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메디칼럼] 의료 청문회를 지켜보며

한일용 부산백병원 흉부외과 교수

  • 한일용 부산백병원 흉부외과 교수
  •  |   입력 : 2024-07-21 19:49:25
  •  |   본지 2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지난달 의료계 비상상황에 대한 국회 청문회가 열렸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의 근거와 집행과정에 대한 문제가 집중 제기되었다. 보건복지부의 답변은 미리 예상이 되었다. 3개의 보고서 및 여러 전문가의 논의로 10년 후에 의사 1만명이 부족하니 한 해 2000명씩 5년간 늘리면 된다는 것이다. 석유 시추가 성공할 확률이 20%이니 5번 시도하면 1번은 석유가 나온다는 논리와 다를 바가 없다. 이미 고등법원 판결에서도 3개의 보고서에 2000명 증원의 근거가 미흡하다고 지적받았고, 참고했다는 다른 근거자료 제출 요구에도 묵묵부답이다. 근거가 없는 것이다. 계속 ‘과학적’이고 ‘합리적’이었다는 대답만 앵무새처럼 이어졌다. 그러면서 더 과학적인 대안을 의료계가 가져오면 협의하겠다고 한다.

누가 최종적으로 2000명 증원을 결정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결국 보건복지부 장관이 ‘개인적’ 결정을 했고 대통령실에 보고했다고 했다. 이 주장이 거짓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은 59.9%로 사실이라고 믿는 국민(24.1%)의 배 이상이다. 증원발표 전에 의료현안협의체에서 28번이나 회의를 거쳤다고 한 정부의 설명이 무색하게 관련 회의록조차 없다. 증명할 수 없는데 2000명 증원에 관한 논의를 심도있게 했단다. 결국 증원은 의료계 누구와도 구체적인 협의가 없이 정치적 이득을 위해 졸속으로 밀어붙였던 것이다.

청문회 질의 중 한 의원이 ‘바이탈 뽕’이라는 단어를 언급했다. 2018년 필자가 본 칼럼(멸종위기의 흉부외과)에서 기고했듯이 죽어가던 환자가 내 손을 통해 살아나는 과정을 단 한 번이라도 경험한다면, 그 기억은 흡사 중독성 강한 마약과도 같아서 또다시 비슷한 상황의 환자에게 정신없이 매달리게 한다. 환자에게 집중하는 동안에는 배고픔 목마름 피곤함도 느끼지 못하고 오직 과거에 경험했던 그 쾌락만을 갈구하는 것이다. 바이탈(생명) 필수의료를 전공하는 의사들이 느끼는 최고의 자기만족이며, 생명에 대한 무한책임, 경외감이 바로 ‘바이탈 뽕’이다.

정부는 여전히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는 것 같다. 아직도 의사를 악마화하여 국민과 편가르기를 하고, 갖은 행정명령으로 압박하여 이전 그 어느 정부도 해내지 못했던 ‘의사 증원’을 해냈다는 성과물을 얻고 싶은 모양이다. 첫 단추를 잘못 채운 정부가 해결책이라고 내놓은 것들이 모두 한심할 뿐이다. 저임금, 살인적인 근무환경에도 ‘바이탈 뽕’에 빠져보려는 필수의료과와 전공의를 ‘낙수과’ ‘의새’로 만들었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더 이상의 미래를 꿈꾸지 못하는 전공의들은 대학병원 전문의 과정과 바이탈 뽕을 포기하고 사직한것이다. 단순 파업이 아니다.

증원으로 제대로 된 여건을 갖추지 못한 곳에서 부실교육을 받아야되는 의대생들도 수업을 거부했다. 며칠 전 교육부는 ‘의과대학 학사 탄력운영 가이드라인’이라는 것을 발표했다.

내용을 살펴보면 결국 집단유급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부실한 교육을 받아도 의대생들을 최대한 다음 학년으로 진급시키라는 꼼수이다.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은 해마다 의대의 교육수준을 평가하여 인증함으로써 의료의 질을 관리한다. 갑작스럽게 큰 폭의 의대증원을 감당할만한 교수진, 시설의 확충이 어려운 의대는 기존 의평원의 인증을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과거 서남대의 경우처럼 의사국가고시 응시불가, 폐과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인증기준을 완화하려 한다. 의대 2000명을 증원해도 의료의 질 저하는 없을 것이라는 정부의 호언장담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아직 늦지 않았다. 잘못된 정책임을 인정하면 된다. 이 혼란을 야기한 관련책임자를 징계하고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면 된다. 이미 신입생 배정이 끝나 사회혼란이 야기되니 어쩔 수 없다고 해서는 안된다. 한 해의 혼란은 향후 6, 7년간 이어질 대혼란에 비교할 바가 아니다. 의료의 둑은 이미 무너지고 있으며 사회 각 분야에서 그 피해가 발생할 것이다. 완전히 무너진 후는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법기수원지 추가 개방, 양산시 손 놨나”
  2. 2부산 철마 한우 싸다 싸
  3. 34년에 한 번 올릴 기회…기초의회 의정비 인상 붐
  4. 4[포토에세이] 노랗게 물든 문광저수지 은행나무길
  5. 5부캉이 일단 외해 내보냈다(종합)
  6. 6“우리가 알던 그 시절 SM 맛” 이수만표 흥행 공식 또 적중…돌풍 속 잡음도
  7. 7한화오션, 부산 R&D 확대…설계·연구인력 채용도
  8. 8돗자리 앉아 흥겨운 트로트 즐겨요
  9. 9집값 상승 이끈 ‘수영리버·비치벨트’…부산판 한강벨트 주목
  10. 10부산도시철 7년 만에 멈춰서나…22일 노사 최종교섭
  1. 1더 밀릴 수 없다…지지율 위기에 정면돌파 택한 당청
  2. 2김용범·김현지 국감 증인채택 무산
  3. 3우크라 공관원 추가 철수에 국힘 반발
  4. 4‘청문 부적격’ 기관장들 임명 기류…田시장-시의회 협치 두번째 뇌관
  5. 5지광(국제신문 대주주) 만난 부산노동청장 “체임 방치 땐 강력 조치”
  6. 6부산시 국감서 전재수 시장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설전
  7. 7부산교통공사 사장 임명, 시설공단은 보류… 협치 여지 남긴 전재수
  8. 8'소장품 셀프 출품'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 사의 표명
  9. 9울산시 국감, 시장 발언에 국힘 의원들 퇴장
  10. 10제미나이에 물었다는 이 대통령, 野 "제미나이에 국정 의존, 처참한 수준"(종합)
  1. 1한화오션, 부산 R&D 확대…설계·연구인력 채용도
  2. 2집값 상승 이끈 ‘수영리버·비치벨트’…부산판 한강벨트 주목
  3. 3SB선보, 대선조선 인수 마침표…‘SB대선’ 닻 올렸다
  4. 4비정규직 58만명 역대 최대…부산 노동자의 42%(종합)
  5. 5市, 불꽃축제 앞둔 광안리서 바가지 근절 캠페인
  6. 6타 지역 줄어드는데 부산 5.9%↑…고령화 여파도
  7. 7동남권 해양ICT 육성…해운AX·북극항로 개척 협력
  8. 8‘모두의 창업’ 2기 가동…부울경 1135명 레이스
  9. 9선박 배기가스 저감·밸브제어로 두각…AI 관제 신사업으로 영토 확장
  10. 10주가지수- 2026년 10월 21일
  1. 1“법기수원지 추가 개방, 양산시 손 놨나”
  2. 24년에 한 번 올릴 기회…기초의회 의정비 인상 붐
  3. 3부캉이 일단 외해 내보냈다(종합)
  4. 4부산도시철 7년 만에 멈춰서나…22일 노사 최종교섭
  5. 5부산대·교대 통합 온도차…부실 보고 질타도
  6. 6데이터센터 몰리는 사하구…주민 갈등 줄일 조례 탄생
  7. 7부산시 신임 기획조정실장, 하민상 공수처 담당관 임용(종합)
  8. 8창원 병원 혈액투석실 C형 간염 14명 집단감염
  9. 9생곡소각장·퐁피두 등 전·현 시정 공방…울산 국힘 퇴장 파행
  10. 1022일 출근길 기온 ‘뚝’…부울경 최저 2~9도
  1. 1호랑이 발톱 세운 김도영…돌아온 사자 포효 최형우
  2. 2‘높이’ 키운 BNK썸, 2년 전 영광 재현 노린다
  3. 3축구협회장 선거, 12월 18일 추진
  4. 4요트 하지민, 레이저급 정상…전국체전 16연패 역사 쓰다
  5. 5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6. 6유럽 강호 맞서는 김시우·임성재
  7. 731세 데이터 분석가, 최연소 MLB 구단 사장됐다
  8. 8"2026 AG 여자유도 계체실격, 남자 계체명단만 확인해 발생"
  9. 9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10. 10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진짜 질문의 시작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국제칼럼 [전체보기]
원칙이 흔들린 대가
‘빵과 책’·양자경·강말금 그리고
기고 [전체보기]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도청도설 [전체보기]
교육이라는 희망
주당 ‘13.7시간’ 고용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가덕신공항 참여사 이탈 우려…공사비 현실화 시급하다
지방우대지수 지역 현실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이불 킥’의 순간에 도움 될 심리학 지식 한 스푼
문화예술의 시대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거울 속의 외계인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