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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노무현이라면…

박재율 지방분권균형발전 부산시민연대 상임대표·지방분권전국회의 공동대표

  • 박재율 지방분권균형발전 부산시민연대 상임대표
  •  |   입력 : 2024-05-26 19:48:30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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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그 이름이 떠오른다. 5월(23일)이 그의 기일이어서만이 아니다.

지난 4·10 총선을 거치면서 작금의 정치 현실을 보면서 오히려 노무현의 이름이 돋을새김 된다. 지역할거주의 정치를 타파하기 위해 눈앞의 정치적 이해에 매몰되지 않고 스스로를 희생하며 원칙과 상식을 실천하려고 했던 우직한 정치인. 이미 저출생 고령화와 지역소멸의 위기가 성큼 다가왔음을 인식하고 수도권 집중에서 국가균형발전으로 그 위기를 헤쳐 나가야 한다는 국정 방향을 정립했던 깨어있는 정치인.

물론 대통령 노무현의 국정 수행에는 비판받을 부분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스스로도 뒤에 인정했던 직설적인 화법, “대통령 못 해먹겠다” 등의 발언이 국정 책임자로서의 리더십에 손상을 입혔다. 그리고 부동산 정책 실패와 같이 민생 분야도 그리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대통령 임기 중 평균 지지율도 낮은 편이었다.

그러나 그가 역대 대통령 최초로 임기를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간 뒤, 그리고 서거 이후, 대통령 재임 시기보다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역대 대통령 선호도 조사에서 수위를 다투는 결과를 볼 수 있다. 퇴임 뒤 손자와 스스럼없이 지내며 유기농법 농사를 짓는 소탈한 모습이 대중적 친밀도를 상승시킨 면도 있지만 지역할거주의 정치와 수도권 집중의 국정을 국민통합과 균형발전으로 전환하고자 온 몸을 던지고 뚝심 있게 추진하던 그 모습이 깊이 아로새겨져 있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노무현이라면…. 그는 오늘의 정치 현실을 보면서 무슨 말을 할까, 생각해 본다.

“아이고 이제 좀 안 찾아왔으면 좋겠는데, 허허…, 전직 대통령한테 당 지도부가 선거 앞두고 찾아오고, 유력 정치인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방문하고…, 뭐 덕담 한마디 건네면 그걸 침소봉대해서 해석하고, 언론에 나가고…, 국민통합에 무슨 도움이 되겠습니까? 전직 대통령도 당원이기는 하지만 정치가 분열하고 대립하고 갈등하는 모습이 자꾸 심해지는데…, 전직 대통령은 그래도 타협하고 통합하는 데 좀 더 상징적인 모습으로 비칠 수 있게 여러분들이 좀 도와주세요. 이제 찾아와도 문 안 열어줄 겁니다. 허허….”

“이번 총선을 보니까 국가균형발전하고 지방분권에 대한 얘기가 눈에 띄지 않던데…, 수도권 의원 수가 많고, 하기야 유권자 수가 수도권이 절반이 넘으니까. 그리고 국가 정책을 다루는 사람 상당수가 서울에, 그것도 강남 쪽에 집이나 건물이나, 뭐 이런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자꾸 늘어나다 보니까…. 자식 교육도 그렇고…, 분권은 화끈하게 하지는 못해서 좀 아쉽지만 세종시 만들고, 공공기관 이전하고…. 균형발전은 내 5년 임기 중에 그래도 강하게 추진한다고 했는데, 이번에 2차 공공기관 이전이나 헌법 개정해서 수도 이전하고, 뭐 그런 균형발전이나 분권 공약이 도드라지지 않던데…. 인구는 줄어들고, 고령화 속도는 가파르고, 정말 큰 일 아닙니까? 이건 여야 문제, 정파 문제가 아닌데, 휴우∼”

대한민국의 양극화는 심각하다. 주거 교육 보건의료 등 사회적 양극화와 정치·행정의 정치적 양극화가 수평적 차원과 수직적 차원에서 연계되어 심화되고 있다. 계층적 불평등, 불균형과 더불어 수도권 중심의 공간적 불평등과 불균형이 얽혀 있다. 경직된 보수, 진보의 장막과 대립, 구체적 정책, 국정 운영과 연관되지 않는 단순 세력 다툼의 정파 내 분열과 갈등이 강고한 중앙집권형 정치·행정의 틀 속에서 역설적으로 공생하고 있다.

그리하여 거대 양당의 강력한 자장을 바탕으로 대통령 쟁탈전에 몰두하며 제 3의 목소리를 차단하고, 지역의 자율적 정치·행정 거버넌스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국가균형발전은 공간적 불평등, 불균형만이 아니라 계층적 불평등,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국정 철학이고 실천 과제일 수밖에 없다, 지방분권은 여전히 권위적인 대통령중심제를 중심으로 하는 갈등과 대립을 해소하기 위한, 수평적 분권과 동반해야 할 수직적 분권으로서 필수적인 국정 과제다.

균형발전, 지방분권과 국민통합이 긴밀히 맞물려 있는 절체절명의 현실을 노무현, 그의 이름으로 곱씹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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