20억원
  10. 10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원자력 청출어람, 스승을 가르치다
국제칼럼 [전체보기]
사라지는 것, 귀 기울일 것
열린 사회와 그 적들
기고 [전체보기]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도청도설 [전체보기]
은정이라는 이름
다시 영화의 시간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에 ‘급여’ 맞춰야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초대 중수청장, 내편 네편 아닌 국민편에 서라
지자체, 현수막 법 준수하고 실태부터 파악해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다민족 사회
부캉이가 북항에 던진 질문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거울 속의 외계인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