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살고 있다. 2016년 세계경제포럼에서 향후 세계가 직면할 화두로 ‘4차 산업혁명’이 언급된 이후 세계 각국의 미래 명운을 가르는 거대한 흐름이 되었다. 때문에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 선점을 위한 세계 강국들의 경쟁은 어느 때 보다 치열하다.
과거 조선 말기에도 문호개방과 제2차 산업혁명이라는 변화의 물결이 일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세계사적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고 일제 강점기와 6·25 전쟁과 같은 시대적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특히 부산은 최초의 개항장으로 인적 물적 문화적 교류의 중심지였지만 다가온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이후 1970년대에도 부산은 정부의 중화학 공업화 정책에서 소외되고, 1980년대 성장억제도시로 지정되는 등 연이은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지금의 부산은 어떠한가. 최근 일고 있는 변화의 물결은 여전히 수도권 일극체제 속 부산엔 이르지 못한 모습이다. 4차 산업혁명의 중심인 첨단산업은 선승독식의 경향이 큰 산업이다. 사실 수도권이 반도체 등 IT 산업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키우는 동안 부산의 대응은 미흡했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ICT 분야 기업체수는 41.4% 이상이 서울에 있으며, 그 외 수도권이 30.4% 부산은 3.2% 수준에 불과하다. 지역 불균형과 함께 기본적으로 갖춘 혁신역량의 차이가 지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차 산업혁명의 초입에 들어선 지금, 과거와 같이 다시 찾아온 기회를 놓칠 수만은 없다. 부산 경제의 체질을 바꾸고 혁신역량을 기르며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첫 걸음은 기존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고부가가치산업의 육성이다. 지역 주력 제조업과 서비스업, 중·소상공인의 디지털화를 도모하고 첨단기술 접목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특히 조선해양기자재, 자동차·부품 등 경쟁력 있는 산업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아울러 물류·금융·콘텐츠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을 육성해 경제 체질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 저부가가치 산업 비중이 높은 부산은 이로써 양질의 일자리 부족과 청년 인구 유출 등 고질적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신산업 육성이다. 파워반도체, 헬스케어, 미래 모빌리티, 해양신산업 등 부산의 미래 먹거리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선점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고 지역사회와의 충분한 논의를 거쳐 구체적인 플랜을 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혁신 창업 생태계 조성과 미래 산업 인프라 구축, 전문 인력 양성 등 지역 혁신 기반 마련에 지·산·학이 다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이 모든 준비의 지향점은 결국 ‘글로벌 허브도시’다. 혁신적 역량과 핵심 기반을 토대로 비즈니스와 자본이 부산으로 모일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다. 글로벌 자유도시로의 변화를 통해 도시 영토를 넓히고 인재와 기업, 물류, 신산업, 다양한 문화가 몰려드는 도시로 나아가야 한다. 싱가포르 두바이와 같은 글로벌 도시가 부산이 나아갈 방향이다. 더욱이 다가오는 북극항로의 시대에 부산이 글로벌 허브도시로서 얻게 될 해운·물류 분야의 새로운 기회는 대한민국의 경쟁력이 될 것이다.
아울러 필자는 글로벌 허브도시로 나아가기 위한 지역 경제 주체들의 의지와 역할을 강조하고 싶다. 시민은 글로벌 도시에 걸 맞은 국제적인 감각과 책임, 시민의식을 두루 갖추고 기업인은 창의성과 혁신 마인드를 기반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또한 지방정부는 글로벌 거버넌스를 활용해 공무원의 전문성과 정책구상 능력을 높이고 인근 동남권 도시와의 협력 체계를 더욱 강화시켜야 한다. 이러한 노력과 병행하여 언론 시민단체 등은 부산의 새로운 지역 발전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부산은 현재 생산인구의 감소, 수도권과 지역 간 양극화 등 여러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부위정경(扶危定傾)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위기를 바로 잡아 해결하고 혁신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부산의 새로운 도전을 위해 시민과 공무원 기업 언론 모두의 철저한 준비와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