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내년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2%에서 2.0%로 낮췄다. 경기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 요인이 더 크다는 이유에서다. 기획재정부는 이같은 내용의 ‘IMF 한국미션단의 연례협의 결과’를 20일 공개했다. IMF는 올 1월만 해도 내년 성장률을 2.3%로 예상했고 이를 상반기까지 유지했으나, 7월엔 2.2%로 낮췄고 이번에 다시 0.2% 포인트를 추가로 하향 조정했다. 올해 전망치(2.2%)보다 저조하다. IMF 미션단장은 “국내외 환경 변화 속에서 경제 회복력 강화를 위해 강력한 경제정책이 필요하다“며 혁신 강화, 공급망 다변화, 서비스 수출 촉진 등을 주문했다.

부산 동래구에 있는 한 대형마트에서 주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은 특정 기사 내용과 무관) 국제신문 DB

국내 물가가 어느 정도 잡히고 수출 실적도 나쁘지 않은데 이런 비관적 전망이 나오는 데는 이유가 있다. 한국 경제가 처한 대외 환경부터 녹록지 않다. 특히 주목하는 나라가 미국이다. 내년 1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큰 변화가 닥칠 것이란 경고는 벌써 나와 있다. 외국기업의 미국 투자를 바이든식 보조금이나 세금 감면이 아닌 관세 인상으로 유도할 것이라는 트럼프 정책은 삼성 SK하이닉스 현대 등 주요 대기업에 폭풍과 맞먹는 타격을 가할 수 있다. 고환율은 수입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고 겨우 안정세를 찾은 국내 물가를 또다시 흔들 위험이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한국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미칠 지도 변수다. 몇년째 이어지는 중국 국내 경기 침체도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내수 부진은 좀처럼 반등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소비판매지수, 자영업자 폐업률, 가계 및 기업 부채 등이 여전히 빨간불이다. 거의 모든 지표가 전국 평균 이하인 부산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내수가 저조해 올 3분기 대형마트와 백화점 판매실적은 일제히 감소세로 돌아섰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때만큼 부산 경기가 얼어 붙어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금리 인하나 수출 증가 효과가 국민 피부에 와닿지 못하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중동 전쟁 등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이 금리 인하에 의한 내수 자극 요인을 상쇄해 버리는 악순환 구조다.

경제는 심리여서 나쁘다 하면 진짜 나빠진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위기 상황이나 불안한 상황은 지나갔다”(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경기 회복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기획재정부) 등 정부의 장밋빛 전망이 안심은커녕 지나친 낙관론이라는 비판을 부르는 건 바닥 경기와 한참 괴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엄중한 위기 의식 하에 대내외 위험에 신속한 대처와 처방이 필요하다. 물가와 금리 관리는 물론 각종 규제 혁신, 산업 지원, 수출 전략 개선 등 전방위적인 경제 살리기 노력이 시급하다. 부산시는 거시경제가 정부 몫이라는 이유로 손 놓고 있어선 안 된다. 내수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 지원책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