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 저출생·고령화라는 단어가 늘 수식어처럼 붙어 다니는 부산은 위기 상황으로 미디어에 묘사된다.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 표현이지만 댓글 창에서도 노인과 바다라는 수식어가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도시가 돼버렸다. 노인 인구가 급증하면, 출생률이 낮으면 마치 지구 종말이라도 오는 것처럼 두려워하고 놀림의 대상이 돼버린다. 최근 전국 광역도시 최초로 소멸위험단계에 진입했다고 하니 그 논란은 더욱 커지는 것만 같다.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보고자 한다. 인간은 무조건 다음 세대를 생산해야만 하는가. 생명 연장은 역사적으로 황제들이 바랄 정도로 큰 축복이 아니었던가. 산업의 형태에 따라 지역이 흥하고 쇠하는 일이 최초의 경험인가 하는 따위의 질문들 말이다. 통계가 가르쳐주는 세상의 모습과 우리 사회의 현상들을 쉽게 해석해 주는 부분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 너머에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한다.
나이의 많고 적음은 그 지역의 좋고 나쁨을 결정하는 요인이 될 수 없다. 노인이 많이 살면 나쁜 동네이고 청년이 많이 살면 좋은 동네인가? 노인이 서로 돌보며 질병을 예방하는 일부터 시작해 요양병원이나 재개발 등의 사유로 정든 곳을 떠나지 않고 공동체를 유지하며 생을 마감할 때까지 살 수 있는 조건이 된다면 과연 나쁜 것일까? 청년이 은둔형 외톨이 이거나 우울 등 정신건강의 어려움으로 사회활동을 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자활사업장에 출근도 못 하고, 고시원에 밀집해 모여 산다면 과연 좋은 것일까? 극단적인 예시이고 비약이 심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결국 본질은 ‘어떻게’ 사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을 간과해선 안 된다.
출생률도 마찬가지이다. 생산성이 높은 존재로 인간을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벗어나야 한다. 모든 인간은 다음 세대를 생산할 의무가 있다고 어느 법에서도 명시하지 않는다. 본질은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가이다. 개인이 짊어진 삶의 무게가 가족을 부양하고 양육할 수 있을 정도로 무겁진 않은가 하는 삶의 질을 진단하는 것에서 그 물음이 시작돼야 한다. 좋은 삶은 생산성이 높은, 저비용 고효율로 표현되는 것이 아니라 고 노회찬 의원이 말했던 것처럼 악기 하나쯤은 연주할 수 있는 삶일지도 모른다.
결국 그 지역이, 그 도시가 좋은 도시인가는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여건들이 충분한가의 물음에서 시작해야 한다. 소멸위기, 저출생·고령화라 일컫는 현상은 삶이 무너졌을 때 나타나는 결과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말이다. 결국 사회안전망, 기본에서부터 점검이 필요하다.
부산시는 하반기 인구정책담당관을 신설해 인구 감소 종합대책, 이민·외국인 정착지원, 다문화가정 지원 등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인구 감소가 무조건 나쁘다는 부정적인 인식에서 출발한 것 아닌지 우려스럽다. 양적으로 인구를 늘린다는 껍데기에 집중하면 삶을 유지하지 못해 발생하는 다른 사회문제가 발현될 수 있다. 부산시 인구정책은 프로스포츠팀처럼 어디서 영입해 온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부산이 좋은 도시가 되려면 부산시가 할 수 있는 보편적인 사회안전망을 체감할 수 있게 하면 된다. 가장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돌봄의 무게를 함께 나눠지기 위해 민간 위탁이나 개인 사업자 형식의 사회서비스를 확장하는 것이 아니라 공공 위탁 즉 부산시 책임의 돌봄 인프라를 확장해 나가야 한다. 국가적으로는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휴직제도 등을 통해 개인의 삶을 더욱 보장하는 방향을 지향해야 할 것이다.
과잉 진료와 간병 부담으로 아파도 치료받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병원의 기능과 역할을 지원해야 한다. 의사 증원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양성된 의사가 어떤 의료기관에서 일을 하느냐가 더욱 본질적인 접근이 된다. 이렇듯 삶의 무게를 부산시가 경감시켜 줄 수 있는 정책들이 인구정책의 지향점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다시 말하지만 작금의 현상은 삶이 무너졌을 때 나타나는 결과이다. 부산시가 부디 인구정책을 껍데기에만 집중하지 않기를 바란다. 적어도 좋은 도시는 그런 방식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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