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일 자로 부산시에 ‘미래디자인본부’가 설치됐다. 이번 조직개편은 지향하는 방향성과 접근방법 면에서 기존 조직들과 ‘결’이 다르다. 기존 조직은 원칙적으로 ‘관료적 기술합리성’을 실현하도록 설계됐다. 반면 이번 조직개편은 당면한 도시문제에 위기의식을 갖고 행정 접근방법을 혁신하려는 의지가 담겨있다. 디자인한다는 것은 합리성과 효율성만을 따지지 않고, 아름답고 실용적이며 지역적 특수성을 반영하면서 동시에 글로벌 기준에 맞는 지속가능한 도시를 창조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사고와 일하는 방식이 좀 더 디자인적으로 변해야 한다. 공공행정 문제 해결과 디자인 싱킹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다음 예시를 들어 설명한다.
부산시 남구보건소 코로나19 검체 부스 디자인 사례는 현장 보건 공무원의 ‘디자인 싱킹’을 잘 보여준다. 2020년 1~3월 코로나 검사 수요가 폭증하고 음압텐트로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보건소 공무원들은 적은 예산, 신속한 검사, 검사자와 피검사자의 공간 분리,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이동성 등이 가능한 상황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창출해 내고 실험한 결과, 양방향 부스를 제작해 ‘진짜 문제’를 해결했다.
일반적으로 ‘디자인 싱킹’은 공감과 관찰, 문제 규정, 아이디어 창출, 실험, 검증 등으로 구성된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며 인공지능의 창시자 H. 사이먼이 디자인 이론에서 주장했듯이, ‘기존 상황을 더 바람직한 상황으로 변화시킬 목적으로 사람들의 행동 과정을 창안’해내는 것이 디자인의 핵심이다. 문제해결에 적합한 ‘상황의 틀’을 미리 잘 짜야 ‘문제 공간’에서 ‘해결 공간’으로 넘어갈 수 있다.
저출생 고령화, 청년 일자리 문제, 팬데믹 공중 보건, 물관리 등 ‘고약한 난제들’이 증가하고 있다. 지식과 정보의 폭증 시대에 살고 있으면서도 정작 난제들에 직면한 공무원들이 기존 자료나 선례에서 문제해결에 적합한 지식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 지적 위기의 본질이다. 이제는 우리의 지식 탐색 방향을 바꾸어야 한다. 문제 현장에서 두려움을 극복하고 끈질기게 도전해 해결한 ‘성찰적 실천가’와 ‘장인정신의 행정 달인’에게서 찾아야 한다. 남구보건소 직원들의 사례는, 전체 상황의 틀을 다시 짜면서 진짜 문제를 발견하고 적합한 해결책을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성찰적 실천과 일 자체에서 의미와 즐거움을 찾는 장인 정신이 구현된 ‘행위 중 디자인 싱킹’의 진수를 보여 준다.
이러한 디자인 싱킹이 성공적으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다음의 실천 과제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첫째, 상황에 공감하면서 관찰해 진짜 문제가 무엇인가를 찾아야 한다. 둘째, 이해관계자들의 가치 갈등과 역설을 파악하고, 그 본질을 성찰해 문제의 틀을 재구성해야 한다. 셋째, 연구자 실천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포용적 담론이 활성화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디자인 행정은 일 자체에서 아름다움, 의미, 그리고 즐거움 등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이번에 새로 출범한 미래디자인 본부가 일터와 일하는 방식을 혁신하는 디자인 싱킹의 전도사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