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두바이와 같은 글로벌 허브도시가 될 수 없다’ ‘부산은 두바이보다 훨씬 나은 글로벌 허브도시가 될 수 있다’
최근 글로벌 허브도시 선진 사례 벤치마킹을 위해 부산시와 함께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로 출장을 다녀 온 뒤 내린 두 가지 결론이다. 정면으로 배치되는 두 가지 생각이 동시에 든 것은 ‘글로벌 허브도시’로서 두바이와 부산의 환경이 비슷하면서도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우선, 현재의 한국 법과 제도로 부산은 결코 두바이가 될 수 없다. 이유는 이렇다. 두바이는 UAE 토호국 중 아부다비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곳이지만 석유, 천연가스 매장량이 거의 없다. 이 때문에 두바이 정부는 일찌감치 비석유사업을 육성해 지금의 글로벌 허브도시로 성장했다. 그 배경에는 세계 유수의 기업을 불러모은 두바이 정부의 엄청난 ‘당근’이 있다.
두바이에는 정부가 운영하는 경제자유구역(프리존)이 26곳이나 있다. 프리존 입주기업에는 50년간 법인세와 소득세 등 세금을 면제해준다. 외국인이 100% 지분을 갖고 사업자 등록을 할 수도 있다. 외국 기업으로서는 두바이에 진출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부산은 어떤가. 부산항 자유무역지역도 외국 투자 기업에 세금 감면 혜택을 준다. 하지만 면세 기간이 관세는 최대 5년, 취득세는 15년에 불과하다. 정부는 지난달 부산을 금융 특화 기회발전특구로 지정하고 부산으로 이전한 기업에 5년간 세금을 최대한 100% 감면해준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두바이의 파격적인 혜택과 비교하면 ‘새발의 피’나 다름 없다.
그럼에도 부산은 두바이를 능가하는 글로벌 허브도시가 될 수 있다. 두바이의 대표적 프리존인 제벨알리 프리존(JAFZA)은 항공 항만 철도 등 ‘트라이포트’ 체계를 구축했다. 세계 유수 기업이 이곳을 중동 진출의 교두보로 삼는 이유다.
부산도 JAFZA에 뒤지지 않는다. 2029년 가덕도신공항이 개항하면 공항을 중심으로 부산신항과 철도가 연계된 트라이포트를 만들 수 있다. 지리적 여건 역시 부산은 두바이 만큼이나 뛰어나다.
더욱이 부산은 천혜의 자연 환경과 기후를 갖췄다. 두바이의 최고기온은 섭씨 40도를 훌쩍 넘긴다. 출장 기간 ‘이런 곳에서 일주일도 살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하루종일 불어대는 모래바람에 심한 기침에 시달렸다.
부산이 두바이를 이길 수 있는 이유는 또 있다. 두바이는 왕정 국가의 특성 상 국민의 인권이 크게 제한된다. 외국 기업에 각종 규제를 풀어주면서도 인권 문제에 있어서는 외국인도 예외가 아니다. 자유와 인권 측면에서 부산은 두바이에 비교우위를 갖는다. 세계 최고 수준의 IT 기술력에다 인재가 풍부하다는 점 역시 부산의 장점이다.
부산이 두바이를 능가하는 글로벌 허브도시가 될 수 있는 길은 이미 제시됐다. 그러나 그 길을 여는 첫 걸음은 더디기만 하다. ‘글로벌 허브도시 특별법’ 제정이 지지부진한 까닭이다.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특별법안은 무난히 통과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과는 달리 상임위 문턱조차 넘지 못해 부산시민에게 큰 실망을 안겼다. 22대 국회에서 법안이 재발의됐지만 여야의 정쟁에 휘말려 완전히 묻혀버린 모양새다. 조속한 통과를 위해 원안에 비해 각종 특례 규정이 대폭 축소된 법안을 발의했는 데도, 특별법이 지역에 특혜를 주는 것이 아니라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방안이라고 끊임 없이 설득했는 데도 말이다.
출장 기간 ‘두바이는 어떻게 글로벌 허브도시가 됐느냐’는 질문에 각 기관 대표자의 대답은 마치 미리 입을 맞추기라도 한듯 똑같았다. “국왕님의 뛰어난 통찰력과 리더십으로 법과 제도를 만들었고, 이를 일사불란하게 추진해 척박한 환경을 딛고 외국 기업이 몰려드는 곳으로 거듭났다”. 군주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시민과 지역 상공계 등의 염원이 담긴 법안이 논의조차 되지 못하는 우리의 현실에 비춰 보면 그저 부럽기만 하다. 부러우면 지는 것이다. 다시금 지역사회의 목소리를 한 데 모아 법안 통과를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이병욱 사회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