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제가 시행되었으니 야근은 하지 말라고 하고, 지원자는 없고, 그럼 일은 어떻게 합니까?” “주52시간제 시행 계도기간이 연장되지 않으면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습니다.” 필자가 만난 소규모 제조업체 대표들의 절박한 하소연이다.
필자도 부산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정부 방침이 아니더라도 주52시간 법정근로시간을 준수하면서 직원들과 함께 휴일과 저녁이 있는 여유로운 삶을 즐기고 싶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숙련기술인력은 구하기 힘들고,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정상적인 공장 가동도 쉽지 않다. 내국인 신입직원은 구하기 어렵고, 채용한다 하더라도 6개월 내지 1년 이내 퇴사하는 경우가 많다.
올해 말로 3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주52시간제 시행 계도기간이 만료된다. 이미 몇 차례 최저임금 인상으로 큰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는 상황에서 또다시 인건비 상승을 유발하는 주52시간제 시행 대상이 된다면 타격을 이중으로 입을 수밖에 없다.
그리되면 소규모 사업장들의 연쇄 도산과 산업기반이 무너지는 불상사로 이어질 수 있다. 소규모 사업장들은 제조업은 물론이고 서비스업에서도 공급체계의 바닥에 있으면서 1차 공급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마치 건물의 기둥과 같은 역할이다. 소규모 사업장들이 생산한 제품과 서비스가 다른 기업의 중간재가 되고 나아가 최종재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들의 건전한 생존 여부가 전체 산업의 앞날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타트업 생태계를 무너뜨릴 우려도 크다. 스타트업은 IT분야는 물론 인공지능 로봇 등 신산업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들이 성공하려면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연구·개발 성과를 내야 한다. 이를 통해 한국경제의 미래를 주도할 수 있는데 주52시간제라는 제약은 출발점에서부터 스타트업의 발목을 잡는 것과 같다.
근로자들도 장시간 근로로 내몰리게 생겼다. 최근 높은 물가와 금리 등으로 근로자의 실질소득은 크게 줄었다. 여기에 근로시간까지 단축되면 기존 임금을 유지하기 위해 이전보다 더 많은 시간을 일할 수밖에 없다. 연장수당이 통상임금의 1.5배인 점을 감안하면, 근로자들은 기존 임금을 유지하기 위해 1.5배의 장시간 투잡을 강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부산·울산 중소제조업 생산직 근로자 2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를 봐도 주52시간제 시행 이후 근로자 10명 중 4명이 생활비 충당을 위해 투잡에 나서거나 가족이 경제활동에 나섰던 것으로 조사되었고, 절반 이상이 급여소득 증대를 위해 근로시간을 주52시간보다 확대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불법체류자가 대폭 늘어날 수도 있다. 중소기업 생산 현장은 ‘코리안 드림’을 품고 돈을 벌기 위해 우리나라에 온 외국인 근로자가 대부분이다. 지금은 각종 휴일수당과 야근수당을 포함해 높은 임금을 받고 있지만 주52시간제가 적용되어 월급이 280만 원가량으로 줄어들면 사업장을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 외국인 근로자 입장에서는 불법체류자로 전환하면 세금도 안내고 주52시간제 영향 없이 마음껏 노동하고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설사 적발되더라도 사업주만 과태료 처벌을 받고 당사자는 강제 출국 당할 뿐 큰 제재는 없다. 실제로 건설근로자공제회의 건설근로자 수급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건설업에 근무한 외국인력 42만2765명 가운데 불법 근로자 수가 절반 이상인 24만2913명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주52시간제 시행으로 어려움을 겪을 소규모 사업장과 근로자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경제 성장을 위해서도, 주52시간제의 개선은 꼭 필요하다. 가장 시급한 것은 올해 말로 만료되는 3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주52시간제 시행 계도기간 연장이다. 그러나 계도기간 부여는 임시 조치일 뿐 현장에서 느끼는 혼란을 완전히 해소하기에는 부족하다. 따라서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근본적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
필자는 노사 간 합의를 조건으로 한 ‘근로 시간 유연화’, 현행 주 단위 연장근로 단위를 월 분기 반기 연간 단위 중에 선택할 수 있도록 ‘연장근로 단위 기간 확대 법제화’를 제안한다. 이를 통해 근로자는 소득 보전과 유연한 근로시간으로 삶의 질을 높이고, 기업은 융통성 있는 인력 운영을 통해 주52시간제를 급격하게 도입하면서 발생한 부작용들을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다. 연장 근로시간 논의는 노사 만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에 필자는 최근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직접 만나 제도 개선을 건의한 바 있다.
근로시간 문제는 기업의 살길과 근로자의 생계가 달린 민생 문제 중에서도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사안이다. 현장과 맞지 않는 주52시간제의 한계를 직시하고 하루빨리 근본적인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