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해양수산칼럼] 정어리 맛 좀 봅시다

정석근 국립제주대 해양생명과학과 교수

  • 정석근 국립제주대 해양생명과학과 교수
  •  |   입력 : 2024-07-14 19:59:26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최근 우리 바다는 물론 일본 해역에서도 정어리 개체군이 급증해 갑자기 많이 잡히고 있다. 지금 일본에서는 어시장이나 슈퍼에서 싱싱한 정어리 선어를 쉽게 볼 수 있는데, 한 마리에 몇 백원 정도 밖에 안 한다. 반면, 우리는 정어리 구경조차 하기 힘들다. 일본에서는 1980년대 한 때 연간 400만t에 이르는 정어리를 잡기도 했으며 지금은 적어도 수십만t 정어리를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왜 우리나라 어시장이나 슈퍼에서는 구경조차 하기 힘든가?

모두 해양수산부 탁상행정 어업규제 때문이다. 멸치를 대량으로 잡을 수 있는 근해 멸치권현망에 정어리가 잡히면 혼획금지 규제로 모두 바다에 다시 버려야 하며, 규모가 작은 연안 어선에서도 제 값을 주고 팔 수 없어 버리기도 한다. 일본에서는 꽁치와 오징어가 사라지자 대신 정어리가 서민 생선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잡히면 이미 죽은 정어리를 굳이 버려 젊은이들 사이에는 수산식품이 아닌 오염물질로 인식되고 있다.

정어리는 멸치나 청어와 같은 다른 청어과 어류와 마찬가지로 개체군 변동이 기후변화에 민감하여 수십년 주기로 풍흉을 반복하며 세계 곳곳에서 사회·경제에 큰 충격을 주어왔다.

정어리 어획량 변동이 유달리 큰 이유로 지난 100년 동안 세계 수산학자들이 남획을 지목하곤 했지만, 수 천년 동안 해저 퇴적물에 쌓인 비늘 갯수로 개체군 연변동을 추정한 연구결과들이 1990년대 들어 나오면서 어업이 아닌 기후변화가 원인임을 알게 되었다.

한국과 일본에서는 너무 많이 잡히면 비료나 사료로 쓰거나, 말리거나 구워 먹는 것이 고작인 정어리이지만 서양에서는 19세기 통조림이 보급되면서 오래 보관할 수 있는 고급 식품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프랑스 브르타뉴 지방에서 생산하는 정어리 통조림은 지금도 전통 특산품이다. 그러나 프랑스 앞바다에서 정어리가 잡혔다가 갑자기 안 잡히는 큰 변동 때문에 19세기 말부터 어업은 물론 통조림 산업과 은행에까지 큰 충격을 주면서 정치 문제로 비화하게 되었는데 이를 ‘정어리 위기(la crise sardiniere)’라고 했다. 우리가 주로 먹는 참치 통조림도 20세기 들어 정어리가 안 잡히자 미국에서 그 대체품으로 개발한 것이라 당연히 정어리가 훨씬 더 맛있고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국내 정어리 통조림은 우리 바다에서 잡은 것이 아니라 러시아산이며, 삶아서 기름을 빼낸 것이라 맛이 별로 없어 찌개용 정도로 소비하고 있다. 정어리는 가공 방법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지금 인터넷 쇼핑몰 쿠팡에서 팔고 있는 10 g당 통조림 가격을 비교해보면, 포르투갈산 수입 정어리 통조림은 492원, 동원 원양산 참치 171원, 사조 러시아산 정어리 77원이다. 요즘 젊은이들 입맛에 맞추면서 참치보다 3배, 푹 삶은 정어리보다 6배 이상 비싸게 받을 수 있는 정어리 가공 기술은 국립수산과학원에서 이미 지난 해 개발을 마치고 특허도 내놓았다.

그런데도 우리는 왜 아직 국내산 정어리 통조림은커녕 선어도 구경하기 힘들까? 정어리는 연간 어획량 변동이 클 뿐만 아니라 온갖 어업규제로 안정적으로 어획물을 공급받기 어려워 통조림 가공 공장에서는 장기적인 투자를 꺼려한다. 선어나 건어로 팔 수 있는 유통 경로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청어과 어종들 전체 어획량을 보면 큰 변동이 없어 정어리가 안 잡힐 때는 멸치나 밴댕이, 청어와 같은 다른 어종들이 대신 잘 잡히므로 통조림 공장에서 정어리뿐만 아니라 다른 청어과 어종들도 가공해 생산할 수 있다면 안정적인 수요와 공급이 가능하다.

청어과 어종 관련 어업규제만 모두 없애주면 이미 확보된 가공기술로 민간에서 얼마든지 자유롭게 관련 수산식품을 개발해 국내 판매는 물론 수출까지 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어민들은 물고기를 골고루 많이 잡아 소득이 높아지고 어촌소멸 문제도 개선할 수 있으며, 소비자들은 맛있는 국내산 정어리를 싼 값에 먹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내년에는 국내산 정어리 맛 볼 수 있기를.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도시철 화명·수정역 사이 중간역 무산…용역비만 날렸다
  2. 2빚더미 회사에…돈 더 빌려줘 체불 해결하려는 능인선원
  3. 3수의계약 vs 경쟁입찰…북항 돔 부지매입 공방
  4. 4동남아 선정 미식여행지 부산 ‘금정산+온천’ 첫선
  5. 5부산대, 아시아대학평가 76위…韓 국립대 1위
  6. 6‘블루 웨이브’ 환호한 美증시, 퍼렇게 질린 韓증시(종합)
  7. 7시민공원서 버스킹 즐긴다…전용 공간 추진
  8. 8국내양식 향어 20여년간 간흡충 감염 ‘0’
  9. 9부산으로 이주하고, 먼 여행 떠나고…두 여자 그림이 달라졌다
  10. 10“한국 핵 잠수함·전작권 전환, 美 민주 승리로 제약 커질 듯”
  1. 1빚더미 회사에…돈 더 빌려줘 체불 해결하려는 능인선원
  2. 2김민석, 신천지 논란에 “죄송…조사결과 공개해도 문제”
  3. 3홍익표 정무수석 사의 표명…후임에 최인호 HUG 사장 거론
  4. 4청해부대 임무, 호르무즈 650㎞ 앞까지 확대…해상초계기도 투입(종합)
  5. 5회생인가 촉구 시민 목소리 1차분 6일 법원 제출
  6. 6[속보] 이 대통령 지지율 소폭 반등한 41%…민주36%·국힘 28%
  7. 7김민석, 신천지 논란 재차 사과…“상처 입은 모든 분께 죄송”
  8. 8'조작기소 특검법' 오늘 與 주도 국회 본회의 처리 전망
  9. 9곽규택 “산은, 대한항공이 통합 LCC 부산 설립 거부시 호반지원해야”
  10. 10양당 모두 400억 토해낼 위기..선거법 개정 화두로
  1. 1동남아 선정 미식여행지 부산 ‘금정산+온천’ 첫선
  2. 2‘블루 웨이브’ 환호한 美증시, 퍼렇게 질린 韓증시(종합)
  3. 3국내양식 향어 20여년간 간흡충 감염 ‘0’
  4. 4팔란티어 AI와 함께 만든다…부산 신발업체 창신 ‘혁신 점프’
  5. 5비수도권 미분양 적체…LH 매입 신청 86% 탈락
  6. 6비에 화약 젖을라 손길 분주…400m 대형 불꽃 ‘카운트다운’
  7. 7부산 외국인 관광객 400만시대 성큼... 카드소비 1조 돌파
  8. 82005 APEC 이벤트서 대표축제로…100만 인파관리 ‘근육’ 키웠다
  9. 9수능날 증시 10시 개장…애프터마켓 오후 5~8시
  10. 10한 달 새 금융사 37곳 47만 건 해킹…털린 돈도 10억
  1. 1도시철 화명·수정역 사이 중간역 무산…용역비만 날렸다
  2. 2수의계약 vs 경쟁입찰…북항 돔 부지매입 공방
  3. 3부산대, 아시아대학평가 76위…韓 국립대 1위
  4. 4시민공원서 버스킹 즐긴다…전용 공간 추진
  5. 5금정구 제2체육센터, 중투심서 또 고배
  6. 6황령산 봉수대 영문 안내판 설치키로
  7. 7[속보]혼자걷던 여성 5차례나 범죄대상 물색, 성폭행 혐의 30대 男 징역 4년 선고
  8. 8문 전 대통령 거제생가 복원, 진통 끝 시의회 통과
  9. 9오늘의 날씨- 2026년 11월 6일
  10. 10왼쪽 팔·다리 못 써 휠체어 의존…홀로 병마와 싸우는 60대
  1. 1승부는 원점…‘홈런 공장’ 대구서 거포들의 전쟁
  2. 2페이즈 신들린 블로킹 9개…읏맨, 시작부터 웃었다
  3. 3태권도, 北 전통무술로 각인될라
  4. 4거인 4인방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첫 우승 이끈다…한동희·최준용 중책
  5. 5롯데 전설 故 최동원, 야구인 최초 ‘올해의 스포츠영웅’
  6. 6코르다, LPGA 올해의 선수상 조기 확정
  7. 7동의대 미식축구부 타이거볼 4강 진출
  8. 8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9. 92027 아시안컵 내년 12월로 연기…차기 감독 선임 여유
  10. 10KLPGA 상금왕·대상 놓고 ‘림-솔(서교림·김민솔) 대전’
우리은행
주민자치 모범현장 가다
‘주민대표’가 건축 세부사항까지 의견…지방의회 심사 반영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코뿔소 없음과 진공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국제칼럼 [전체보기]
국조 대상은 조희대가 아니라 증시 참사다
개·고양이 학대는 이제 그만
기고 [전체보기]
부산 관광 다음 키워드는 ‘건축관광’
‘성범죄 취업제한’의 사각지대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세레나데, 다정한 위로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탈서울’ 안 된다던 원안위, 세종행에 왜 침묵하나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도청도설 [전체보기]
공공재
선출 권력 통제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왜 제대로 비워지지 않는지 살펴야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능인선원, 체불임금마저 대여금으로 처리하려 하다니
미 민주당 상·하원 장악…통상·안보 전략 재점검해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낯설고도 궁금했던 부산과의 첫 만남
일상으로의 초대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오래된 건축이 만드는 새로운 연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다림에도 비용이 든다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십시일반(十匙一飯), 나눔이 만드는 연말의 온도
시민 주거안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