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아침숲길] 엉겅퀴를 찾아서

김재원 동화작가

  • 김재원 동화작가
  •  |   입력 : 2024-06-25 19:42:46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나는 약초 물을 마신다. 생수 대신 여러 가지 약초를 넣고 끓여 마신 지가 꽤 오래되었다. 약초라고 이름을 붙여서 그렇지 특별한 비방은 아니다. 내가 가꾸는 텃밭에 있는 평범한 것들이다. 뽕잎 어성초 인진쑥 풍년화 으름 가막살나무 오가피 느릅나무 싸리나무 모시풀 엉겅퀴 등이다.

이런 재료를 주전자에 넣고 끓이는데 눈짐작으로 대충 하기 때문에 할 때마다 조금씩 다르다. 한때는 너무 진하게 끓여 마셨더니 아내가 간에 무리가 간다고 잔소리를 하는 바람에 요새는 연하게 해서 마시고 있다. 이런 약초 물을 꾸준히 마셔서 그런지 여태 큰 병 안 걸리고 건강하게 살아왔다.

앞에서 언급한 약초 가운데 두 가지만 꼽으라면 뽕잎과 엉겅퀴다. 뽕잎은 뽕나무만 심어 놓으면 쉽게 구할 수 있는데 엉겅퀴는 그렇지 않았다. 지금은 많이 번식시켜 놓았지만 한때는 보기조차 어려웠다. 엉겅퀴에는 실리마린이란 성분이 많은 데 간 건강에 도움을 준다. 이름 그대로 피를 엉기게 해서 지혈시키기 때문에 혈관 건강과 당뇨에도 효과가 있다. 예전에는 도시 근교에서 쉽게 볼 수 있었지만 사람들이 보기가 무섭게 뽑아 가버렸기 때문에 지금은 거의 사라지고 없다.

한 번은 어느 약초꾼을 따라 진해 해군기지 근처까지 갔는데 오지라서 그런지 엉겅퀴가 많이 있었다. 그날은 가방 가득 엉겅퀴를 채워 왔지만 그분이 이사 가고 나니 혼자서는 어디인지 알 수 없었다. 대충 눈대중으로 찾아가 보았지만 엉뚱한 곳을 헤매다가 그냥 돌아오고 말았다. 또 한 번은 재약산 등산을 갔다가 내려오는 길에 엉겅퀴 군락지를 발견했다. 노다지를 발견한 듯 무척 기뻤다. 가방을 내려놓고 한 아름 뜯어왔는데 2~3년 뒤에 가보니 군락지가 텅 비어 있어 허망했다. 나는 엉겅퀴를 보더라도 꽃대나 줄기만 뜯어오는데 남들은 뿌리째 뽑아가니 온전할 수가 있겠는가?

결국은 내가 직접 엉겅퀴를 키울 수밖에 없었다. 등산을 갈 때마다 혹시 엉겅퀴가 있는지 눈여겨보았다. 부산 주위에서는 보기가 쉽지 않아 양산이나 밀양 쪽으로 자주 갔다. 산길을 걷다가 엉겅퀴를 발견하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아무리 많은 곳이라도 두어 포기만 캐서 배낭에 담아와 텃밭 귀퉁이에 심었다. 아내는 채소가 아니면 잡초 취급을 하는 사람이라 이상한 걸 심는다고 자꾸 변방으로 밀어내었다. 엉겅퀴는 서자 신세가 돼 나무 그늘 밑에 웅크리고 있다가 시들어 죽고 말았다. 어찌나 안타까운지 마음이 아팠다.

양지바른 밭에 심지 않으니 번식시키기가 쉽지 않았다. 몇 번이나 죽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했다. 이젠 엉겅퀴에 귀한 성분이 있고 없고가 문제가 아니었다. 이건 자존심 문제였다. 초보 농부도 아닌데 자꾸 죽으니 자존심이 상했다.

사람이 마음먹고 노력해서 안 되는 일이 뭐가 있겠는가? 기필코 살려내고야 말겠다는 각오로 엉겅퀴를 열심히 보살폈다. 여러 차례 실패한 끝에 드디어 몇 포기가 살아났다. 처음이 어렵지 그 다음부터는 씨앗이 바람에 날려서 스스로 돋아나기 시작했다. 그 귀하디귀한 엉겅퀴 꽃이 가득 피어나자 큰 보람을 느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보랏빛 꽃물결이 일렁거리는 것을 바라보니 한없이 기뻤다. 내가 굳이 저걸 뜯어 먹지 않더라도 가까이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바라보기만 해도 좋은 사람처럼!

우유를 받아 마시는 사람보다 우유 배달하는 사람이 더 건강하다는 말이 있듯이 엉겅퀴를 뜯어 먹는 것보다 그걸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돌아다니고 어린 모종을 살리기 위해 애쓴 것이 건강에 더 좋지 않았을까? 어찌 엉겅퀴뿐이랴! 뽕나무도 처음에는 구하기가 어려워서 애를 쓰다가 하동으로 놀러 갔을 때 우연히 길가 아스팔트 균열된 틈에 어린 뽕나무가 몇 포기 뿌리 내린 것을 보았다. 그걸 뽑아와 심었더니 잘 자라서 지금은 내 키보다 훨씬 더 크다. 모시풀은 양산 어느 산자락을 오르다가 뽑아와 심었는데 두 번이나 죽어서 세 번째 심은 뒤에야 간신히 살렸고….

오늘도 채소밭 너머에 있는 약초들을 돌아보며 하나하나 눈 맞춤을 하고 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오늘이슈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에 엔비디아 전용 생산라인 선다(종합)
  2. 2전국 언론인 청와대 앞 집결…“국제신문 대주주 엄벌” 촉구
  3. 3되돌아와 수로 출구 앞에서 맴도는 부캉이
  4. 4부산 재정자립도 1위 강서구, 생활임금 도입 나홀로 거부
  5. 5공공 건설현장인데…추락 안전망 없고 감독 태만 부지기수
  6. 6북극항로 개척자 “유빙·극한환경서 새 희망 봤다”
  7. 7종합 6위 부산, 고른 활약에도 아쉬움
  8. 8로그인 없이 서버장악 가능…전 세계 ‘PHP’ 보안 비상
  9. 9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23일
  10. 10가덕 공사비 증액 ‘강제’ 아닌 ‘권고’…법개정 정부 초안 논란
  1. 1가덕 공사비 증액 ‘강제’ 아닌 ‘권고’…법개정 정부 초안 논란
  2. 2北 “국경선 확성기 외 새 대응수단 대기” 연일 대남 협박(종합)
  3. 3최길수 특별감찰관 청문보고서 채택
  4. 4공소청 첫 국감 ‘李 공소 취소’ 공방…檢 총장 대행 “검토·지시 한 바 없어”
  5. 5금융위원장 "산은 부산 이전 하지 않는 것으로 정리" 파장
  6. 6더 밀릴 수 없다…지지율 위기에 정면돌파 택한 당청
  7. 7김용범·김현지 국감 증인채택 무산
  8. 8[뭐라노]4년에 한 번 올릴 기회…기초의회 의정비 인상 붐
  9. 9김여정 "국경선 새 대응수단 임무대기…확성기도 수일 내 가동"
  10. 10이 대통령 "중수청 지휘감독 포기하는건 탄핵사유" 野 "국무회의 참석하면 밀실지휘 없어지나"
  1. 1부산에 엔비디아 전용 생산라인 선다(종합)
  2. 2북극항로 개척자 “유빙·극한환경서 새 희망 봤다”
  3. 3로그인 없이 서버장악 가능…전 세계 ‘PHP’ 보안 비상
  4. 4부산시대 연 HMM, 올해만 6조원 투자
  5. 5부산 온 인도 구자라트주 대표단, 지역기업과 조선·금융 협력 모색
  6. 6서낙동강 수변입지에 4Bay 구조…실속 갖춘 59㎡ 단일평형 차별화
  7. 7[한 손 뉴스] 낙상·실종 막는 ‘스마트신발’…부산TP, 노약자 지원 확대
  8. 8흑백요리사 셰프, 국내산 수산물 해외 홍보 나섰다
  9. 9부산건설사·대기업, 상생협력 머리 맞댄다
  10. 10한은 기준금리 3% 동결…긴축 유지, 속도조절 속 내달 다시 인상 가능성(종합)
  1. 1전국 언론인 청와대 앞 집결…“국제신문 대주주 엄벌” 촉구
  2. 2되돌아와 수로 출구 앞에서 맴도는 부캉이
  3. 3부산 재정자립도 1위 강서구, 생활임금 도입 나홀로 거부
  4. 4공공 건설현장인데…추락 안전망 없고 감독 태만 부지기수
  5. 5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23일
  6. 6취임하자마자…도시철 파업 막기 숙제
  7. 7특검팀, 마산합포구선관위 등 투표자수 허위 입력 6곳 추가 확인
  8. 8구조하다 놓친 익수자 숨진 채 발견
  9. 9부산 다문화 고교생 5년새 2배…정작 한국어학급 ‘0’
  10. 10부산청년 취업 등 여전히 팍팍하네 “맞춤형 정보 절실”
  1. 1종합 6위 부산, 고른 활약에도 아쉬움
  2. 2만년 꼴찌 삼성 선두 ‘파란’…前 챔프 KCC 최하위 ‘수모’
  3. 3쇼트트랙 전설 최민정의 마지막 질주
  4. 4‘높이’ 키운 BNK썸, 2년 전 영광 재현 노린다
  5. 5호랑이 발톱 세운 김도영…돌아온 사자 포효 최형우
  6. 6축구협회장 선거, 12월 18일 추진
  7. 7요트 하지민, 레이저급 정상…전국체전 16연패 역사 쓰다
  8. 8부산시설공단 여자핸드볼팀 전국체전 2년 연속 금메달
  9. 9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10. 10유럽 강호 맞서는 김시우·임성재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진짜 질문의 시작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국제칼럼 [전체보기]
원칙이 흔들린 대가
‘빵과 책’·양자경·강말금 그리고
기고 [전체보기]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도청도설 [전체보기]
if, 손아섭
교육이라는 희망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기초의회 의정비 증액, 합리적 기준이 필요하다
특별감찰관 부활, 임명보다 실질적 감찰이 중요하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이불 킥’의 순간에 도움 될 심리학 지식 한 스푼
문화예술의 시대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거울 속의 외계인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