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은 2022년 출범한 부울경 특별연합(메가시티)이 무산된 후 결성된 ‘부울경 초광역경제동맹’에는 참여했으나, 부산 경남이 추진하는 행정통합에는 한걸음 물러나 있다. 반면 포항 경주와 함께 하는 해오름동맹에는 적극 나서고 있다. 해오름동맹을 기반으로 동해안 광역경제권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박형준 부산시장과 박완수 경남지사는 행정통합이 되더라도 두 시·도만으로는 통합효과를 높이기 어렵다며 나중에라도 울산이 동참해서 힘을 합쳐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적어도 현재 시점에서 볼 때는 울산의 통합 합류는 쉽지 않아 보인다. 울산의 전략은 부산 경남과 행정통합은 하지 않지만 동남권역에서의 관계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포항 경주를 연계권역으로 추가로 설정해서, 이 모두를 산업벨트로 묶는 협력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울산이 주요 역할을 하는 ‘대한민국 산업수도권’을 육성하겠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내비치고 있다.
예전에는 부산 울산 경남이 모두 경남이란 하나의 행정구역이었다. 경남이 전국에서 도세(道勢)가 가장 강했던 시절인 1963년에 부산이, 1997년에는 울산이 떨어져 나왔다. 부산이 직할시로 승격될 때 인구는 130만 명이 넘었고, 울산이 승격될 때는 약 100만 명의 대도시였다. 분리될 당시에 둘 다 경남 제1도시였다. 경남은 땅과 인구를 빼앗기고, 세수 감소로 재정 기반도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오랫동안 누렸던 1등 도민의 자긍심도 내려놓아야 했고, 역사 문화 전통마저 인위적으로 분산되는 뼈아픈 경험을 해야 했다.
특히 울산이 분리될 때는 경남에서 “부산을 빼앗겼는데, 그것도 부족해서 울산마저 빼앗는가” 하는 반대 여론이 부산직할시 승격 때보다 훨씬 더 격렬하게 일면서 ‘경남 땅 분할반대 항의단’이 만들어지고 혈서가 등장하는 등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울산은 그때 “가정에서도 자식이 장성하면 살림을 차려 내보내는 것이 순리이지 않느냐” “울산은 도청이 있는 창원에서 너무 먼 거리에 있고, 연결하는 교통망마저 잘 발달되어 있지 않아 각종 인허가를 얻기 위해 도청을 오가는 시민의 불편이 크다”고 호소하며 반대 여론을 무마시키려 했다.
지난 이야기를 다소 장황하게 끄집어낸 이유는 부울경이 하나라는 것을 말하고 싶기 때문이다. 또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는 것은 물론이고 역사와 문화, 정서적으로 동질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기 때문이다. 더구나 부울경은 이미 1일 생활권이 돼 있고, 광역철도사업 등의 1시간대 생활권 조기구축사업에 3개 시·도가 힘을 합치고 있다. 산업에서도 경남 사천의 우주항공에서부터 거제 조선, 창원의 기계 방위 원자력, 부산의 자동차 부품과 조선 기자재, 울산의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을 비롯한 여러 업종이 서로 긴밀하게 연계돼 있다.
부산 경남뿐만 아니라 대구 경북과 충청권, 호남권 등 전국 곳곳에서 추진하는 ‘특별시’ ‘메가시티’ ‘광역연합’ 등의 지자체간 통합 및 연합이 광역지자체를 중심으로 추진되는 것도 경제와 교통뿐만 아니라 역사와 문화, 주민들의 정서가 가장 든든한 기반이기 때문이다. 경남에서부터 부산 울산을 거쳐 제철소가 있는 포항에 이르는 산업벨트나 금융벨트를 만들자는 주장은 1990년대부터 필자를 포함한 상공계 인사들과 지역 발전연구원 등을 중심으로 있어 왔지만, 우선순위는 언제나 동남권이었다.
부울경은 이미 생활 경제 문화 등에서 하나의 공동체에 가깝다. 행정통합과 해오름동맹은 둘 다 수도권 일극체제에 대응하는 비수도권의 생존전략이고, 덩치를 키워 지역소멸을 막고 경쟁력을 높이자는 것이 핵심이다. 울산이 경북의 포항 경주와 함께 하는 200만 공동체는 뒤로 미루고, 주민이 정서적 일체감을 형성하고 있는 동남권에 먼저 힘을 보태 활력이 넘치는 800만 동남권 행정공동체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경상도가 남도와 북도로 나눠진 1896년(고종 33년) 이후 울산의 역사 전통 문화 등은 늘 동남권과 함께 해왔다. 울산이 약 130년간이나 ‘한 가족’으로 있는 부산과 경남의 간절한 구애를 외면하지 말고, 동남권을 먼저 살렸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