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인문학 칼럼] 술이 원수

강인했던 알렉산드로스, 포도주 폭음 탓 일찍 숨져

로마 실력자 안토니우스, 술·여자에 빠져 결국 몰락

김진식 정암학당 연구원·로마문학박사

  • 김진식 정암학당 연구원·로마문학박사
  •  |   입력 : 2024-05-29 19:54:34
  •  |   본지 2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외가는 막걸리로 유명한 경기도 지평이다. 술이 좋아서 그런지 유난히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 집안에 많았고, 술 때문에 탈도 많았다. 특히 술이라면 사족을 못 쓰던 작은 외삼촌은 친지들에게 숱하게 폐를 끼치고 가정불화를 겪었고 본인의 삶도 순탄하지 않았다. 결국 술로 인해 세상을 일찍 등지고 말았다. 술이 빚은 서글픈 인생은 외할머니의 말마따나 술이 원수였다.

술은 비단 한 집안만의 문제는 아닌 듯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은 2019년 우리나라에서 음주로 인해 발생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대략 연간 15조 원으로 추산했다. 음주로 인한 범죄도 무서울 정도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음주운전 사고는 2004년 2만5150건이 발생했고 사망자는 875명, 부상자는 4만4522명이다. 이 수치는 2015년까지 다소 증가하는 추세로 꾸준히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다가 2016년에 이르러서야 2만 건 아래로 내려간다. 그래도 여전히 2023년 음주운전 사고는 1만3042건이 발생했고 159명이 목숨을 잃었다.

술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망신과 고통의 근원으로 지목됐고, 명예로운 평온을 추구하는 모두에게 경계해야 할 대상이었다. 네로 황제의 스승이었던 철학자 세네카는 현명한 사람이라면 술을 마셔서는 안 된다고 말하며 다음과 같은 이유를 댄다. 술은 온갖 악행을 촉발한다. 악행을 막아주던 염치를 술이 걷어내기 때문이다. 과도한 술이 영혼을 장악하면 숨겨져 있던 온갖 악행이 고개를 든다. 술에 취한 사람은 욕정에 휩싸여 침실에 도착할 때까지 참지 못하고 자신의 욕망을 적나라하게 추구한다. 술에 취해 염치를 잃은 사람은 자신의 탐욕을 세상에 떠벌려 꺼내놓는다. 술에 취해 음탕해진 사람은 가만히 있지 못하고 혀를 휘둘러 지껄이고 손으로 쉴 새 없이 더듬는다.

세네카는 과도한 음주로 신세를 망친 대표적인 인물로 알렉산드로스 대왕을 꼽는다. 술은 더없이 강인하고 용감한 사내를 몰락시켰고, 고분고분하지 않고 굴종을 모르던 사내를 굴복시켰으며, 아시아를 넘어 인도까지 정복한 불굴의 용사를 정복해 버렸다. 그는 엄청난 행군을, 엄청난 전투를, 엄청난 추위를, 미지의 수원에서 발원한 엄청난 강과 엄청난 바다를 무사히 돌파해 세계의 끝에 이르렀지만, 엄청난 크기의 헤라클레스 술잔에 담아 마시던 포도주 앞에 무너져 일찍 숨지고 말았다. 그는 심각한 고열에 시달리면서도 고열로 인한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다시 술을 마시고 쓰러졌다가 깨어나지 못했다.

세네카를 비롯해 고대의 기록에 따르면, 카이사르의 후계자가 될 뻔한 안토니우스도 술에 취해 추하고 잔인한 모습을 보였고 끝내 신세를 망친 인물이다. 그는 시도 때도 없이 술에 절어 있었고 씀씀이가 헤펐으며 여자들에게 치근거렸다. 대낮에 잠을 자거나 미친 사람처럼 어슬렁거리고 밤이면 잔치로 흥청거리거나 가무를 즐기거나 광대와 배우의 결혼식에 참석했다. 그는 희극 배우 히피아스의 결혼식에 참석해 밤새도록 마신 이튿날 이른 아침에 로마 시민이 모두 지켜보는 가운데 연단에 올라 그의 외투에 음식물과 포도주를 토했다고 한다. 또한, 안토니우스는 술의 부추김을 받아 잔인한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정적이었던 국가 지도자들의 머리를 잘라 술자리에 구경거리로 가져오게 했고, 재산이 몰수되고 처형된 자들의 얼굴과 손을 더없이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잔치에서 확인하고자 했다. 술에 만취한 그는 피의 갈증을 느꼈던 것이다. 폭음은 잔인함을 낳고 맑은 정신은 손상되고 거칠어진다. 자제력은 사라지고 광기의 습관은 굳어지고 술로 시작된 과오는 술이 없을 때도 지속된다.

플루타르코스에 따르면 술에 빠진 안토니우스를 무너뜨린 치명적인 결정타는 클레오파트라였다. 그 때문에 가슴속 정열이 미쳐 날뛰게 되었고, 유혹에 저항할 수 있었던 그나마 알량한 자질도 모조리 파괴돼 사라져 버렸다. 클레오파트라의 알렉산드리아에서 세상에서 가장 귀한 시간을 허송하며 매일 엄청난 비용을 들여 술잔치를 벌였다. 심지어 아우구스투스와 마지막 대결이 된 악티움 해전을 앞두고도 안토니우스는 달라지지 않았다. 이때 아우구스투스는 자신이 술의 신 디오니소스와 싸우러 간다고 선전할 정도였다. 악티움을 향해 전함으로 이동하면서 안토니우스는 클레오파트라를 대동해 연일 잔치를 벌였다. 그가 사모스섬에 도착했을 때 사모스섬은 피리와 현악기 소리로 하루가 지고 날이 밝았고 극장은 관객들로 넘쳤고 합창단은 서로 재주를 견주었다. 주변의 섬에서 마치 전승 축제의 제물인 양 황소 한 마리씩을 보내왔고 안토니우스를 즐겁게 해 줄 수 있는 여흥과 선물을 앞다투어 마련했다. 이런 일은 다음 기착지였던 아테나이에서도 똑같이 반복됐다. 패배는 안토니우스에게 정해진 운명이었고 실제로 그는 악티움 해전에서 패해 몰락하고 말았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서 미분양 1군 브랜드 486가구 통째 전세로 공급(종합)
  2. 21만석으로 줄여라? BPA 초라한 아레나돔 고집
  3. 3가덕 첫삽 끝내 연내로 후퇴…당정 “공사비 8500억 증액”(종합)
  4. 4김해공항 10개월째 수장 공백…제2 출국장 부분 운영 여전
  5. 5면접 보고 그날 합격 통보…BIFC 채용행사
  6. 6단거리 최강馬 위너클리어 짜릿한 역전승…국제신문배 우승
  7. 7선박 2척 버티기…수영만요트장 재개발 착수 해 넘기나
  8. 8“실책·기복 없어야 강팀…거인 맞춤 훈련 강화할 것”
  9. 9선거법 위반 혐의 양산시 특보 숨진 채 발견
  10. 10“지광은 국제신문 떠나라” 직원 빗속 상경투쟁
  1. 1주민자치회 정식 출범 원년…유럽 모범사례 현장을 가다
  2. 2[와이라노] “한국은 단검” 美 안보청구서 점점 커진다
  3. 3박수영 ‘국쫌만’ 300회…888건 민원 풀어
  4. 4820조 예산전쟁 개막…여야 ‘3대 메가·미래기금’ 격돌 예고
  5. 5‘주민대표’가 건축 세부사항까지 의견…지방의회 심사 반영
  6. 6국회 최다선 국힘 조경태 의원, 국제신문 회생 노력 지지하고 지광 스님에게 회생 동의 촉구
  7. 7北 해커, 비트코인만 1만8270개(약 1조8701억원 ) 훔쳤다
  8. 8“7개 정당 19명 치열하게 토론…대화·설득으로 의견 일치 봐”
  9. 9李대통령 “경제 뚜렷한 회복세…모두의 성장으로 대전환해야”
  10. 10민주, 조희대 ‘계엄 동조’ 여부 정조준
  1. 1부산서 미분양 1군 브랜드 486가구 통째 전세로 공급(종합)
  2. 21만석으로 줄여라? BPA 초라한 아레나돔 고집
  3. 3가덕 첫삽 끝내 연내로 후퇴…당정 “공사비 8500억 증액”(종합)
  4. 4면접 보고 그날 합격 통보…BIFC 채용행사
  5. 5부산은행 김해공항점 계속 운영
  6. 6편의점 번진 요거트 인기…세븐일레븐 ‘요즘’과 맞손
  7. 7[뭐라노] 가덕 첫삽 끝내 연내로 후퇴…당정 “공사비 8500억 증액”
  8. 8에어부산, 부산~광저우 신규 취항 특가… 편도 14만9900원부터
  9. 9에어부산, 부산~광저우 신규 취항 특가… 편도 14만9900원부터
  10. 10중산층 10명 중 4명 벌이 줄었다
  1. 1김해공항 10개월째 수장 공백…제2 출국장 부분 운영 여전
  2. 2선박 2척 버티기…수영만요트장 재개발 착수 해 넘기나
  3. 3선거법 위반 혐의 양산시 특보 숨진 채 발견
  4. 4“지광은 국제신문 떠나라” 직원 빗속 상경투쟁
  5. 5여전한 특수학교 님비 “주민체육시설 끼워 짓자” 고육책
  6. 6“국제신문 위기는 민의 위기” 지역사회 잇단 지지
  7. 7[속보]미 플로리다 팜비치 카운티 도로에 제트기 추락, 탑승자 9명 전원 사망
  8. 8경비·미화 넘어 AI·관광 전문가로…은퇴 뒤 더 빛나는 삶
  9. 9광주 ‘통합’·부산 ‘연합’…영호남 시민단체, 초광역 상생 대안 모색
  10. 10국힘 과반 양산시의회, 민감한 3개 안건 부결 왜?
  1. 1단거리 최강馬 위너클리어 짜릿한 역전승…국제신문배 우승
  2. 2“실책·기복 없어야 강팀…거인 맞춤 훈련 강화할 것”
  3. 3“좋은 젊은 피 많아…잠재력 극대화”
  4. 4삼성, KIA 6-1 꺾고 2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
  5. 5BNK, 여자농구 개막전 ‘디펜딩챔프’ KB 완파
  6. 6‘친정 팀 복귀’ 이동욱 감독, “기본기 다져 승리하는 팀으로 만들겠다”
  7. 7“AG 환희 잊고…리그 첫 경기부터 승수쌓기 총력”
  8. 8마침내…밀워키, 월드시리즈 첫 우승(종합)
  9. 9괜찮을까…모레노호, ‘96라인’·손흥민 모두 품었다
  10. 10여자프로농구 절반이 女감독
우리은행
주민자치 모범현장 가다
‘주민대표’가 건축 세부사항까지 의견…지방의회 심사 반영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진짜 질문의 시작
국제칼럼 [전체보기]
개·고양이 학대는 이제 그만
부캉이에게 부끄러운 북항 재개발 민낯
기고 [전체보기]
‘성범죄 취업제한’의 사각지대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세레나데, 다정한 위로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탈서울’ 안 된다던 원안위, 세종행에 왜 침묵하나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도청도설 [전체보기]
호감과 비호감 사이
클릭으로 여는 독도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왜 제대로 비워지지 않는지 살펴야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신세계타운, 센텀시티의 새 도약과 부산의 미래 이끌길
대통령의 SNS 신중함과 절제로 국정 신뢰 지켜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SNS라는 광장, 우리는 서로의 말을 듣고 있는가
반복된 일상에서 마음의 여유를 찾는 법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다림에도 비용이 든다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시민 주거안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