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차재원의 정치평설] 한동훈의 ‘슬기로운 여당 대표 생활’을 위한 고언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교수

  •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교수
  •  |   입력 : 2024-08-08 19:47:32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과거 한국 정치에서 집권 여당 대표는 ‘있으나 마나’한 존재였다. 대통령 중심 권력구조에서 거의 할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대통령 말이 곧 ‘법’이었던 권위주의 시대엔 정말 그랬다.

1987년 민주화 이후엔 사정이 다소 달라졌다. ‘하기 나름’에 따라 정치적 권위와 결과가 오락가락했다. 1990년 3당 합당한 민주자유당의 김영삼, 이명박 정부 마지막 1년 여당을 책임졌던 박근혜. 대표직을 바탕으로 대권을 거머쥐었다. 둘을 제외한 나머지는 정반대였다. 대표 자리가 사실상 ‘정치적 무덤’이 돼 버렸다. 한때 차기 대선주자 1위를 달렸던 새누리당 김무성. 2016년 총선 때 청와대와의 충돌로 ‘옥쇄 파동’을 거쳐 패장이 됐다. 그렇게 대권 꿈도 날아가 버렸다. ‘노무현의 경선 기적’을 함께 일궈 열린우리당 의장직을 꿰찼던 정동영. ‘졸렬한 전략’이라며 신당 추진을 비판한 당시 노 대통령 말 한마디로 무너졌다.

그렇다고 대통령과 찰떡궁합을 보인다 해서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문재인 정부 초대 총리를 거쳐 민주당 대표로 총선 압승까지 견인했던 이낙연. 오히려 정권과의 차별화를 기치로 내건 이재명에게 대선 티켓을 내줘야 했다. 그만큼 절대권력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이 힘들다는 얘기다.

이 어려운 숙제를 국민의힘 대표 한동훈이 자청했다. “지금 시기 당 대표는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죽기 딱 좋은 위험하기만 한 자리다.” 지난 전당대회 출사표의 한 대목이다. 말 대로라면 죽을 각오로 대표직을 맡은 셈이다. 그래서였을까. 배신자 프레임에서 김건희 여사 문자 ‘읽씹’ 논란, 총선 고의 패배 의혹, 인성 공격까지. 친윤(친윤석열)계의 파상 공세를 버텨냈다. 무엇보다 당심과 민심이 그의 도전을 지지했다. “보수정치를 혁신적으로 재건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하겠다.” 한동훈의 ‘다짐’을 한번 믿어보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1차 투표 62.8% 득표율로 결선투표 없이 간단히 승리했다.

그가 대표에 취임한 지도 어느덧 보름여. 그토록 공언했던 ‘폭풍 같은 변화’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나름대론 열심히 쫓아다녔다. 대통령과의 독대, 친윤계 정책위의장 경질, 중진들과의 식사 정치, 민생정책 제안 등. 그러나 솔직히 격화소양(隔靴搔癢)의 느낌이다. 핵심은 빼놓은 채 곁가지만 건드린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당장 요즘 국회 돌아가는 모양새만 봐도 그렇다. 거대 야당은 총선 민심을 내세워 이른바 개혁 입법 속도전을 펼친다. 기다렸다는 듯 대통령은 거부권으로 맞선다. 여당은 숙명마냥 똘똘 뭉쳐 재의결을 막는다. 뿔난 야당은 더 독해진 내용으로 법안을 재추진한다. 와중에 여야는 거친 몸싸움과 막말을 주고받으며 사사건건 충돌한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은 억장이 무너질 판이다. 벌써 22대 국회가 시작된 지도 두 달여. 쳇바퀴 정쟁으로 단 하나의 법안도 가결, 공포되지 못했다. 동물적 극한투쟁에 멈춰버린 식물국회. 여기에 한동훈은 없다. 국회의원 아닌 원외 대표라서 ‘나 몰라라’ 했을까. 그보다는 ‘대통령의 심기, 용산 눈치 보느라’가 정답일 것이다.

어쩌면 ‘야당 음모론’ 탓이라고 항변할지 모르겠다. 적잖은 여권 관계자는 민주당 입법 독주를 대통령 거부권 남발 유도 전략으로 보고 있다. 종국에는 조기 탄핵으로 몰고 갈 것으로 본다. 전혀 터무니없는 얘기는 아니다. 한창 진행 중인 민주당 전당대회. 최고위원 후보 다수가 “윤석열 탄핵”을 외치고 있다. 그렇다고 한동훈의 ‘실종’이 설명되지 않는다. 108석의 원내 제 2당, 여기다 국정을 책임진 집권 여당의 대표다. 야당 계략이 빤히 보여도 앞장서 부딪쳐야 한다. “구태의연한 정치적 도식의 장벽을 깨부수겠다.” 대표 도전 때 호기롭게 내뱉었던 말을 실천할 때다.

물론 평가할 대목도 분명 있다. 지난 7일 민주당이 제안한 대통령과의 ‘일 대 일’ 회담. 용산은 대통령 휴가를 핑계로 즉답을 피했다. 그런데 한동훈이 바로 나서 ‘오케이’ 사인을 날렸다. 누가 봐도 여당 대표를 패싱해 대통령과 직거래하려는 야당의 속셈. 한 마디로 ‘윤-한 틈새 벌리기’로도 볼만 하다. 그래도 개의치 않겠다는 뜻이다. “다양한 방식으로 (여야가) 정책 협의하는 건 좋은 일이다. 절차나 격식은 차후에 따져도 되지 않겠나.”

여당 대표로서의 정치적 득점을 손해 봐도 좋다는 것일까. 진심이라면 좀 더 과감하게 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입법 독주와 거부권이 충돌하는 ‘치킨게임’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야당이 아니라 대통령과 여당부터 설득해야 한다. 집권 세력이 대화의 문을 열고, 먼저 대안을 제시하는 게 순리다. ‘정치하는 대통령’ ‘협치하는 여당’. 반드시 이끌어 내야 한다. 전당대회 때 약속했던 ‘채상병 특검법’, 논란이 됐던 ‘여사님 직접 사과’. 꼭 관철해야 한다. 이 정도도 못하면 그토록 외쳤던 ‘공공선’은 공염불이다. ‘있으나 마나’한 여당 대표는 시간문제다. 좀 더 독하게 말하면, 아예 정치를 접어야 한다.

차기 대선 출마를 생각한다면 기껏 1년 여의 당 대표 생활. 대통령도, 친윤도, 친한도 의식말라. 오직 민심 하나만 보고 가라. 한동훈의 ‘슬기로운 여당 대표 생활’을 위한 유일한 지침이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고수하던 4개 구·군, 결국 폐지
  2. 2부산시 “북항에 5만 석 돔 아레나” 유치의향서 제출
  3. 3[속보] 대통령비서실, 30억 들여 월평균 11회 여론조사…내용은 비공개
  4. 4롯데, 공격서 수비로 중심 이동…주전 새판짜기 예고
  5. 5지광, 국회 동행명령 끝내 불응…여야 “즉시 고발”
  6. 6이태원 악몽 겪고도…서면 ‘만취길’ 대응 탁상공론
  7. 7“르노 부산, 글로벌 개발·생산거점” 쐐기
  8. 8영도 중리해변 알박기 텐트, 1개 더 늘었다
  9. 9주민이 낸 감사청구서, 피감부서로 떠넘긴 부산시
  10. 10[눈높이 사설] 부캉이가 알려준 부산관광의 새로운 가능성
  1. 1[속보] 대통령비서실, 30억 들여 월평균 11회 여론조사…내용은 비공개
  2. 2지광, 국회 동행명령 끝내 불응…여야 “즉시 고발”
  3. 3조현, 한미관계 난기류 우려에 “벨트 단단히 매면 돼”
  4. 4민주 “조희대 국정조사 실시”…국힘 “탄핵보다 더 비열”
  5. 5국힘 “공소취소 특검 전에 3+1 조작 특검 국조부터”
  6. 6[뭐라노] 지광, 국회 동행명령 끝내 불응…여야 “즉시 고발”
  7. 7국감 출석 거부한 지광(국제신문 대주주)에 국회 ‘동행명령’(종합)
  8. 8시설공단 이사장 후보 자진사퇴…田 인사 첫 낙마
  9. 9"농지조사 송 장관이 제안" 이 대통령에 野 "불리해지니 장관 탓"
  10. 10김정호 "국제신문 100억 체불 지광, 동행명령장 거부시 고발조치"
  1. 1“르노 부산, 글로벌 개발·생산거점” 쐐기
  2. 2애플 ‘아이폰듀오’ 화면 결함 인정, 무상 교체 방침(종합)
  3. 3부산국제금융진흥원장 최병호
  4. 4SK하이닉스, 2026년 3분기 경영실적 발표…매출 104조, 영업이익83조
  5. 5부산시 벤처펀드 받은 유망기업 ‘쑥쑥’…IPO 도전
  6. 6내년 상반기 재가동…한빛 등 7기도 연장 속도(종합)
  7. 7강연 통역하고 요금 모니터링…관광·마이스산업 AI 바람
  8. 8“임기내 부산 1호 유니콘기업, 기업공개 2건 목표”
  9. 9이형일 "2028년 100인 이상 사업장 퇴직급여 사외적립 의무화"
  10. 10주가지수- 2026년 10월 27일
  1. 1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고수하던 4개 구·군, 결국 폐지
  2. 2부산시 “북항에 5만 석 돔 아레나” 유치의향서 제출
  3. 3이태원 악몽 겪고도…서면 ‘만취길’ 대응 탁상공론
  4. 4영도 중리해변 알박기 텐트, 1개 더 늘었다
  5. 5주민이 낸 감사청구서, 피감부서로 떠넘긴 부산시
  6. 6[눈높이 사설] 부캉이가 알려준 부산관광의 새로운 가능성
  7. 7동부산 시민 만난 전재수 “산은 유치·동남투자공사 동시 추진”
  8. 8법원 “부하직원 횡령, 감독 안 한 상급자 견책 정당”
  9. 9“국제신문 회생 더이상 미룰 수 없어”…전재수 시장, 지광에 공식서한 보내
  10. 10[한 손 뉴스] 변호사 업무 재개한 홍준표, 대선 경선 관계자 변호 맡아(종합)
  1. 1롯데, 공격서 수비로 중심 이동…주전 새판짜기 예고
  2. 2‘무관의 제왕’은 옛말…케인 발롱도르 품었다
  3. 3허구연 KBO 총재, 3연임 사실상 성공
  4. 4K리그2 준PO 12월 2일 개최
  5. 5‘은퇴 기로’ 손아섭, 2년 만에 NC로…3000고지 향한 행진 계속
  6. 6롯데 자이언츠 신임 감독 이동욱·단장 이택근(종합)
  7. 7올해 딱 한 번 지고 66번 이겼다
  8. 8똑똑한 ‘데이터 야구’와 수비 강화…개혁의 칼 뽑은 롯데
  9. 9차준환 계보 잇는 피겨 왕자 서민규
  10. 10[뭐라노] 데이터 기반 똑똑한 야구·수비강화…롯데의 ‘새판 짜기’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진짜 질문의 시작
국제칼럼 [전체보기]
부캉이에게 부끄러운 북항 재개발 민낯
부산 관광, 마냥 좋기만 할까
기고 [전체보기]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도청도설 [전체보기]
어떤 ‘최장수’ 기록
프랑스를 망친 결정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국회 동행명령 외면한 지광스님, 법적 책임 물어야
북항 돔 아레나 유치전, 사업 타당성이 성패 가른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한국 경제 떠받치는 중장년, 이제 다시 봐야
AI 시대, 평가의 진정성을 묻다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시민 주거안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