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국제칼럼] 민주주의 정신 잃은 대학 어디로 가나

정부 비판 서명·자보 불허…경찰, 학생 등 9명 연행해

헌법·법률 위반 소지 다분, 시민 감시로 퇴행 막아야

  • 최현진 기자 namu@kookje.co.kr
  •  |   입력 : 2024-11-25 19:22:18
  •  |   본지 2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부산윤석열퇴진대학생행동 소속 대학생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7일 오전 11시20분께 부경대에서 윤석열 퇴진 서명 운동을 벌였다. 부경대 학생도 참여했으나 대학 측은 사전에 이를 불허했다. 낮 12시가 되자 대학 측이 활동을 방해하기 시작했다. 오후 1시까지 양측의 마찰이 이어지자 학생들은 항의하려고 총장실로 이동했다.

총장과의 면담 일정을 논의하다가 이견이 있어 시간이 흘렀다. 결국 철야농성이 되고 말았다. 다음 날 오후 5시께 대학 간부가 투표소와 농성장을 돌아다니며 퇴거를 요구했다. 농성은 다음 날인 9일에도 이어졌다. 이날 오후 6시 학교 측 간부가 거듭 나가라고 요구했다. 학생들은 오후 8시부터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30분 후 건물을 나가려다 정문과 후문을 두고 약간의 실랑이가 있었다. 학생들은 동료들이 정문 앞에서 기다린다며 정문으로 나가길 원했으나 대학 측은 후문으로 나가라고 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출동했다. 양측의 대치가 계속되자 밤 11시20분께 경찰이 학생들의 인적사항을 밝히라고 요구했고, 거부하자 연행이 시작됐다. 경찰은 9명을 퇴거불응과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체포했다. 경찰은 3시간 후 이들을 퇴거불응 등 혐의로 입건한 후 전원 석방했다. 학교 측은 퇴거를 계속 요청했는데도 지켜지지 않아 경찰을 불렀다고 한다. 지난 7~10일 벌어진 부경대 집단 연행 사건의 전말이다. 창원대와 경남대에서는 윤석열 정권을 비판한 학생의 대자보가 대학 당국에 의해 철거됐다.

대학 내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다. 대학 측의 행위는 헌법을 부정하는 처사다. 부경대 측은 2019년 제정된 ‘시설물 사용 및 허가에 관한 지침’을 불허의 근거로 들었다. 지침 제7조에 ‘정치 행사는 사용을 허가하지 않을 수 있다’고 돼 있다. 다만 총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할 수 있다. 창원대와 경남대 역시 사전에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규정을 근거로 대자보를 철거했다.

부경대가 학내 지침을 근거로 경찰력을 요청해 학생들을 강제 연행한 것은 위헌과 위법의 소지가 다분하다. 헌법상 모든 국민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제21조 1항)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않는다.(제21조 2항)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은 ‘평화적인 집회 또는 시위를 방해하거나 질서를 문란하게 해서는 안된다’(제3조 1항)고 규정했다. 헌법재판소 역시 여러 번의 결정을 통해 집회의 자유는 민주적 공동체가 기능하기 위한 불가결의 근본요소, 대의제 자유민주국가의 필수 구성요소로 봤다. 국가인권위도 2007년 정치활동을 금지한 부경대의 학칙이 인권을 침해했다며 개정을 권고했다. 하지만 부경대는 아직 이 학칙을 개정하지 않았고, 오히려 지침에서 구체적으로 정치 행사를 금지한다고 해 버렸다. 인권위는 또 2021, 2022년 대자보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한 대학의 시설물 관리 규정을 개정하라고 권고했다. 경남대와 창원대 역시 이 규정을 개정하지 않았다.

일부 대학은 이런 학칙·규정·지침이 있어도 실제 정치활동 금지에는 소극적이다. 그것은 헌법이나 법률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대학이 본질적으로 집회와 표현의 자유를 거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유를 제한하는 대학은 죽은 거나 다름없다. 학문은 집회·표현의 자유와 밀접하다. 그것이 대학의 정신이다. 집회를 규제할 때는 내용이 아닌 형식을 따지는 게 상식이다. 소리가 너무 크다든지, 장소를 너무 넓게 사용한다든지 등을 규제할 뿐이다.

부산의 한 사립대는 윤석열 퇴진 국민투표 서명을 금지하거나 경찰을 부르지 않았다. 총장이 이를 승인해 소요 없이 진행됐다. 같은 사안을 두고 이렇게 다른 결과가 나왔다. 대학당국의 민주주의 이해도 차이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경찰의 대처도 논란거리다. 대학 측이 요청했다고 신중히 따져보지 않고 학생들을 강제연행한 것은 반헌법적이고 불법적인 요소가 있다. 경찰은 학생들을 퇴거불응 현행범으로 체포했는데, 스스로 해산하고 집으로 돌아가던 학생을 현행범으로 체포한다는 게 법 상식에 맞나. 형사소송법은 범죄를 실행하고 있거나 실행한 직후의 사람을 현행범으로 규정한다. 학생들이 농성을 풀고 정문으로 나가고자 한 시각이 오후 8시30분이었고 경찰이 연행을 시작한 것은 밤 11시30분이었으니 무려 3시간의 차이가 난다. 학생들은 현행범 체포가 불법이라며 경찰 관련자를 검찰에 고소했다.

시간이 군부독재시절로 돌아간 듯하다. 독재에도 굴하지 않고 자유·정의·진리를 외친 게 한국 대학의 민주주의 전통이다. 우리는 2024년 11월 3개 대학에서 벌어진 민주주의 퇴행을 보고 있다. “뭐 이런 일로 (…)” “누군가 지적하겠지.” 이런 마음이 역행을 낳았다. 대학이 무너지면 민주공화국은 없다.

최현진 논설위원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이 대통령, 부캉이 보러 북항 방문…전재수 ‘돔 아레나’ 건의
  2. 2조용히 작품의 중심 잡아주던 사람…‘영원한 별’ 안성기 추억하다
  3. 3중리해변 흉물 알박기 텐트, 민원 쏟아져도 시늉뿐인 단속
  4. 4市 기관장 하세월 임명절차…청문 통과해도 공백
  5. 5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6. 6[사설] 비타민이라 속여 주사맞혔나…진실 규명 시급하다
  7. 7“북극항로 가능성, 시범운항서 확인”(종합)
  8. 8닻 올린 HMM 부산시대…5년간 15조·2만 명 고용 효과
  9. 9공공기관 이전 연내 발표…“산은·금감원 반드시 부산 와야”
  10. 10인천 대형마트 상가 50대 남성 흉기 난동…1명 심정지·7명 부상(종합)
  1. 1이 대통령, 부캉이 보러 북항 방문…전재수 ‘돔 아레나’ 건의
  2. 2“북극항로 가능성, 시범운항서 확인”(종합)
  3. 3이헌승 “국제신문 100억대 체임 구속사유”…장관 “엄정 대응”
  4. 4김민석, 주진우 겨냥 “막말 땐 자격 정지 추진”
  5. 5與, 신천지 가입 정황 확인…후속 조치 주목(종합)
  6. 6KTX·SRT 통합, 이재용·최태원 증인채택 두고 여야 신경전
  7. 7李대통령 “늘어난 청소년 자살률…학업문제 등 강력한 대책 찾아야”
  8. 8강경화 “한미 협의 쉽지 않아” 시인…국힘 “정부, 혈맥 막혔는데 뭐하나”(종합)
  9. 9“부산 情 담은 뮤지컬 ‘당신만이’를 관광 콘텐츠로”
  10. 10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 오늘 인사청문회
  1. 1市 기관장 하세월 임명절차…청문 통과해도 공백
  2. 2닻 올린 HMM 부산시대…5년간 15조·2만 명 고용 효과
  3. 3공공기관 이전 연내 발표…“산은·금감원 반드시 부산 와야”
  4. 4해수장관 “내년 북극 시범운항 車운반선 등 확대”(종합)
  5. 5해양·파생특화 넘어 디지털금융으로…부산 금융도시 고도화
  6. 6고리 3·4호기 계속운전 심사 개시…사고관리계획서도 상정(종합)
  7. 7반도체주 추락에 5%대 급락…코스피 간신히 6000선 방어(종합)
  8. 8광고산업 수도권 집중 심화…“지역업체 살려야”
  9. 9주가지수- 2026년 10월 13일
  10. 10K-뷰티에 AI 입힌다…서울 홍대·부산 서면에 '가상체험' 공간
  1. 1중리해변 흉물 알박기 텐트, 민원 쏟아져도 시늉뿐인 단속
  2. 2인천 대형마트 상가 50대 남성 흉기 난동…1명 심정지·7명 부상(종합)
  3. 3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14일
  4. 4동명대 스마트해양, 신라대 AI웰라이프, 고신대 AI헬스케어
  5. 5정신건강복지법 개정 갈등 심화…부산지역 심리학과 등 시국선언
  6. 6고영삼의 인생 이모작…한 번 더 현역 <87> 배우 강석우
  7. 7출처불명 선박 ‘뒷기름’ 40억 원어치 유통업자 집유 2년
  8. 8부산외고 학생들, 독립운동가 후손 초청 감사제
  9. 9“창원시민 필요한 사업 100개 추진할 것”
  10. 10단일 고분자반도체 3진 논리 소자 개발
  1. 1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2. 2황성빈은 첫 도루왕…끝까지 뜨거웠던 타이틀 경쟁
  3. 3한화, 새 사령탑에 류지현…3년 20억원
  4. 4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5. 5프로야구 한화, 신임 사령탑으로 류지현 국가대표 감독과 계약
  6. 6HJ重·동부건설, 소외층·골프 꿈나무에 3000만원 기부
  7. 7어깨 부상 김우민, 수술 대신 재활로
  8. 8최동원 어린이 야구교실, 출범 11년 만에 프로선수 배출
  9. 9롯데, 신인 전원 계약…유망주 박근서 3억에
  10. 10차준환, 이번 시즌 국가대표·대회 출전 중단…서울시청과도 결별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원자력 청출어람, 스승을 가르치다
국제칼럼 [전체보기]
사라지는 것, 귀 기울일 것
열린 사회와 그 적들
기고 [전체보기]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전문대학을 소개합니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사형 생중계
발탁해놓고 감찰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에 ‘급여’ 맞춰야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국감서 국제신문 회생 지연 지적…대주주는 결단하라
비타민이라 속여 주사맞혔나…진실 규명 시급하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부캉이가 북항에 던진 질문
개척자 정신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거울 속의 외계인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