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17일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에게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모·방조 혐의가 없다고 보고 불기소 처분했다. 2020년 4월 당시 열린민주당이 김 여사를 검찰에 고발한 지 4년 6개월 만에 나온 결론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는 이날 김 여사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검찰이 김 여사가 상장사 대표인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을 믿고 수익을 얻으려 계좌 관리를 맡겼을 뿐 시세조종 범행을 알지 못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조상원 서울중앙지검 4차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시세조종 가담 의혹 사건 관련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동안 김 여사는 권 전 회장이 2009~2012년 주가조작 선수 등을 동원해 조직적으로 주가를 조작하는 과정에 돈을 대는 전주로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검찰이 시세조종에 동원된 김 여사 주식 계좌를 6개 파악했는데, 대부분 김 여사가 아닌 권 전 회장의 의사에 따라 거래된 것으로 봤다. 검찰이 불기소 결론을 내리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김 여사가 주가조작 사실을 알고도 가담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증거와 정황이 넘치는 데도 무혐의 처분을 강행했다는 지적이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심리한 2심 재판부는 지난달 12일 주가 조작에 돈을 댄 손모 씨의 주가조작 방조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유죄로 인정된 통정·가장매매 102건 중 48건이 김 여사 계좌를 통해 이뤄졌다. 손 씨가 유죄로 인정된 상황에서 어머니와 함께 23억 원가량의 이득을 본 김 여사를 기소하지 않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수사 초기 김 여사가 주가조작 관련자와 수십차례 전화와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은 정황도 있다. 결국 검찰이 ‘김 여사 봐주기 수사’를 한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다.

검찰이 김 여사 주가조작 사건 연루 의혹을 불기소로 마무리했으나 수사 과정을 둘러싸고 비판이 나온다. 4년 이상 수사를 끌어왔고 김 여사에 대한 대면 조사는 특혜 시비를 불렀다. 또 명품백 사건 때 소집했던 수사심의의원도 거치지 않고 결론을 내렸다. 앞서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사건에서는 두 차례 열린 수심위 결과가 엇갈리며 혼선을 빚었다. 주가조작 사건에 관한 수심위 결론이 수사팀과 다르다면 검찰이 곤혹스러울 수 있어 수심위를 열지 않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여사는 명품백 수수 사건에 이어 주가조작 연루 의혹 사건까지 무혐의 처분을 받게 됐으나 김 여사 혐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검찰의 설명이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 정도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최근엔 김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까지 제기됐다. 정치적 폭발력이 큰 데다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의 폭로성 발언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김 여사를 둘러싼 야당의 공세는 더욱 거칠어질 수밖에 없다. 검찰의 결론에 반발한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여러 의혹을 포함하는 김건희 특검법을 재발의했다. 검찰은 정권의 뜻에 따라 공정한 법 집행 직무를 져버린 책임을 져야 한다는 비판을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