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시사난장]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줘도 될까

자녀의 올바른 디지털 습관, 학교 내 적절한 통제도 필요

더 중요한 것은 부모의 역할…건강한 사용법 익히게 조언

신승건 부산 연제구보건소장

  • 신승건 부산 연제구보건소장
  •  |   입력 : 2024-11-07 18:30:42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딸을 유모차에 태우고 다니던 시절, 저녁 식사를 하러 갔을 때의 일이다. 기장에 있는 미역국 집이었는데 옆 테이블에 앉은 가족이 눈에 띄었다. 젊은 부부와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남자아이 둘이 앉아 있었지만, 그들 사이에는 대화가 없었다. 그저 각자의 스마트폰에만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생각했다. ‘내 아이에게는 스마트폰을 최대한 늦게 주자.’ 시간이 흘러 딸도 초등학생이 되었고, 나는 그때 다짐대로 스마트폰 대신 전화 통화와 문자 기능만 있는 스마트워치를 사용하게 하고 있다.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주지 않는 이유는 분명하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 깊이 빠져 들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다만, 유튜브를 완전히 금지하지는 않고 화면이 큰 노트북으로 보게 하며 ‘숙제를 끝낸 후 하루 30분’이라는 규칙을 두고 있다. 딸이 “조금 더 보면 안 돼?”라고 물어볼 때도 있지만, “딱 30분만”이라는 원칙을 지키려고 한다.

딸이 보는 영상에는 산만하고 요란한 편집이 많고, 또래 사이에서 유행하는 은어가 자주 나온다. 그럴 때는 곁에 가서 “다른 걸 보는 게 어때?”라고 권해보지만, 딸은 “지금은 내가 원하는 대로 보는 시간이잖아”라며 단호하게 대답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있듯이, 딸에게도 나름의 취향이 있을 터다. 유튜브를 완전히 막기보다는 정해진 규칙 안에서 딸이 자유롭게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현재의 목표다.

반면,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 네트워크는 더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사람들은 보통 소셜 네트워크에 자신의 가장 특별한 순간들만 올린다. 아이가 그 모습을 그대로 믿고, 자신의 평범한 일상을 초라하게 느끼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딸이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사진들의 이면을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는 소셜 네트워크 사용을 미룰 생각이다.

지금은 딸아이 주변에도 스마트폰이 없는 친구들이 있고, 아직 어린 나이여서 스마트폰 없이 지내는 걸 무리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중학생이 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거의 전부가 스마트폰을 가지고 다닐텐데 혼자만 제한을 두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다. 최소한 학교에서라도 스마트폰 사용을 함께 조절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그러던 중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최근 국회에서 학교 내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학생이 학교에서는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못하게 해 학습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이 제도가 시행된다면 딸이 중학교에 들어갈 때에도 스마트폰 없이 학교생활을 하는 데 큰 부담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학부모로서도 안심이 되고, 아이 역시 학교에서 온전히 친구들과 소통하고 학업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부디 이 법안이 교육 현장에서 잘 자리잡길 바란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이어진다. 프랑스는 2024년부터 일부 중학교에서 ‘디지털 쉼표’ 정책을 시범 운영 중이다. 학생은 등교와 함께 스마트폰을 사물함에 보관하고, 하교할 때 돌려받는다. 이 정책을 2025년부터는 모든 초·중등학교로 확대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영국은 올해 10월부터 모든 학교에서 학생의 교내 스마트폰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으며, 독일도 학교 내 스마트폰 사용이 학습과 사회적 분위기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활발히 논의 중이다.

하지만 아이를 스마트폰과 철저히 단절시키는 것이 과연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아닐 것이다. 아이는 평생 아이가 아니고 언젠가는 성인이 되어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야 한다. 오히려 스마트폰 없는 무균실 속에서 자라다가 준비되지 않은 채로 현실과 마주할 때 더 큰 혼란을 겪게 될 수도 있다. 스마트폰 차단보다는 건강한 사용 습관을 익히도록 돕는 것이 어른에게 주어진 역할인 이유다.

그래서 요즘은 딸과 유튜브를 보며 대화하려고 노력한다. 딸이 좋아하는 채널을 나도 구독하고, 함께 보며 이야깃거리를 만들어간다. “네가 그 채널을 좋아하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겠지. 아빠도 같은 채널을 구독하고 보려고 해. 같이 보고 뭐가 제일 재미있었는지 주말에 이야기 나눠보자.” 딸이 좋아하는 부분을 들으면서 나와 다른 시각을 알게 되고, 자연스럽게 서로의 관심사를 이해하게 된다.

결국 핵심은 아이들에게 스마트폰 사용을 허용할지 말지가 아니다. 아이가 스스로 건강한 사용법을 익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스마트폰의 자극을 현명하게 다루는 방법을 함께 배우고,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이야기 나누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것은 어른의 숙제다. 아이에게 숙제하라고 하기 전에, 부모부터 숙제를 제대로 하는 것이 먼저다. 요즘 딸과 약속한 대로 초등학생 인기 영상을 매일 30분씩 보고 있다. 30분이 3시간인 듯 더디게 흐른다. 하긴, 숙제가 재미있다면 그건 숙제가 아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2. 2청년도 “국제신문 지키자”…대학가로 지지 확산
  3. 3축제 때도 도개 못 한 영도대교…한 달째 원인불명
  4. 4“끝내 알 수 없었던 어머니 마음…그 알 수 없음이 인간이죠”
  5. 5국회의원 112명 서명…원내 주요 5개 정당 동참
  6. 6부산 매출액 돛 달아준 ‘해운 빅3’…6년 만에 전국 기준 100대 기업도(종합)
  7. 7“북항개발 市-BPA 방향 같아…돔 아레나 규모 등 협의할 것”
  8. 8해군 3600t급 디젤잠수함 ‘서희함’ 진수
  9. 9반려견 비비탄 학대 20대들 징역 8개월(종합)
  10. 10김민석 “신천지 與 입당 증거 없다” 사과(종합)
  1. 1국회의원 112명 서명…원내 주요 5개 정당 동참
  2. 2김민석 “신천지 與 입당 증거 없다” 사과(종합)
  3. 3정계 “지역언론 독립·공공성 훼손없게 계속 관심을”
  4. 4李 “집값 놀라울 정도로 하락…통계 제대로 알려야”
  5. 5국힘 신임 부산행복연구원장에 오경은 전 구의원
  6. 6시의회 상임위 제한 폐지 논란일자 결국 심사 보류
  7. 7“지방주도 성장 33조 투자…공공기관 이전 내년 착수”
  8. 8정파·지역도 초월…‘국제신문 회생’ 국회 팔 걷었다
  9. 9국힘 “가덕 건설 의지 없는 정부…공사비 증액 확약해야”
  10. 10정치권 “능인선원 경영능력 불합격…국제신문 회생 동의를”
  1. 1부산 매출액 돛 달아준 ‘해운 빅3’…6년 만에 전국 기준 100대 기업도(종합)
  2. 246년 감속기 외길…ICT 입힌 액추에이터 개발 성공
  3. 3[증시와이드] 불확실성 커진 증시…우량주 중심 냉정한 대응을
  4. 4“부산 해양수도·북극항로 육성, 선원 역할 중요”
  5. 5한진칼 주식 더 사는 조원태…호반과 지분경쟁 2R
  6. 62050년 중간저장시설·2060년 영구시설…정부, 방폐물 관리 3차 계획안 여론 수렴
  7. 7‘반도체 소부장’ 원익 공채에 1만2000명 몰려
  8. 8한양증권도 털렸다…고객·임직원 정보 일부 유출
  9. 9석유류·공업제품값 ‘고공 행진’ 지속…부산 10월 물가상승 4개월만에 최고(종합)
  10. 10주가지수- 2026년 11월 3일
  1. 1청년도 “국제신문 지키자”…대학가로 지지 확산
  2. 2축제 때도 도개 못 한 영도대교…한 달째 원인불명
  3. 3“북항개발 市-BPA 방향 같아…돔 아레나 규모 등 협의할 것”
  4. 4해군 3600t급 디젤잠수함 ‘서희함’ 진수
  5. 5반려견 비비탄 학대 20대들 징역 8개월(종합)
  6. 6에코델타에 유치원·초·고교 추가 신설
  7. 7141개 시민단체도 노동계도 ‘국제신문 회생’ 인가 촉구
  8. 8역삼동 연쇄방화 77세 이명수(종합)
  9. 9오늘의 날씨- 2026년 11월 4일
  10. 10면세유 23억 원어치 빼돌린 유통업자 집유
  1. 1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2. 22027 아시안컵 내년 12월로 연기…차기 감독 선임 여유
  3. 3MLB 애틀랜타 김하성, 퀄리파잉 오퍼 못 받아
  4. 4KLPGA 상금왕·대상 놓고 ‘림-솔(서교림·김민솔) 대전’
  5. 5김지율, 고교 최동원상 수상…부산고 하현승 아쉽게 고배
  6. 6BNK 개막전 첫 승…두터워진 선수층 빛났다
  7. 7박항서 향해 “김치맨”…태국 관중들 인종차별
  8. 8[뭐라노] 롯데가 스마트 야구를?
  9. 9체력 비축한 마법사, 타선 폭발한 사자…누가 웃을까
  10. 10동의과학대학교,‘제1회 부산지역 전문대학 유학생 축구대회’ 준우승
우리은행
주민자치 모범현장 가다
‘주민대표’가 건축 세부사항까지 의견…지방의회 심사 반영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코뿔소 없음과 진공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국제칼럼 [전체보기]
국조 대상은 조희대가 아니라 증시 참사다
개·고양이 학대는 이제 그만
기고 [전체보기]
‘성범죄 취업제한’의 사각지대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세레나데, 다정한 위로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탈서울’ 안 된다던 원안위, 세종행에 왜 침묵하나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도청도설 [전체보기]
등골 프로텍터
바이낸스 턴 북한 해커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왜 제대로 비워지지 않는지 살펴야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국제신문 정상화에 여야 한뜻…능인선원 결단하라
대통령 순방 정보 유출…국가 보안체계 전면 점검해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일상으로의 초대
SNS라는 광장, 우리는 서로의 말을 듣고 있는가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다림에도 비용이 든다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십시일반(十匙一飯), 나눔이 만드는 연말의 온도
시민 주거안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