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음식을 마음껏 먹지 못하는 것은 참 불행한 일이다. 값비싼 요리나 건강기능식품이 정작 자신의 장(腸)에만 영향을 끼쳐 복통이 생기고 변비나 설사를 유발한다면 난감한 일이다.
30대 초반 치질환자는 몸의 근육 유지를 위해 운동을 하지 않으면 불안했다. 복근 운동을 격하게 하고 꽤 오래 설사를 하면서 탈출된 치질로 수술 받았다. 수술 후 3개월이 지나도 상처가 덧나고 협착이 생겨 재수술하게 됐다. 그래도 상처가 낫지 않아 또 몇 개월 병원을 다녔다. 알고 보니 근육 유지를 위해 영양소를 섭취하고 있었고 그 중에 설사를 유발하는 것이 있었다. 건강기능식품 섭취를 조절하고 나서 증상은 말끔히 호전됐다.
누구나 한번쯤은 배변과 연관된 복통 경련 복부팽만 변비 설사 등의 증상이 반복되는 고통을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만성 기능성 소화기질환으로 기질적 이상 없이 복통과 배변 형태의 변화를 6개월 이상 지속하는 경우를 과민성 장 증후군으로 정의한다. 때로는 단기간에 회복되지 않아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기도 한다.
전체 인구의 약 8~10%에서 증상을 호소한다. 50세 이하, 여성에서, 가족력이 있거나, 정신·신체건강이 허약한 경우, 불규칙한 식생활 습관을 가진 사람에 많이 발생한다. 이에 장의 세균이나 바이러스 감염, 비 특이성 면역장애에 의한 장염, 장내 세균의 변화와 장의 운동성 변화 등 다양한 위해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으나 비정상적인 장의 연동 운동, 특정 음식물 섭취 시 장 점막의 민감도 및 중추신경에서 장으로의 신경전달 방식에 변화를 초래하는 등 복잡한 조합에 의해 상호작용하는 결과로 증상이 초래된다고 추정하고 있다. 이러한 과민성 장의 증상은 생명에 위협적이지 않으나 정서적 불안을 초래하고 삶의 질이 현격하게 저하된다.
수면 부족과 스트레스는 주요 위해 요소이다. 충분한 수면은 우리 몸의 여러 생리과정을 정상적으로 조절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 몸은 24시간을 주기로 일정한 수면이 필요하다. 수면은 곧 휴식이고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는데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 이완과 소화를 촉진시켜 소화기 운동을 증가시킨다. 아침에 일어나서 움직이거나 물을 마시면 배변 활동이 촉진된다.
스트레스는 음식이나 호르몬 또는 여러 환경 요인과 같은 특정 유발 요인에 더 쉽게 영향을 받게 작용해서 장의 민감도를 높인다. 장의 연동 운동을 증가시켜 설사를 유발하기도 하고 때로는 운동을 감소시켜 변비를 유발하기도 한다. 또한 장내 미생물의 구성에 영향을 주어 유익한 세균의 밸런스를 무너뜨려 염증을 유발해서 증상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변의 색깔과 형태를 관찰해서 변비의 정도를 예상하고 소화기능과 염증 또는 암이 있는지 등을 추정하기도 한다. 염소 똥 모양이나 소시지 모양의 딱딱한 덩어리 변은 변비를 동반한다. 소시지 형태이지만 중간에 금이 가 있거나 매끈하고 부드러우면서 배변에 힘이 들지 않는 변은 건강한 변이다. 조각난 덩어리에 가장자리가 선명한 모양으로 배변에 지장이 없는 것도 정상이다. 곤죽과 같이 찐득하고 고체 형태가 없이 묽게 나오는 것은 장의 운동기능이 떨어져 있거나 수분흡수 기능이 부족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적절한 운동과 함께 식생활 습관의 조절이나 자기 관리로 해결되면 제일 좋다. 통상 치료는 약물요법과 비 약물요법을 병행한다. 약물 치료는 약제에 대한 부작용이 동반될 수도 있어 시행착오를 겪기도 한다. 식이는 장내에서 발효되기 쉬운 올리고당 이당류 단당류, 그리고 폴리올 등 탄수화물은 쉽게 흡수되지 않고 가스를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자신에 맞지 않는 섭식을 조절하는데 일지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술은 당연히 좋지 않다. 체중 감소, 야간 설사, 출혈을 동반한 검정색 점액 변, 빈혈, 오심, 구토, 배변 후에도 해소되지 않는 복통이 지속되면 암이나 염증과 관련이 없는지 확인하는 과정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