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를 보면 한국인의 준법의식을 찬탄하는 외국인들의 경험담이 숱하게 올라온다. 커피숍이나 식당에서 휴대전화 가방 등을 둔 채 예사로 자리를 비우고, 지하철 내 분실물을 아무도 손대지 않는 모습이 그들에겐 낯선 모양이다. 그렇지만 거짓말 관련 범죄가 유난히 많은 것 또한 숨기고 싶은 우리의 민얼굴이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3대 거짓말 범죄로 꼽히는 사기(공갈) 무고 위증 건수가 연 20만 건을 훌쩍 넘는데, 인구가 배 이상인 일본의 5배나 된다.
일상생활 속 거짓말은 도덕적 지탄을 받을지언정 위법은 아닌 경우가 많다. 십수년 전 대학교수 연예인 종교인 등이 학력 위조로 대거 입방아에 올랐지만 형사처벌을 받은 사람은 극히 드물다. 그러나 거짓말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 공익을 해치는 수준까지 가면 얘기는 달라진다. 남을 속여 금전적 이익을 취하거나, 없는 죄를 만들거나, 타인의 인격이나 평판을 훼손하거나, 공직선거에서 허위사실을 퍼트리는 행위는 엄격히 금지된다. 사안의 진위를 다투는 법정 진술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전 성남시장의 수행비서였던 김진성 씨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건 지난 2019년 2월 14일이다.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대표가 선거 토론회에서 한 발언이 허위사실 공표(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혐의 관련 재판이었다. 김 씨는 이 자리에서 이 대표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증언(“이재명을 검사 사칭 주범으로 몰기 위해 KBS와 전 성남시장 간에 협의가 있었다”)을 했다. 하지만 이 말이 거짓(위증 유죄)이었고, 이 대표가 김 씨에게 거짓 증언을 요청한 증거는 불충분하다(위증교사 무죄)는 게 지난 25일 이 대표 위증교사 사건 1심 재판부의 판단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김 씨는 자신과 전혀 무관한 재판에 나와 위증 처벌 위험을 감수하면서 거짓 진술을 했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형사 재판에 출석한 증인은 판사 검사 변호사가 지켜보는 법정 한가운데 서서 “위증했을 때는 벌을 받겠다” 선서하고 기명 날인까지 한다. 이런 분위기에서 판사에게 거짓을 말하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거짓말을 하는 경우는 진실을 말하는 것보다 얻는 이익이 훨씬 크거나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특수한 사정이 있을 때일 것이다. 위증이나 위증교사라는 범죄 행위의 사법적 구성요건과는 별개로, 1심 선고 이후 줄곧 머리를 떠나지 않는 의문이 “그렇다면 김 씨는 왜 거짓말을 했을까” 이다. 항소심 혹은 최종심 재판에서 그 궁금증이 시원하게 해소될지 한층 주목되는 이유다.
강필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