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세상읽기] 모두 의대로! 그럼 소는 누가 키워?

김대성 전 부산시교육청 북부교육지원청 교육장

  • 김대성 전 부산시교육청 북부교육지원청 교육장
  •  |   입력 : 2024-07-31 18:09:04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10년도 넘은 오래전, 한 TV 개그 프로그램에 ‘두분 토론’이라는 코너가 있었다. 남녀 두 토론자가 나오는데, 토론이 진행될수록 내용이 원래 의제에서 벗어나면서 결국은 말꼬리 잡기에 인신공격으로 이어진다. 우리가 뉴스 등의 일상에서 목격하거나 겪게 되는 잘못된 토론 자세를 희화화한 것으로, 시청자로부터 많은 공감을 얻었다. 이 코너의 백미는 남자 토론자 역의 개그맨이 내지른 “그럼 소는 누가 키워?”라는 대사였다. 여기서 ‘소를 키우는 이’는 어떤 분야 실무자 내지 전문가에 대한 메타포가 되며, 라나 포루하가 저술한 ‘Makers and Takers’라는 책에서 언급한, 실질적으로 경제 성장을 창출하는 ‘만드는 자(makers)’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학생들의 대학 입학은 이러한 소 키우는 인재, 메이커스가 되기 위해 선택한 진학이 되는 것이다.

모 입시학원에서 분석한 2024학년도 대입 현황이 최근 보도되었다. 이에 의하면 지난해 자연계 수시모집에서 내신 합격점수가 1.06등급 이내인 학생들은 모두 의약학 계열로 진학했고, 공과대학 등 자연계 학과에 진학한 학생은 한 명도 없었다. 또한 수능 점수를 반영하는 정시모집에서도 국어 수학 탐구 백분위 점수가 상위 1.38% 이내 전원이 의약학 계열로 진로를 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성적을 가진 학생들이 의약학 계열로 진로를 정하는 경향은 미국 일본 프랑스 핀란드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이것은 의약학 계열이 고수준의 학문적 성취를 요구하며, 안정적인 직업 전망과 사회적 지위를 제공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수한 인재가 의약학으로 진출하는 것이 문제가 될 것은 없다.

그러나 특정 분야에만 인재가 집중되면 다른 분야의 인재 부족 현상이 발생한다. 이는 기술 예술 인문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과 발전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불균형으로 인한 경제적, 사회적 문제를 초래할 수도 있다. 특히 학생들이 자기 적성과 흥미를 무시하고 성적만으로 의약학 계열로 진학하는 경우, 장기적으로 개인의 행복과 직업 만족도를 떨어뜨릴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생이 자신에게 적합한 진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즉, 교육과정 속에서 학생이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고 탐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동시에 학생 개개인의 적성과 흥미를 고려한 맞춤형 진로상담을 강화해 자신의 성향에 맞는 진로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의약학 계열 외에 다양한 분야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사회적 인식을 확산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산업계 및 사회 각층과 협력해 다양한 직업의 중요성과 가치를 강조하는 교육활동(연수)과 캠페인이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다른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다양한 학문 분야에 관한 관심과 지지를 강조하기 때문에 성적 우수자가 반드시 의약학 계열로만 집중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깊이 생각하고 고민해야 한다.

필자는 2011년 당시 ‘부산대학진학지원센터’를 ‘부산진로진학지원센터’로 확장하여 설립했는데, 이는 공교육의 틀에서 진로교육과 진학지도에 따른 정책을 전담하는 조직으로서 전국에서 최초이기도 했다. 센터의 설립 취지는 학생이 대학이 아닌 자신의 미래를 선택하도록 지원하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맹목적인 진학지도가 아닌 진로에 바탕을 둔 진학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노력했다. 여기에는 처음으로 양성되어 일선 학교에서 활동한 ‘진로진학상담’ 교사들의 헌신도 매우 컸다. 이때 활동한 교사들은 교과가 아닌 진로 문제로 학생들과 마주하면서 점수로 매겨진 학생이 아니라 성장하는 인격체로서 학생을 대하게 되었다는 소회를 발표하기도 했다.

내년도 대입에서 의대 정원이 1500명가량 늘어난다고 한다. 의대 모집 인원이 늘어난 만큼 상위권의 의대 쏠림이 발생하면 공대를 비롯한 자연계 일반학과 합격선이 크게 하락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다른 분야에서의 인재 양성은 더욱 어려워질 것 같은 불안한 마음이다. 입시 기관에서도 의대 증원은 내년 입시에서 의대 쏠림을 심화시킬 것으로 진단하고 있는바, 그렇다면 다른 ‘메이커스’가 필요한 곳에서 소는 누가 키울 것인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울산 경남 흐리고 밤부터 가끔 비
  2. 2[속보] 이 대통령, 유시민 겨냥 "국가보안법 폐지 주장하다 독소조항 삭제 못해"
  3. 3우크라 “북한군 포로 한국행, 韓과 직접 대화…비밀이송은 이상했을 것”
  4. 4[속보] 靑, DMZ 지뢰 사고 조사 “철저히 규명할 것”
  5. 5[속보] 이 대통령, 임기 관련 "2030년 6월 2일 넘기는 일 절대 없어"
  6. 6집세 받는 미성년 집주인?…올해 20세 미만이 산 주택 115건
  7. 7귀성·귀경 행렬로 고속도로 정체…서울→부산 8시간 40분
  8. 8[속보] 靑 “우크라, ‘북한 포로 송환’ 발표 전 한국에 알렸다”
  9. 9조국 "조희대, 이 대통령 인정 안해" 장동혁 "조희대 탄핵하면 李 탄핵"
  10. 10세금 안 낸 '억대 유튜버' 작년만 총 17명…당국, 239억원 추징
  1. 1[속보] 이 대통령, 유시민 겨냥 "국가보안법 폐지 주장하다 독소조항 삭제 못해"
  2. 2우크라 “북한군 포로 한국행, 韓과 직접 대화…비밀이송은 이상했을 것”
  3. 3[속보] 靑, DMZ 지뢰 사고 조사 “철저히 규명할 것”
  4. 4[속보] 이 대통령, 임기 관련 "2030년 6월 2일 넘기는 일 절대 없어"
  5. 5조국 "조희대, 이 대통령 인정 안해" 장동혁 "조희대 탄핵하면 李 탄핵"
  6. 6장동혁 “한동훈 ‘당원게시판’ 사건 수사 중…복당 언급 부적절”
  7. 7합참의장, DMZ 지뢰 폭발 부대 방문해 현장조사 준비 점검
  8. 8靑 "우크라 '北포로 송환' 발표 전 한국에 알려와" (종합)
  9. 9국힘, 지뢰 사고 조사 지연 비판... "보고 체계 공개" 촉구
  10. 10청와대 ‘검찰개혁 국민 속였다’ 유시민에 법적 대응 검토
  1. 1집세 받는 미성년 집주인?…올해 20세 미만이 산 주택 115건
  2. 2세금 안 낸 '억대 유튜버' 작년만 총 17명…당국, 239억원 추징
  3. 3[차호중의 재테크 칼럼] 통화량과 물가
  4. 4다대소각장 개발 다시 원점…부산시, 부지매각 해지 결정
  5. 5HJ重 올해 8척 ‘릴레이 수주’…대형선 경쟁력 입증
  6. 6북항 핫플만든 인싸 상어 '부캉이', "인기 덕 좀 봅시다" 마케팅 열풍
  7. 7가덕신공항 부지공사 기본설계 정부심의 통과
  8. 8[한 손 뉴스] 국산 전투기로 영공 수호…KF-21 공군 1호기 배치
  9. 9바리스타 심사위원이 만든 스페셜티
  10. 10홍지선호 국토부 출범 “公기관 2차이전 속도”(종합)
  1. 1부산 울산 경남 흐리고 밤부터 가끔 비
  2. 2귀성·귀경 행렬로 고속도로 정체…서울→부산 8시간 40분
  3. 3귀성·귀경길 정체 지속…부산→서울 8시간10분
  4. 4민형배 전남광주시장 “제주항공 유족 위해 특별팀 다시 꾸릴 것”
  5. 5호주 시드니 총격 사건 세 번째 용의자 체포…한국계 20대 남성
  6. 6추석 저녁 귀성길 정체 해소, 귀경길은 다소 혼잡
  7. 7'부캉이' 북항 놀러 왔다가 덜컥 정착?…부산 명예홍보대사 도전
  8. 8대구도 ‘돔 유치’ 참전…부산 부지·재원 서둘러야 국비 선점
  9. 9장기체류 ‘부캉이’ 연휴 뒤 외해로 유도할 듯(종합)
  10. 10수해 상처 여전한 거제, 전국서 ‘한가위 온정’
  1. 1[속보] ‘평균대 유망주’ 황서현, 아시안게임 기계체조 금메달
  2. 2한국 여자 축구, 우즈벡에 6-3 승리로 준결승행
  3. 3류지현호, 일본에 0-5 영봉패
  4. 4[속보] 한국 3대3 남자 농구, 아시안게임 사상 첫 금메달
  5. 5이민성호, 베트남 4-0 완파하고 준결승 진출
  6. 63경기 1실점 철벽 마운드 韓, 조1위 슈퍼라운드행
  7. 7父 여홍철과 어깨 나란히…여서정, 8년 만에 도마 금메달
  8. 8여서정·안세영·우상혁…‘금빛낭보’ 기대
  9. 92전 전승 한국축구, 조 선두로 8강 진출
  10. 10송세라, 항저우 한 풀었다…AG 첫 ‘금빛찌르기’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자동화의 세상에서 지능화의 세계로
인간만의 영역 ‘관광과 과학’의 결합
국제칼럼 [전체보기]
추석 밥상에 오를 이재명 정부의 성적표
그때 부끄러움을 알았더라면
기고 [전체보기]
존엄 보장하는 부산형 청년보장제 되기를
복합재난에 강한 도시의 조건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영산회상, 불교음악에서 풍류음악으로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작자 미상
범숙학교의 기적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직업병에 대한 자세, 무지와 고의 사이
아이의 근시, 안경만 쓰면 끝?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지독한 집념이 세운 로컬 자산, 대한도기
사설 [전체보기]
부산대·부산교대 통합, 구체적 로드맵부터 마련하라
동남권 건강지표 ‘빨간불’…촘촘한 의료 안전망 구축해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지방시대위’ 부산 이전, 다시 뛰는 대한민국
니트 세대와 한국 노동시장의 불편한 현실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6·3 부산시장 선거, 부동산 정책의 길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공정함이 만드는 브랜드 가치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의료 전문성이 병원 밖 나가는 길 열어야
청년·노인 예산은 경쟁 관계가 아니다
  • 2026 국제환경에너지산업전
  • 국제골프아카데미
  • 부산국제마라톤
  • 어린이청소년경제아카데미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