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윤석열퇴진대학생행동 소속 대학생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7일 오전 11시20분께 부경대에서 윤석열 퇴진 서명 운동을 벌였다. 부경대 학생도 참여했으나 대학 측은 사전에 이를 불허했다. 낮 12시가 되자 대학 측이 활동을 방해하기 시작했다. 오후 1시까지 양측의 마찰이 이어지자 학생들은 항의하려고 총장실로 이동했다.
총장과의 면담 일정을 논의하다가 이견이 있어 시간이 흘렀다. 결국 철야농성이 되고 말았다. 다음 날 오후 5시께 대학 간부가 투표소와 농성장을 돌아다니며 퇴거를 요구했다. 농성은 다음 날인 9일에도 이어졌다. 이날 오후 6시 학교 측 간부가 거듭 나가라고 요구했다. 학생들은 오후 8시부터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30분 후 건물을 나가려다 정문과 후문을 두고 약간의 실랑이가 있었다. 학생들은 동료들이 정문 앞에서 기다린다며 정문으로 나가길 원했으나 대학 측은 후문으로 나가라고 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출동했다. 양측의 대치가 계속되자 밤 11시20분께 경찰이 학생들의 인적사항을 밝히라고 요구했고, 거부하자 연행이 시작됐다. 경찰은 9명을 퇴거불응과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체포했다. 경찰은 3시간 후 이들을 퇴거불응 등 혐의로 입건한 후 전원 석방했다. 학교 측은 퇴거를 계속 요청했는데도 지켜지지 않아 경찰을 불렀다고 한다. 지난 7~10일 벌어진 부경대 집단 연행 사건의 전말이다. 창원대와 경남대에서는 윤석열 정권을 비판한 학생의 대자보가 대학 당국에 의해 철거됐다.
대학 내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다. 대학 측의 행위는 헌법을 부정하는 처사다. 부경대 측은 2019년 제정된 ‘시설물 사용 및 허가에 관한 지침’을 불허의 근거로 들었다. 지침 제7조에 ‘정치 행사는 사용을 허가하지 않을 수 있다’고 돼 있다. 다만 총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할 수 있다. 창원대와 경남대 역시 사전에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규정을 근거로 대자보를 철거했다.
부경대가 학내 지침을 근거로 경찰력을 요청해 학생들을 강제 연행한 것은 위헌과 위법의 소지가 다분하다. 헌법상 모든 국민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제21조 1항)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않는다.(제21조 2항)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은 ‘평화적인 집회 또는 시위를 방해하거나 질서를 문란하게 해서는 안된다’(제3조 1항)고 규정했다. 헌법재판소 역시 여러 번의 결정을 통해 집회의 자유는 민주적 공동체가 기능하기 위한 불가결의 근본요소, 대의제 자유민주국가의 필수 구성요소로 봤다. 국가인권위도 2007년 정치활동을 금지한 부경대의 학칙이 인권을 침해했다며 개정을 권고했다. 하지만 부경대는 아직 이 학칙을 개정하지 않았고, 오히려 지침에서 구체적으로 정치 행사를 금지한다고 해 버렸다. 인권위는 또 2021, 2022년 대자보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한 대학의 시설물 관리 규정을 개정하라고 권고했다. 경남대와 창원대 역시 이 규정을 개정하지 않았다.
일부 대학은 이런 학칙·규정·지침이 있어도 실제 정치활동 금지에는 소극적이다. 그것은 헌법이나 법률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대학이 본질적으로 집회와 표현의 자유를 거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유를 제한하는 대학은 죽은 거나 다름없다. 학문은 집회·표현의 자유와 밀접하다. 그것이 대학의 정신이다. 집회를 규제할 때는 내용이 아닌 형식을 따지는 게 상식이다. 소리가 너무 크다든지, 장소를 너무 넓게 사용한다든지 등을 규제할 뿐이다.
부산의 한 사립대는 윤석열 퇴진 국민투표 서명을 금지하거나 경찰을 부르지 않았다. 총장이 이를 승인해 소요 없이 진행됐다. 같은 사안을 두고 이렇게 다른 결과가 나왔다. 대학당국의 민주주의 이해도 차이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경찰의 대처도 논란거리다. 대학 측이 요청했다고 신중히 따져보지 않고 학생들을 강제연행한 것은 반헌법적이고 불법적인 요소가 있다. 경찰은 학생들을 퇴거불응 현행범으로 체포했는데, 스스로 해산하고 집으로 돌아가던 학생을 현행범으로 체포한다는 게 법 상식에 맞나. 형사소송법은 범죄를 실행하고 있거나 실행한 직후의 사람을 현행범으로 규정한다. 학생들이 농성을 풀고 정문으로 나가고자 한 시각이 오후 8시30분이었고 경찰이 연행을 시작한 것은 밤 11시30분이었으니 무려 3시간의 차이가 난다. 학생들은 현행범 체포가 불법이라며 경찰 관련자를 검찰에 고소했다.
시간이 군부독재시절로 돌아간 듯하다. 독재에도 굴하지 않고 자유·정의·진리를 외친 게 한국 대학의 민주주의 전통이다. 우리는 2024년 11월 3개 대학에서 벌어진 민주주의 퇴행을 보고 있다. “뭐 이런 일로 (…)” “누군가 지적하겠지.” 이런 마음이 역행을 낳았다. 대학이 무너지면 민주공화국은 없다.
최현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