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롯시니

하순봉 작곡가

  • 하순봉 작곡가
  •  |   입력 : 2024-07-28 19:20:46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18세기 유럽인들에게 오페라는 가장 발전된 예술 형태였고 가장 큰 여흥거리였다. 사람들은 영국 프랑스에서 오랫동안 지속돼온 ‘비극적 오페라’대신 보다 가벼운 음악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페라 부파(희가극)는 이렇게 시대적 욕구에 의해 탄생되었다.

조아키노 롯시니
이탈리아가 주도하는 이 벨칸토오페라에는 롯시니, 도니제티, 벨리니 세 작곡가가 있었고 그 정상에는 조아키노 롯시니(1792~1868)가 있었다.

당시 이탈리아의 극장들은 흥행을 위해 작품의 빠른 회전을 요구했으며 한 달만에 새 작품이 무대에 오를 정도였다. 당연히 작곡은 며칠만에 끝나야 했다. 롯시니가 ‘세비야의 이발사’를 13일 만에 작곡했을 때 도니제티는 “롯시니는 게으르군”이라고 농을 쳤다. 왜냐하면 그는 ‘사랑의 묘약’을 8일 만에 작곡했기 때문이다. 이런 빠른 속필은 당시 작곡가들의 재능을 은근히 과시하고 비교하는 풍조가 될 정도였다.

문제는 졸속이다. 당연히 작품의 완성도가 떨어지고 작곡가들은 자기표절이 많고 대부분의 작품이 인쇄는 커녕 초연이 바로 종연이 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또 다른 문제는 오로지 청중을 즐겁게 하는 것이 목적인 이 오페라에서 작품보다 가수들의 기교가 우선이 됐다는 것이다. 악보대로 노래부르지 않는 이런 풍조를 베를리오즈, 멘델스존 등 많은 음악가가 비판했고 당연히 롯시니도 가수들의 그런 행태를 크게 우려했다.

롯시니는 14세에 첫 오페라를 작곡했고 24세에 ‘세비야의 이발사’를 발표하며 최고의 위치에 올랐다. 그 인기는 전 유럽에 롯시니의 광풍이 불 정도였다. 평생 39편의 오페라를 작곡한 그는 37세에 ‘빌헬름 텔’을 마지막으로 남은 여생의 39년간을 더 이상 오페라를 쓰지 않았다. 이것은 수많은 억측을 자아내기도 했지만 이미 롯시니는 새로운 음악에 대한 경계심과 우려를 나타냈었고 자신의 음악이 충분히 시대적 소임을 다했다는 것을 토로한 바 있다.

1860년 파리로 바그너가 노년의 롯시니를 방문한다. 그 대담에서 롯시니는 “가족의 생활비를 벌기 위해 매년 3, 4편의 오페라를 작곡해야 했다. 나는 속필이고 감수성은 있지만 기초가 부족하다. 하이든과 모차르트의 악보를 베껴쓰며 관현악을 공부했다. 내가 독일에서 공부했었으면 더 좋은 작품을 작곡할 수 있었을 거다”고 말한다. 롯시니는 이렇게 재능만 믿지 않고 성실히 공부하는 작곡가였다. 그래서 한때는 그의 음악이 독일적이라는 비판도 받았지만 롯시니는 특유의 익살과 기발한 선율, 그리고 악기의 효과를 가장 극대화한 단순명쾌한 관현악법, 튼튼한 구성 등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했다. 소위 ‘롯시니 크레센도’라고 하는 관현악의 악기를 점점 더해가며 절정으로 음악을 고조시키는 특유의 관현악법은 유명하다. 슈베르트도 이 수법을 모방했다고 한다.

그는 또 식도락으로 유명하다. 파리에서는 당대의 명사들을 초대해 직접 본인이 요리한 음식을 대접하는 걸 즐겨 하기도 했고 요리 개발에도 관심을 가져 지금도 롯시니의 이름을 딴 요리가 남아 있다. 밀라노에 자신의 기념비가 세워진다는 소식을 듣고 “그 돈을 나한테 주면 내가 대신 그 자리에 서있겠는데…”라고 했다고 하니 평소 그의 익살도 대단하다. 또 빈에서는 자신이 존경한 베토벤의 연금 마련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인간적인 면모도 보였다.

베토벤도 작품 초연의 장소를 롯시니를 피해 다른 장소로 바꿀 정도로 최고의 인기 작곡가였던 롯시니! 그는 소위 음악으로 구원을 바라는 그런 작곡가는 아니었지만 그러나 그의 음악에는 품위있는 유머와 재치가 있고 한없이 사람을 즐겁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기욤 텔 서곡, 세비야의 이발사 서곡, 아리아 ‘나는 이 거리의 만물박사’들을 들어보시라! 이 여름의 무더위가 싹 가실 것이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1년 새 담당 12명 교체…‘무한 민원’ 공무원 번아웃
  2. 25㎞ 출퇴근 길도 관용차로 모신다? 부구청장들 의전 논란
  3. 3금융권 덮친 AI發 무차별 해킹…같은 IP 여러 곳 침투(종합)
  4. 4공은 웃었고 활은 울었다…경기운영·숙소는 빵점 대회
  5. 5나가기 싫은 부캉이…市 구조 멈추고 관찰키로(종합)
  6. 6작은 체격·부상 딛고 金 “LA올림픽서 그랜드슬램 이룰 것”
  7. 7부산시의회 찾은 4선 김도읍, 생곡 소각장 반대 논리 읍소
  8. 8재학생 48명 영도 절영초 통폐합 또 무산
  9. 9부산·울산 국감 쟁점 된 전재수·김상욱…野 파상공세 태세
  10. 106일 개막 BIFF도 ‘암살자(들)’ 후폭풍…레드카펫·무대 행사 줄취소
  1. 1부산시의회 찾은 4선 김도읍, 생곡 소각장 반대 논리 읍소
  2. 2부산·울산 국감 쟁점 된 전재수·김상욱…野 파상공세 태세
  3. 3국힘, 장외집회로 정부·여당 압박…민주 “張, 북치고 고함만”(종합)
  4. 4[단독]서지영 “기보, 본사는 부산에 두고 부산 기업은 심각한 홀대"
  5. 5'좌아하게'? 다시 논란 부른 이 대통령 SNS 정치
  6. 6오세훈, 영화 암살자(들) ‘탄흔 티켓’에 “문화 품격 훼손”
  7. 7[속보]민주당, 국힘 집회에 “극우 유튜버들 박수 세례에 중독된 장동혁”
  8. 8與 “조희대, 국감 출석 불응 의사…불출석은 국회법 위반”
  9. 9'광대극' 조소 이어 미사일로 응답한 北. 좁아진 청와대 입지
  10. 10영화 '암살자(들)' 논란 속 장동혁, 고(故) 육영수 생가 방문
  1. 1금융권 덮친 AI發 무차별 해킹…같은 IP 여러 곳 침투(종합)
  2. 2‘직원용 시스템’ 등 빈틈 공격…現 보안체계론 AI해킹 무방비
  3. 351억 예상 임대수입 다시 계산하니 29억? 사업성 검증 논란
  4. 4부산의 혁신 기업들, 지역발전 동맹 결성
  5. 5CU ‘리센느 빵’ 보름만에 60만 개 판매
  6. 6신세계 센텀시티서 부산 대표 미식 브랜드 팝업
  7. 7나들이객 마음에 쏘~옥…유통가 의류·와인 행사 가을대전
  8. 8해운대 노을 보면서 명상…파라다이스호텔 오션힐링
  9. 9부산銀, 산업 전문성 더해 지역기업 금융 강화
  10. 10“이래서 당첨 힘들었나”… 최근 5년간 민간아파트 부정 청약 1669건
  1. 11년 새 담당 12명 교체…‘무한 민원’ 공무원 번아웃
  2. 25㎞ 출퇴근 길도 관용차로 모신다? 부구청장들 의전 논란
  3. 3나가기 싫은 부캉이…市 구조 멈추고 관찰키로(종합)
  4. 4재학생 48명 영도 절영초 통폐합 또 무산
  5. 5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5일
  6. 6경기 7시간 전 입장해 쇼핑·식사…종일 즐기는 교세라돔
  7. 7기장 병산저수지 때 아닌 녹조…악취 진동
  8. 8[한 손 뉴스] 1400년 역사 동래온천지구…전국 네 번째 온천도시 지정
  9. 9돔 최상층 ‘스카이홀’ 길이 600m 컨벤션 場
  10. 10‘경력 부풀리기’ 의혹 울산교육감 무혐의
  1. 1공은 웃었고 활은 울었다…경기운영·숙소는 빵점 대회
  2. 2작은 체격·부상 딛고 金 “LA올림픽서 그랜드슬램 이룰 것”
  3. 3아시안게임 폐막…한국 金 39개, 44년 만에 최소
  4. 4“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5. 5AG 4연패 위업 축구 대표팀, 병역 관련 언행 논란
  6. 6스포츠클라이밍 서채현, 한국 선수단 폐회식 기수
  7. 7‘단체전 대역전극’ 펜싱 2관왕 오상욱, 한국선수단 MVP
  8. 8[속보] '짜릿한 역전극' 14세 최지운, AG 요트 소년부 금메달
  9. 9이우석, 양궁 리커브 남자 개인전 金…단체전까지 2관왕
  10. 10태권도 송다빈, 여자 67㎏초과급 금메달…겨루기 첫 金 수확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인공지능 정렬’ 골든타임 놓치지 말라
자동화의 세상에서 지능화의 세계로
국제칼럼 [전체보기]
배지의 실력행사
개헌 말하려면 헌법 준수부터
기고 [전체보기]
전문대학을 소개합니다
상어가 떠난 뒤, 북항에 남겨야 할 것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상표권 알박기
민원인(들)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에 ‘급여’ 맞춰야
‘공동선(Common Good)’으로서 간병 복지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지독한 집념이 세운 로컬 자산, 대한도기
사설 [전체보기]
가덕도신공항 공사비, 법 개정 앞서 정부가 힘 실어야
AI 해킹에 노출된 금융권 보안체계 재점검 시급하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드골 대통령과 군복
청년기본법, 청년친화도시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무(武)
의료 전문성이 병원 밖 나가는 길 열어야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