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이후 개최되는 패럴림픽은 우리에게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특히 눈에 띄는 종목이 있다. 한 사람은 앞이 전혀 보이지 않지만 아무 두려움 없이 전력 질주를 하고, 그 옆에는 선수와 나란히 발을 맞추는 이가 있다. 레인은 하나지만 뛰는 사람은 둘인 경기. 바로 장애인 선수와 비장애인 ‘가이드 러너’가 함께 달리는 시각장애인 육상경기다.
가이드 러너는 너무 앞서거나 뒤처져도, 과한 힘을 줘서도 안 된다. 앞이 보이지 않는 선수의 질주에 방해가 되어서도 곤란하다. 두 사람은 서로의 손을 얇은 끈인 ‘테더’로 연결한 채 상대방의 보폭과 호흡, 숨결을 느낄 뿐이다. 이 작은 끈 하나는 물리적 연결의 의미를 넘어 장애와 비장애인의 소통, 서로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연대, 관계와 공존에 대한 깊은 울림을 주는 연결고리이자 매개체로 승화된다.
내과 의사이자 인류학 연구자인 이기병 교수는 그의 저서 ‘연결된 고통’에서 의학적 지식에만 의존한 ‘기계적 진단’의 위험성을 경계했다. 의학이라는 단일 카테고리로 설명하기 힘든 인간의 질병에 사회학과 인류학을 ‘연결’하는 시도를 한다. “누군가는 경계에 서 있어야 한다.” 그가 책에서 한 말이다. 의학적 진단이 소외시키는 시공간을 돌아볼 수 있는 ‘이타적 공감’이 결국 인간과 사회의 ‘연결된 고통’을 덜어낼 수 있다고 진단하며 용기 있게 경계선에 올라 양쪽을 위로한다.
‘연결’과 ‘공감’은 대게 긍정적 이미지로 우리 사회 다양한 분야에서 그 가치가 통용된다. 하지만 단순한 기계적 연결이나 동의 수준의 공감으로는 울림을 주기 어렵다. 앞서 언급한 사례가 감동을 주는 이유는 ‘모두를 이롭게 하는 연결과 공감’이기 때문이다. 사람과 세상을 향한 진심 어린 애정은 누군가의 숨겨진 재능과 잠재력을 꽃피우기도 하고, 건강한 사회와 품격을 갖춘 세상을 만드는 밑거름이 된다고 필자는 굳게 믿는다.
지역에 연고를 둔 BNK의 역할과 소명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청년과 기업의 이탈이 부른 지역 고령화와 장기화된 경기침체, 수도권 일극체제의 폐해로 인한 지방소멸 위기에서 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하고 존재 이유를 증명해야 하는 BNK라면 더더욱 그렇다. 지역을 이롭게 할 매개체가 돼 연결과 공감의 가치에 집중해야 할 때다.
어떻게 하면 BNK가 모두에게 이로운 매개체가 될 수 있을까? 지방금융그룹을 이끄는 수장으로서 고민이 깊다. 주주와 고객의 이익을 위한 금융의 본업에도 충실해야 하며, AI·핀테크 등 혁신금융을 주도하는 국내외 금융사, 인터넷전문은행과의 경쟁도 만만치가 않다. 지역경제 활성화에 대한 고민은 물론 지역 구성원인 BNK 임직원들과 그 가족의 현재·미래도 무척 소중하다. BNK가 가진 특수성과 내외부 여건이 참 녹록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와 BNK는 최근 우리만이 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일들을 고민하고 선별해 ‘동반성장 선언문’을 채택했다. 지역을 기반으로 고객 주주 직원 등 이해관계자들의 신뢰와 공감 아래 BNK가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동반성장에 이로운 ‘연결고리’가 되자는 것이 핵심이다. 우선 금융 본연의 역할 차원에서 지역경제 회복과 중소·소상공인 경영부담 완화, 성장을 돕기 위해 18조 원 규모의 금융지원을 추진한다. 지난 5월 출시한 블록체인 기반 지역과 금융의 연결 플랫폼인 ‘통합시민 플랫폼’은 새로운 금융상품과 서비스가 연결되도록 고도화 작업이 한창이다. 금융·고객·직원의 연결이 의미하는 가치와 철학을 중심에 두고 캐시리스, 카운트리스 등 프로세스 혁신도 속도감 있게 추진 중에 있다.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연결된 다원적 관점의 경영은 보다 본질적인 기업가치 제고로 이어져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과도 자연스레 연결되리라 본다. 지역·고객·주주·직원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공감과 연결을 통한 선순환 체계 구축을 경영의 지향점으로 삼겠다는 취지다.
화려한 성장과 혁신도 기업의 중요한 가치인 건 분명하다. 하지만 지금은 진정성을 가지고 모든 이해관계자들과의 동반성장에 이로운 매개체가 되는 것이 우리 BNK가 해야 할 역할이 아닐까 다시 한번 되뇌어 본다.
최근에 본 어느 젊은 천재 수학자의 모교 후배 졸업식 축사가 눈에 띈다. “먼 옛날의 나와, 지금 여기의 나와, 먼 훗날의 나라는 세 명의 완벽히 낯선 사람들을 이런 날들이 엉성하게 이어 주고 있고…(중략) 그 끝에서 오래 기다리고 있는 낯선 나를 아무 아쉬움 없이 맞이하길 바랍니다.”
아주 예전의 BNK와 지금의 BNK, 그리고 먼 훗날의 BNK가 늘 그래왔듯 지역과 주주, 고객과 직원의 동행과 공존을 위한 따뜻하고 용기 있는 매개체가 되기를 희망한다. 필자도 이 중요한 여정에서 ‘의미 있는 연결고리’가 되도록 오늘 하루도 엉성하고 허투루 보내지 말자고 다짐해 본다. 필자와 BNK의 역할이자 소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