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의결정족수 미달로 폐기됐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 6당이 발의한 탄핵소추안은 지난 7일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졌으나 정족수(재적의원 200명)에 5명 부족해 개표를 못한 채 투표 불성립이 선언됐다. 이날 투표에는 범야권 의원 192명과 국민의힘 의원 3명 등 195명이 참여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탄핵소추안에 앞서 실시된 김건희 특검법 표결에 참석한 뒤 대부분 본회의장을 떠났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을 일일이 호명하며 표결 참여를 요구했지만 끝내 돌아오지 않아 이날 밤 9시 22분 투표 종료가 선언됐다.
 |
| 지난 7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내란죄 윤석열 퇴진! 국민주권 실현! 사회대개혁! 범국민촛불대행진’에서 참가자들이 탄핵안 처리 자체가 무산되자 실망하고 있다. 연합뉴스 |
‘12·3 비상계엄 사태’ 수습의 키를 쥔 여당의 행태는 시종일관 실망스럽다. 정권 유지용 시간 벌기에 올인하는 듯한 정치공학적 계산만 가득해서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명태균 사태 연루 의혹을 받는 김건희 여사 특검법은 투표해 부결시키고,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때는 우르르 본회의장을 빠져나가는 모습을 우리 국민은 물론 외신도 지켜봤다. 국민의 대리자인 국회의원은 한사람 한사람이 투표로 의사표시 권한을 부여받은 헌법기관이다. 이탈표를 우려해 표결 참여조차 당론으로 막은 국민의힘은 집권 여당으로서 무능력과 분열상을 자인한 것이나 같다. 이것이 입만 열면 외치던 국민 눈높이 인가.
지난 3일 밤과 4일 새벽 사이 벌어진 비상계엄 사태는 전모를 알면 알수록 가관이다. 특수부대 소속 무장군인 수백명이 헬기를 타고 국회의사당에 진입해 유리창을 깨고 본관에 난입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실까지 점거해 선거인 명부 시스템 서버를 촬영해 갔다. “주요 정치인과 전현직 공직자를 체포해 구금하라” “국회의사당 내 국회의원들을 모두 끌어내라” 등의 명령을 받았다는 폭로가 국가정보원과 군 수뇌부에서 잇따라 터져나와 진실공방으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이 모든 혼란의 진원지는 윤석열 대통령이다. “임기 문제와 정국 안정방안을 당에 일임하겠다”는 대국민 담화 한마디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정치 중립 위반을 이유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을 곁에 뒀다는 이유로 탄핵 심판대에 올랐다. 윤 대통령의 위헌적 계엄 선포와 군을 동원한 국회 장악 시도가 두 전직 대통령보다 가볍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없다.
윤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촛불이 전국에서 들불처럼 일어나고 있다. 촛불은 대통령이 물러나는 순간까지 꺼지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은 임시회 회기를 일주일 단위로 끊어가며 탄핵소추안을 반복해서 재발의 할 태세다. 국민의힘에서는 7일 김건희 특검법 표결에서 이탈표가 6표 나왔고 탄핵소추안에도 당론과 달리 3명이 표결에 참여했다. 대통령 탄핵에 기대 모든 사법리스크를 털고 조기 집권을 꿈꾸는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의 의도가 아무리 뻔하다 해도, 국민의힘이 계속 여론을 외면하고 여당 내 이탈표를 막기는 점점 어려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