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세상읽기] AI시대의 천국과 지옥, 그리고 민주주의

정대성 부산대 역사교육과 교수

  • 정대성 부산대 역사교육과 교수
  •  |   입력 : 2024-07-02 19:30:50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세상이 온통 AI(인공지능) 이야기다. 자동차나 스마트폰, 가전제품에 속속들이 접목되며 AI가 일상생활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AI 소재 영화와 드라마도 쏟아지고 AI 가수가 인간 아티스트와 팬덤을 놓고 경쟁하는 중이다. 미술전에서 AI가 상을 받고 감독처럼 영화까지 뚝딱 만들어낸다. 짧은 미완성 메모를 토대로 AI가 ‘베토벤 10번 교향곡’을 완성한 것도 큰 관심을 끌었다. 가히 ‘AI 천국’이라 할 만하다.

SF영화야 오래전부터 할리우드 단골 장르고, 로봇 창조라는 인간의 상상력도 일찌감치 나래를 폈다. SF소설의 효시라는 ‘프랑켄슈타인’은 이미 1818년에 나왔으며, 로봇이 인간을 돕거나 위협한다는 설정은 영화나 문학작품으로 숱하게 변주되었다. 하지만 그런 상상력이 현실 속으로 성큼 들어온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원래 조류독감(Avian Influenza)의 준말로 사용되던 AI는 2016년 이세돌과 알파고의 세기의 바둑 대결 이후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으로 확실히 굳어졌다. 이후 AI라는 말이 도처에 출몰했지만, 피부로 와닿는 사건은 2022년 오픈 AI 기반의 챗GPT 열풍이었다. 너도나도 실제로 사용해보며 AI의 능력과 실용 가능성이 제대로 각인되었다. AI는 사피엔스 인류의 운명과 관련된 강력한 요인으로 자리 잡았고, 다양한 분야가 AI와 함께 급속히 변화하는 중인 것이다.

대학도 그렇다. 과학기술과 동떨어져 보이는 역사 전공수업에서도 ‘AI시대 역사학과 역사학자’의 역할을 짚어보게 된다. AI가 쓴 역사책도 머지않아 나올 듯하다. 영화 관련 강의에서는 AI 감독이라는 영화사 초유의 격변을 성찰해야 하고, 음악 과목은 제목과 가사와 악기나 곡 스타일을 넣어주면 AI가 바로 음악을 만들어내는 상황에서 ‘예술(가)의 역할과 본질’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AI가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보이던 예술과 지적 생산의 문지방을 넘어서는 실정이다. 한마디로 이제 ‘위드 AI’는 인류 역사의 불가피한 흐름이고 AI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 어렵다.

인간의 지적, 제도적 총화인 민주주의도 이런 흐름에 직면했다. 그 결과 ‘AI와 민주주의’ 문제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AI가 과연 민주주의와 어떤 관련을 맺고, 민주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를 둘러싼 논쟁이 벌어진다. 진영은 크게 긍정론과 부정론으로 나뉜다. 한쪽에서는 AI 기술의 도움으로 시민이 의견을 더 잘 표현해 민주주의에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AI 기술의 상업화에 박차를 가하는 기업과 개발자가 대표적인 그룹이다. ‘AI의 민주화’라는 기치 아래 일부 부정적인 요소가 없지 않으나 AI가 민주주의에 긍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낙관한다.

부정론도 만만치 않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같은 SNS가 민주주의의 기본인 소통은 고사하고 각종 대립과 혐오를 조장하는 공간으로 전락했듯, 거대 기업이 선도하는 AI 기술 역시 인간들의 갈등과 혐오를 심화해 ‘극단의 세계’를 낳을 것이라고 비관한다. 인류는 이미 빅테크 전체주의 체제를 살고 있으며, AI가 인간을 노예화할 수도 있다고 심각하게 경고한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를 떠올리게 하는 부정론의 끝은 ‘AI 지옥’이다.

로봇이 인간과 평화롭게 함께하는 유토피아를 꿈꾸거나 반대로 인간을 위협하고 지배하는 디스토피아를 상상한 지 오래니 전혀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AI가 민주주의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공감대 속에서 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더 깊은 성찰을 공히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인간의 삶과 민주주의가 AI와 더불어 어떻게 변할지, 혹은 변해야 할지 그 모든 질문이 판도라의 상자처럼 열린 세상이다. AI시대 ‘인류의 상자’ 안에는 희망이 남았을까, 아니면 묵시록적인 절망이 남았을까.

AI 천국도, AI 지옥도 결국 인간의 일이다. 인간이 주도하고 결정한다는 말이다. 지난 3월 세계 최초로 통과된 EU의 ‘인공지능 규제법’은 좋은 선례다. 성찰하고 결정할 시간은 길지 않다. 골든타임을 놓치면 우리 자본주의(자)는 AI 문제도, 언제나처럼 인간의 돈벌이로만 계산할 것이다. AI 천국은 고사하고 ‘인간 지옥’이라도 피해야 하지 않을까.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폭발음 뒤 불길…인근 7000명 대피(종합)
  2. 2정부, 공연장 겸 돔구장 추진…북항 돔 아레나 ‘기회’
  3. 3부산시, 퐁피두 분관·라 스칼라 공연 백지화(종합)
  4. 4이기대 예술공원 사업도 차질
  5. 5‘신천지 與 입당 정황’ 친청계 반발…“김 대표, 조사 과정 제대로 밝혀라”(종합)
  6. 6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7. 7울산 온산 화학공장 화재
  8. 8호텔 셔틀 타고 황령산 야경 보러가요
  9. 9구·군은 맘대로 불법 현수막…민간엔 과태료 폭탄
  10. 10변성완·박상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송치
  1. 1‘신천지 與 입당 정황’ 친청계 반발…“김 대표, 조사 과정 제대로 밝혀라”(종합)
  2. 2신임 靑 비서실장에 임광현 국세청장(종합)
  3. 3김민석 격주 부산행 PK 민심잡기…부마항쟁 기념식 찾는다
  4. 4김지용 “정치검사 1호는 尹”…과거 행적 놓고 與 집안싸움(종합)
  5. 5여도 야도 농지 전수조사 질타…임대수탁 부작용 등 지적
  6. 6박형준 “새로 할 일 없는 사람들, 전임 시정 뒤집기 집착”
  7. 7이 대통령, 부캉이 보러 북항 방문…전재수 ‘돔 아레나’ 건의
  8. 8이헌승 “국제신문 100억대 체임 구속사유”…장관 “엄정 대응”
  9. 9“북극항로 가능성, 시범운항서 확인”(종합)
  10. 10김민석, 주진우 겨냥 “막말 땐 자격 정지 추진”
  1. 1호텔 셔틀 타고 황령산 야경 보러가요
  2. 2부산 호텔업계 “바가지요금 논란 되풀이 막자”
  3. 3금융사 AI해킹 16곳으로 늘어나…130곳은 ‘보안 미흡’
  4. 4올해 자사주 62조 태웠다…‘삼전닉스’ 과반
  5. 5현대차, 인도에 20조 통 큰 투자…생산·연구개발 거점 강화
  6. 6친환경에너지·AI기술 각축…업계 트렌드 읽고 미래로 항해
  7. 7주가지수- 2026년 10월 14일
  8. 816, 17일 ‘부산금융주간’…청년교육·세미나 등 다채
  9. 9市 기관장 하세월 임명절차…청문 통과해도 공백
  10. 10공공기관 이전 연내 발표…“산은·금감원 반드시 부산 와야”
  1. 1폭발음 뒤 불길…인근 7000명 대피(종합)
  2. 2부산시, 퐁피두 분관·라 스칼라 공연 백지화(종합)
  3. 3구·군은 맘대로 불법 현수막…민간엔 과태료 폭탄
  4. 4변성완·박상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송치
  5. 5부산도시철 교대인력 공백 떠안은 직원들…현장 아우성
  6. 6市 ‘시간 쪼개기 계약’ 채용 관행 전면 손질
  7. 7부산중수청장 “지방청 중심 수사…기존 검찰 구조와 다를 것”
  8. 8“나노산단 분양률 50% 고무적…미래전략 앵커기업 유치 목표”
  9. 9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15일
  10. 10[단독] “어? EBS서 봤던 문젠데” 부산 고교 118명 중간고사 재시험
  1. 1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2. 2인종차별 당한 엄지성…英 경찰 수사
  3. 3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4. 4황성빈은 첫 도루왕…끝까지 뜨거웠던 타이틀 경쟁
  5. 5한화, 새 사령탑에 류지현…3년 20억원
  6. 6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7. 7프로야구 한화, 신임 사령탑으로 류지현 국가대표 감독과 계약
  8. 8HJ重·동부건설, 소외층·골프 꿈나무에 3000만원 기부
  9. 9어깨 부상 김우민, 수술 대신 재활로
  10. 10최동원 어린이 야구교실, 출범 11년 만에 프로선수 배출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원자력 청출어람, 스승을 가르치다
국제칼럼 [전체보기]
사라지는 것, 귀 기울일 것
열린 사회와 그 적들
기고 [전체보기]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전문대학을 소개합니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도청도설 [전체보기]
다시 영화의 시간
사형 생중계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에 ‘급여’ 맞춰야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퐁피두 중단·라 스칼라 보류, 새 문화 대안 필요하다
정부와 정치권, 산은 부산 이전 강력한 의지 보여라
세상읽기 [전체보기]
다민족 사회
부캉이가 북항에 던진 질문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거울 속의 외계인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