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증권 부산WM센터 차호중 영업이사

현대인에게 중요한 자원은 ‘돈’과 ‘시간’이다. 과거에는 돈이 시간보다 중요했다. 따라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돈을 절약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그 쪽을 선호했다. 하지만 요즈음에는 돈과 시간을 동등하게 생각하거나 오히려는 시간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최저가 물품을 구입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는 발품을 팔아 절약할 수 있는 효용보다 그 시간을 절약해 새로운 경험을 하는 효용이 더 크다면 최저가 탐색을 포기하는 분위기다.

시간대비 성능을 추구하는 소비형태인 ‘시성비’가 중요해지면서 사람들은 시간을 조금이라도 아껴주는 서비스(Service)에 지갑을 열고 있다. 중고거래 플랫폼(Platform)인 ‘당근마켓’이 중고 상품거래뿐 아니라 이색 아르바이트 자리까지 연결시켜 주는 장이 되고 있다. 자녀 등하교 라이딩(Riding), 강아지 산책 알바 등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고자 하는 욕구가 등장한 것 등이 과거에 없던 다양한 종류의 서비스가 창출된 배경이다.

요즈음 신세대 직장인들은 ‘직장 주위 근접거리 근무’를 중요시 한다. 예전에는 내 집 마련이 우선이었기에 일단 집값이 저렴한 교외에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1시간 이상의 출퇴근을 당연시 하였다. 하지만 이제는 내 집이 아니라도 거주지와 직장의 거리를 줄여 불필요한 시간낭비를 막고자 하는 니즈(Needs)가 강한 편이다. 직장을 구할 때에도 보수, 평판, 성장 가능성과 더불어 회사의 위치를 중요시하는 분위기가 대세가 되었다.

서로 다른 스케줄(Schedule)로 일하고 먹고 마시고 생활하는 개인이 늘어나고 있는 시대다. 직장인들 사이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사이드 프로젝트(Side Project)’도 같은 맥락이다. ‘사이드 프로젝트’란 본업 이외에 추가적으로 수행하는 프로젝트나 활동을 의미한다. 이는 수익창출을 위한 부업이 될 수도 있고, 단순히 개인적인 관심사나 취미를 발전시키기 위한 활동일 수도 있다.

현대인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회사에 올인(All-in)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성장을 위해 나누어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업무시간을 시간단위로 조밀하게 나누어 쓰고자 하는 개인들이 늘어남에 따라 시간 관리에 도움을 주고자 기업들도 반차를 넘어 ‘반반차’ ‘반반반차’를 도입하거나 도입검토에 나서고 있는 분위기다. 이러한 휴가 제도를 활용해 개인들은 필요한 은행 업무를 처리하거나 병원에 다녀오는 등 개인적인 용무에 유용하게 활용한다.

하루를 시간단위로 나누어 생활함으로 그만큼 시간을 세분하여 가치하게 사용이 가능하게 되었다. 산업혁명으로 경제가 공업화되고 서비스화 되었고, 자동차와 철도의 등장으로 이동속도가 빨라지고 시계가 발명되어 시간개념이 더욱 명확해진 현 시대를 살아가는 개개인들에게는 급여도 ‘월급’보다는 ‘시급’을 앞으로는 더 자연스럽게 느낄지도 모른다.

변화된 시간개념 가운데 이제는 타인이 정해준 삶의 흐름이 아닌 자신이 적극적으로 자신의 시간을 지키고 관리하는 ‘초개인화 시대’가 도래하게 되었다. 흘러가는 시간 가운데 단순히 시간을 절약한다는 개념이 아닌 스스로가 시간을 관리하는 주체가 된 것이다. 정해진 하루인 24시간 가운데 일상의 흐름을 결정함으로 ‘시간의 가성비’를 중요시하며 사용시간도 밀도 있고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움직임이다.

시간의 ‘저글링(Juggling)’도 일상화되었다. 시간을 단위로 쪼개어 생활하다 보면 숨겨져 있던 사각지대와 같은 틈을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사각지대의 틈을 꼼꼼히 메워나가는 자세는 언제나 필요하다. 마치 어떠한 통에 큰 돌을 넣고, 다음 자갈, 다음 작은 자갈, 그리고 모래 순으로 채울 때 모래가 돌과 자갈 사이의 공간을 찾아 통을 촘촘히 메우는 것과 같은 원리의 시간관리다. 긴 단위의 시간과 짧은 단위의 시간이 공존하는 현상은 자연스럽게 여러 일을 한꺼번에 수행하는 ‘시간의 저글링’으로 이어진다.

일상에서 듣는 책인 ‘오디오 북(Audio Book)’을 들으며, 운전이나 가사일 등을 하는 멀티테스킹(Multi Tasking; 다중작업) 작업이 대표적인 ‘저글링’이다. 스마트폰(Smart Phone)의 기능이 향상되어 모바일(Mobile) 환경에서 여러 개의 탭(Tap)을 열어 동시에 다수의 작업을 수행하는 것을 비롯해, 두 개의 브라우저(Browser)를 보면서 동시에 이메일(e-Mail)을 보내는 등의 작업이 그 예라 할 수 있다.

시성비 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은 ‘결론부터 미리보기’에 익숙해 있다. 소위 ‘두괄식 삶’이다. 시간개념이 달라지면서 콘텐츠(Contents)를 소비하는 방식도 예전과 같지 않다. 일단은 결론부터 빨리 알고 싶어하고, ‘스포 포함’ ‘결말 포함’을 명시한 요약본 영상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스포’란 스포일러(Spoiler)의 줄인 말로 ‘결론을 미리 알게 해 김이 빠지게 하는 행위’를 말한다.

드라마(Drama)와 영화의 요약본 영상이 인기가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예전에는 스포를 금기시했지만 요즈음에는 오히려 ‘결말 포함’ 영상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또한 유튜브(Youtube)와 넷플릭스(Netflix)를 비롯한 각종 OTT에서는 시청 속도를 높일 수 있는 배속기능을 제공해서 보다 빨리 내용을 알고 싶어 하는 이용자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빨리 돌려보는 것이 가능하게 된 것은 사실상 자막 덕분이다. 인물의 감정이나 영상언어를 건너뛰고 대사만 봐도 줄거리 파악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시간이 무엇보다도 소중한 자원이라는 차원에서 볼 때 가장 아까운 시간은 ‘실패한 시간’일 것이다. 각종 정보가 넘치는 오늘날, 쇼핑(Shopping)에는 돈뿐 아니라 시간도 많이 드는데 실패한 쇼핑을 하게 되면 돈과 시간이 함께 낭비되기 때문에 아깝기 그지없다. 잘못 구매한 형편없는 제품 때문에 후회하는 것을 피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상식이 된 요즈음이다. 알 수 없는 앞날이나 예상하지 못한 사태의 발생을 스트레스(Stress)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한 요즈음 Z세대는 가급적 힘을 덜 들이고 실패는 피하고 싶어 한다.

‘디토소비(Ditto:특정 인물이나 콘텐츠의 제안에 따라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트랜드)’가 등장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먼저 믿을 만하다고 검증된 사람이나 콘텐츠, 유통 채널(Channel)을 따라함으로써 실패를 걸러주는 필터(Filter)를 확보했다고 안심하는 분위기다. 자신이 선택한 ‘그 분야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추천하는 것을 시도하고 따름으로써 리스크(Risk)를 줄이고자 하는 움직임이다.

시간이 과거 어느 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소중한 자원이 된 이유로는 단지 바빠져서 때문이 아니라 소유경제에서 경험경제로 경제의 패러다임(Paradigm)이 전환되면서 누릴 수 있는 시간이 돈만큼 중요한 자원이 되었기 때문이다. 비싼 소유물을 과시하는 것보다 다양한 경험을 중요시하며 인증샷을 통해 자랑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다양한 OTT 플랫폼이 넘쳐나는 요즈음 하루 몇 시간씩 콘텐츠를 시청하기 위해서라도 소요되는 시간확보가 필요한 시대가 된 것이다.

시간에 대한 관념이 변화하면서 소비자의 시간을 아껴주는 것도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특히 서비스(Service)업계는 고객이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한 경쟁력이 되었다. 단순하게 기다리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가 준비되는 시간과 소비자가 가게에 도착하는 시간의 간극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게 되었다. ‘원격 줄서기 서비스’, ‘캐치테이블’, ‘테이블링’ 등 외식업을 중심으로 운영되던 ‘스마트 웨이팅 서비스(Smart Wating Service)’가 이제는 다른 업계로도 확장되는 추세다.

최근에는 이러한 시간개념을 비즈니스 모델(Business Model)에 적용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고객의 틈새 시간을 찾아내 새로운 비즈니스(Business)를 개척하는 것이 그것이다. 시간의 가치에 따라 가격을 다르게 책정하여 신상품이나 새로운 서비스(Service)를 만들거나 가격을 조정하는 것 등이다. 소위 버라이어티(Variety) 가격정책이다. 맥도날드의 아침식사 세트(Set)인 ‘맥모닝’이 그 대표적인 예다.

소비자의 니즈(Needs)에 즉각적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System)을 ‘온 디맨드(On-Demand)’라고 하는데, 이러한 즉각성이 또한 점차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소비자는 자신의 니즈가 발생했을 때 원하는 시간에 재고를 확보해 두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잠시도 기다리지 못하는 현대사회에서 필요에 즉각적으로 대응이 가능한 시스템 구축은 필수적 요소가 된 것이다. 시성비가 중요해진 시대를 이해하고 대응하는 자세가 변화된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