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인문학 칼럼] 위대한 통치자 ‘울루그 베그’를 위한 변명

14세기 티무르 제국 술탄, 수학·천문학 등 학문 장려

아들 반란에 비극적 사망…별을 보듯 타인 바라봐야

박선정 인문학당 달리 소장

  • 박선정 인문학당 달리 소장
  •  |   입력 : 2024-09-11 19:03:23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마르자 무함마드 타라가이 빈 샤루흐’가 그의 본명이다. 하지만 그는 ‘위대한 통치자’라는 뜻의 ‘울루그 베그’라는 애칭으로 더 알려져 있다. 중앙아시아의 여러 스탄 중 하나인 우즈베키스탄의 역사 도시 사마르칸트에서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이름이자, 이곳을 다녀온 여행객이라면 가장 기억에 남는 이름일 것이다. 14세기 후반, 중앙아시아와 현재의 이란 이라크, 그리고 아프가니스탄 일대를 포함하는 거대한 제국을 건설했던 티무르의 손자이자 티무르 제국의 4대 술탄이다. 하지만 그의 명성은 당대 일대를 호령하던 이슬람제국의 술탄이라는 자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그는 침략과 정복의 역사 속에서도 과학을 발전시키고 후속 세대를 위한 학문을 장려한 특별한 군주다. 무엇보다 당시 티무르 제국의 수도였던 사마르칸트 외곽에 천문대를 건설해 천문학을 발전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당시 중앙아시아 최대 규모이자 가장 정밀한 천문관측소로 인정받는 이 천문대는 그의 학문과 미지의 세계를 향한 탐구와 열정의 상징이기도 하다. 울루그 베그는 통치자로서 학문의 발전을 장려했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 수학과 천문학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학문을 닦은 학자였다.

그의 이름을 딴 ‘울루그 베그 천문대’에는 ‘육분의’(파크리 색스턴트)의 일부가 남아 있다. 이는 별의 궤도를 측정할 수 있는 당대 최고 규모이자 가장 정밀한 도구로 평가받는다. 이 도구를 이용해 그는 1018개의 별을 관측하고 목록을 만들었다. 무엇보다 그는 1년의 길이를 365일 6시간 10분 8초로 추정했는데, 오늘날의 기술로 계산한 결과인 365일 6시간 9분 9.6초와 1분도 차이가 나지 않는 놀라운 정확성을 보여준다. 이런 이유로 후대 천문학자들은 달 표면의 분화구와 소행성에 울루그 베그의 이름을 붙이고, 우즈베키스탄에서 새롭게 발견된 공룡의 이름에도 그의 이름을 붙임으로써, 그에 대한 경의를 표하고 있다.

수학과 과학, 천문학뿐만 아니라 울루그 베그는 언어에도 능통했다. 아랍어 페르시아어 트루키예어 몽골어 등 4개 언어에 능통했고, 어느 정도 중국어도 구사했다고 한다. 제국의 술탄이었지만, 그는 통치와 더불어 학문 연구를 병행했고, 현재의 대학과도 같은 마드라사에서 학생들을 직접 가르치기도 했다. 어쩌면 그는 정복과 전쟁보다 평화를 더 소망했는지 모른다.

그래서일까. ‘위대한 통치자’라는 애칭과 달리 그의 삶은 비극적으로 끝난다. 3년이 채 안 되는 짧은 재위 동안 울루그 베그는 과학적으로 더 큰 위상을 쌓았으나, 결국 암살로 생을 마감한 것이다. 겉으로 내세운 명분이 무엇이든, 실제로는 아버지를 죽이고 더 큰 권력을 차지하려는 아들의 욕망이 원인이었을 것이다. 압달은 아버지를 살해했지만, 자신도 재위 6개월 만에 암살당하고 만다.

울루그 베그가 자식 교육을 소홀히 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당대 술탄으로서 한계였을까? 아니면, 그가 자식에게 충분한 사랑을 주지 못했던 것일까? 우리는 정확한 내막을 알 수 없다. 다만 마지막 죽음만으로 그를 비극적 인물이라든지 가엾은 인물로 단정지어 버린다면 진정으로 불쌍한 인물이 되고 말 것이다. 그의 삶은 그 자체로 위대하며, 그는 자신 삶의 많은 부분을 좋아하고 자랑스러워했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후손들은 ‘위대한 통치자’라는 칭호를 부여함으로써 그를 향한 애정과 존경을 표한 것이다.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의 ‘거울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유아기 때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아직 걷거나 일어서지도 못하는 불완전한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왜곡된 시선으로 스스로를 완전한 존재로 인식하게 된다. 실제로 수십 개의 거울을 앞에 두고 자신을 들여다봐도, 내 모습은 온전히 보이지 않는다. 반면, 타인은 선명하게 드러나고 자연스레 분석의 대상이 된다. 그래서일까. 우리는 타인의 삶을 평가하는 데 익숙해져 버렸다.

이런 사실을 알기에 타인의 삶을 평가하지 않으려 아무리 애써도, 울루그 베그의 마지막은 그저 가련하고 안타깝다. 그러나 자식이 어찌 부모의 뜻대로 될 수 있겠는가. 이런 점에서 울루그 베그는 우리에게 또 다른 위로를 남긴다. 그처럼 위대한 학자조차 자식을 온전히 알지 못했는데, 세상의 모든 부모가 자식의 삶을 어떻게 알고 책임질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오늘날처럼 부모의 권위와 역할이 끝없이 추락하고, SNS와 미디어 등 수많은 외부 영향력이 작용하는 세상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그러니, 이제는 자식이 빗나간 삶을 산다는 이유만으로 고통받는 부모에게 ‘자식 교육’을 탓하는 비수를 꽂아서는 안 된다.

수백 년 전 울루그 베그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올려다본 그 하늘 아래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사람이 때로는 즐겁게 때로는 힘겹게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별을 바라보듯 사람을 바라보아야겠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이 대통령, 부캉이 보러 북항 방문…전재수 ‘돔 아레나’ 건의
  2. 2중리해변 흉물 알박기 텐트, 민원 쏟아져도 시늉뿐인 단속
  3. 3조용히 작품의 중심 잡아주던 사람…‘영원한 별’ 안성기 추억하다
  4. 4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5. 5市 기관장 하세월 임명절차…청문 통과해도 공백
  6. 6이헌승 “국제신문 100억대 체임 구속사유”…장관 “엄정 대응”
  7. 7“북극항로 가능성, 시범운항서 확인”(종합)
  8. 8공공기관 이전 연내 발표…“산은·금감원 반드시 부산 와야”
  9. 9[사설] 비타민이라 속여 주사맞혔나…진실 규명 시급하다
  10. 10닻 올린 HMM 부산시대…5년간 15조·2만 명 고용 효과
  1. 1이 대통령, 부캉이 보러 북항 방문…전재수 ‘돔 아레나’ 건의
  2. 2이헌승 “국제신문 100억대 체임 구속사유”…장관 “엄정 대응”
  3. 3“북극항로 가능성, 시범운항서 확인”(종합)
  4. 4김민석, 주진우 겨냥 “막말 땐 자격 정지 추진”
  5. 5與, 신천지 가입 정황 확인…후속 조치 주목(종합)
  6. 6李대통령 “늘어난 청소년 자살률…학업문제 등 강력한 대책 찾아야”
  7. 7KTX·SRT 통합, 이재용·최태원 증인채택 두고 여야 신경전
  8. 8강경화 “한미 협의 쉽지 않아” 시인…국힘 “정부, 혈맥 막혔는데 뭐하나”(종합)
  9. 9“부산 情 담은 뮤지컬 ‘당신만이’를 관광 콘텐츠로”
  10. 10[속보] 김민석 “신천지 신도들 당원 집단 가입 확인…조직적 경선 개입 관련 증언도 있다”
  1. 1市 기관장 하세월 임명절차…청문 통과해도 공백
  2. 2공공기관 이전 연내 발표…“산은·금감원 반드시 부산 와야”
  3. 3닻 올린 HMM 부산시대…5년간 15조·2만 명 고용 효과
  4. 4해양·파생특화 넘어 디지털금융으로…부산 금융도시 고도화
  5. 5해수장관 “내년 북극 시범운항 車운반선 등 확대”(종합)
  6. 6반도체주 추락에 5%대 급락…코스피 간신히 6000선 방어(종합)
  7. 7고리 3·4호기 계속운전 심사 개시…사고관리계획서도 상정(종합)
  8. 8광고산업 수도권 집중 심화…“지역업체 살려야”
  9. 9주가지수- 2026년 10월 13일
  10. 10K-뷰티에 AI 입힌다…서울 홍대·부산 서면에 '가상체험' 공간
  1. 1중리해변 흉물 알박기 텐트, 민원 쏟아져도 시늉뿐인 단속
  2. 2인천 대형마트 상가 50대 남성 흉기 난동…1명 심정지·7명 부상(종합)
  3. 3[속보]부산시, 퐁피두 분관·라 스칼라 초청공연 추진 안 해
  4. 4동명대 스마트해양, 신라대 AI웰라이프, 고신대 AI헬스케어
  5. 5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14일
  6. 6정신건강복지법 개정 갈등 심화…부산지역 심리학과 등 시국선언
  7. 7고영삼의 인생 이모작…한 번 더 현역 <87> 배우 강석우
  8. 8출처불명 선박 ‘뒷기름’ 40억 원어치 유통업자 집유 2년
  9. 9부산외고 학생들, 독립운동가 후손 초청 감사제
  10. 10“창원시민 필요한 사업 100개 추진할 것”
  1. 1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2. 2황성빈은 첫 도루왕…끝까지 뜨거웠던 타이틀 경쟁
  3. 3한화, 새 사령탑에 류지현…3년 20억원
  4. 4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5. 5프로야구 한화, 신임 사령탑으로 류지현 국가대표 감독과 계약
  6. 6HJ重·동부건설, 소외층·골프 꿈나무에 3000만원 기부
  7. 7어깨 부상 김우민, 수술 대신 재활로
  8. 8최동원 어린이 야구교실, 출범 11년 만에 프로선수 배출
  9. 9롯데, 신인 전원 계약…유망주 박근서 3억에
  10. 10차준환, 이번 시즌 국가대표·대회 출전 중단…서울시청과도 결별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원자력 청출어람, 스승을 가르치다
국제칼럼 [전체보기]
사라지는 것, 귀 기울일 것
열린 사회와 그 적들
기고 [전체보기]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전문대학을 소개합니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사형 생중계
발탁해놓고 감찰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에 ‘급여’ 맞춰야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국감서 국제신문 회생 지연 지적…대주주는 결단하라
비타민이라 속여 주사맞혔나…진실 규명 시급하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부캉이가 북항에 던진 질문
개척자 정신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거울 속의 외계인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