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는 다양한 의미와 의도를 가진다. 통상적인 반가움의 표시거나 상대에 대한 존중, 예의를 갖춘다는 의미일 수 있다. 방식도 여러 가지다. 가볍게 악수를 하거나 고개를 숙일 수도 있고, 90도로 허리를 꺾는 ‘폴더 인사’도 있다. 인사 방식은 정치 영역에서는 고도의 정무적 판단을 요구한다. 인사로 국민적 호응을 얻기도 하지만, 거센 질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국민의 박수를 받았던 인사의 대표 사례는 ‘꼿꼿 장수’다. 2007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간 남북 정상회담. 배석한 김장수 국방부 장관은 김 위원장과 악수하며 다른 사람과 달리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다른 장관들과 대비되면서 군의 자존심을 살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꼿꼿 장수’는 그의 별명이 됐다. 이때 보수층에서 큰 호응과 인기를 얻었다. 그는 2008년 정권이 바뀐 상황에서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러브 콜’을 받아 18대 국회의원으로 여의도에 입성했다. 2012년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첫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맡았다.
반면,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폴더 인사’의 피해 사례로 꼽힌다. 22대 총선을 3개월가량 앞둔 올해 초. 당 비상대책위원장이던 한 대표는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 표심 잡기에 사활을 걸었다. 지지율이 저조하던 윤석열 대통령과도 거리를 뒀지만, 인사로 물거품이 됐다. 갈등 이후 윤 대통령과의 첫 만남이던 1월 23일 충남 서천시장 화재 현장. 윤 대통령에게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한 장면은 ‘윤·한 동일체’로 재인식됐다. 이 장면은 ‘한 대표에게 기대할 게 없다’는 인상을 ‘중수청 표심’에 주면서 총선 패배의 적잖은 빌미가 됐다고 분석됐다.
당시 상황이 머릿속에 남았기 때문일까. 최근 한 대표의 윤 대통령에 대한 인사법이 달라져 세간의 관심을 끈다. 한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꼿꼿하게 인사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된 건 지난 7월부터다. 7·23 전당대회 당시 한 대표는 경기 고양의 대회장을 찾은 윤 대통령과 마주 서서 악수했다. 9월 윤 대통령의 체코 환송 및 마중 때도 윤 대통령에게 허리를 숙이지 않았다. 정치권은 한 대표의 인사법이 변한 것은 수직적 당정 관계를 수평적으로 전환하려는 의도가 담겼다고 해석한다. 20%대에 머물러 있는 윤 대통령의 지지율을 감안하면 한 대표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21일 재보궐선거 이후 다시 만나 인사를 나눴다. 이날 ‘한동훈식 인사’에 대한 국민 평가는 당정 관계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태우 서울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