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특수전사령부(특전사) 소속 707특수임무단과 공수특전여단 군인이 국회 본회의장의 문을 부수고 들어간다. 윤석열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을 해제하려고 모인 의원들을 수갑을 채운 채 끌어낸다. 우원식 의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등이 체포에 항의하며 고함을 친다. 이들은 방첩사령부에서 차로 15분 거리인 수도방위사령부 지하벙커(전시 지휘소) 구금시설로 인계된다.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특수임무대 요원들이 미처 국회에 들어가지 못한 국회의원과 시민·사회·노동단체 대표, 언론인 등을 체포한다. 체포된 이들은 22대 국회의원선거 때 부정선거를 모의·실행했다는 허위 자백을 강요받는다. 국회는 군인이 장악해 정치활동이 금지된다.
중앙선관위 사무실도 방첩사·정보사·특전사 소속 군인이 장악한다. 이들은 전산실 서버를 뒤져 22대 총선 관련 자료를 찾아낸다. 문제점을 찾지 못하자 허위 자료를 서버에 심는다. 계엄사 합동수사본부는 조작된 증거를 바탕으로 지난 총선이 불법·무효라는 수사 결과를 발표한다. 야당 지도자와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은 불법선거운동과 내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다.
언론은 계엄사령부의 포고령에 따라 검열관의 통제를 받는다. 기자들은 기사를 쓰기 전후 이들에게서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정부에 비판적인 기사를 쓰겠다면 편집제작회의를 통과하지 못한다. 기자들은 계엄사가 제공한 보도자료를 써야 한다. ‘야당 주도 내란 획책’이라는 기사가 신문 1면 톱기사로 등장한다. 그동안 정부에 비판적인 글을 쓴 언론인은 체포돼 갇힌다. 비판의식을 지닌 기자들이 언론사에 발 붙이지 못하고 떠난다.
정보사가 심어놓은 점조직이 테러를 일삼는다. 이들은 북한군복을 입고 북한군 행세를 한다. 대통령은 종북 세력이 사회 혼란을 조성하고 국가를 전복할 음모를 꾸몄다고 발표한다.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확보했다고 설명한다. 대통령은 눈엣가시 같은 야당 국회의원들이 없으니 권력을 휘두른다. 검찰을 압박해 김건희 여사 관련 수사를 접도록 한다. 명태균 사건은 명 씨가 저지른 해프닝으로 처리한다.
상상하기 싫지만 비상계엄이 성공했다면 지금 상황은 이처럼 전개됐을 개연성이 있다. 국회 긴급 현안질의, 수사기관 조사, 언론 보도 등을 종합하면 그렇다. 주동자들이 비상계엄을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했다는 증언과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는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구속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최현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