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위증교사 사건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3부는 25일 고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비서 출신 김진성 씨에게 위증을 교사한 혐의를 받는 이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이른바 ‘이재명 검사 사칭 사건’에서 김 전 시장과 KBS 측이 이 대표 단독 범행으로 공모한 사실이 있었던 것처럼 증언하도록 김 씨를 종용한 혐의로 이 대표를 기소했으나, 1심 법원은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위증교사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이같이 판단했다. 다만 김 씨에게는 일부 위증이 인정돼 벌금 500만 원이 선고됐다. 위증은 있었으나 위증을 시키지는 않았다는 결론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위증교사’ 혐의 사건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선고를 받은 뒤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애초 위증교사는 유죄 선고가 제일 유력한 재판으로 꼽혔다. 무엇보다 당사자인 김 씨가 위증을 인정했고,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담당 판사도 영장은 기각하면서도 “범죄 혐의가 소명된 것으로 보인다”고 적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대표는 줄곧 “위증이 아니라 기억을 환기해 달라고 요청했을 뿐”이라고 항변했고, 1심 재판부 역시 “증인 기억을 확인하는 통상적 방식”이라며 이 대표의 손을 들어줬다. 김 씨가 자신과 상관없는 재판에서 위증을 하게 된 경위를 가리는 일은 2심 재판부 몫으로 넘겨졌다. 지난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재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선고로 타격을 입은 이 대표로서는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그러나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자체가 사라진 건 결코 아니다. 오는 2026년 대선 전에 결론날 가능성이 높은 재판 2개에 대해 사법부 1심 판단이 이제 겨우 내려졌을 뿐이다. 이 대표는 최근 경기도 예산 사적 유용 의혹 추가로 총 8개 사건, 12개 혐의, 5개 재판을 받고 있다. 여기엔 대권을 꿈꾸는 거물급 정치인의 도덕성을 검증하기 위해 진위 여부를 반드시 따져 봐야 할 중대 혐의가 적지 않다.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이나 쌍방울 대북송금 대납 의혹 등이 그것이다. 문제는 지금 속도라면 이들 재판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점이다. 사법 결론이 완전히 내려지기까지 한국 정치판은 겉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있다. 야당은 야당대로, 여당은 여당대로 승복과 불복을 둘러싸고 치열하게 프레임 전쟁을 벌일 게 뻔하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최근 공직선거법 재판의 ‘6·3·3’ 규정 준수를 당부했다. ‘선거범 판결 1심 선고는 기소 후 6개월, 2심과 3심은 전심 후 3개월 이내에 해야 한다’는 규정이다. 재판 지연으로 인한 불필요한 혼란을 최소화하라는 취지일 것이다. 정치권도 그런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 여당을 견제하되 더이상 이재명 방탄 국면을 조성해선 곤란하다. 국민의힘 역시 상대편 사법 리스크가 결코 반사이익을 가져다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야당 대표 문제와 별개로 여당다운 집권 능력을 보이는 게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