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2일 하야하지 않고 탄핵이든 수사든 끝까지 싸우겠다는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29분 진행된 녹화본 담화에서 “비상계엄은 국정 마비의 망국적 비상상황에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대통령의 법적 권한으로 행사한 조처”라며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고 사면·외교권 행사 같은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 통치 행위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계엄 선포의 주된 이유로 “국민에게 야당의 반국가적 패악을 알려 멈추도록 경고하려 했다. 허술한 선관위 선거관리시스템을 개선하라고 했는데도 말을 듣지 않아 계엄을 선포한 후 국방장관에게 점검하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에 나돌았던 ‘야당 경고와 선거를 바로잡기 위한’ 계엄설이 사실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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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계엄 선포 후 네 번째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
야당은 대통령의 담화에 “극단적 망상을 표출했다”며 “탄핵 앞두고 극우 소요를 선동하려는 의도”라고 반발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참담한 심정이라며 즉시 여야대표회담을 촉구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반성 아닌 합리화라며 탄핵 찬성 당론 채택을 제안했다. 국민의힘 진종오·한지아 의원은 14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언급했다. 이로써 현재까지 공개적으로 ‘탄핵 찬성’ 입장을 밝힌 국민의힘 의원은 조경태 안철수 김상욱 김예지 김재섭 의원 등 7명이다.
이날 계엄 선포 후 이뤄진 윤 대통령의 4차 담화는 국회 현안질의나 수사기관의 조사에서 밝혀진 내용과 상충된다. 윤 대통령은 국회에 병력을 투입한 것과 관련, 질서 유지를 위한 차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는 “윤 대통령이 문을 부수고 들어가 의원들을 끄집어 내라고 했다”는 곽종근 육군 특수전사령관의 증언과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 정리하라고 지시했다”는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의 주장과 배치된다. 체포조와 구금시설을 준비하라고 했다는 증언은 어떻게 설명할지 궁금하다. 윤 대통령은 사전에 김용현 전 국방장관하고만 계엄을 상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지호 경찰청장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3시간 전 자신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을 안전가옥으로 불러 계엄 선포 후 장악해야 할 기관 등을 적은 문서 한 장을 전달했다고 밝혀 이 또한 앞뒤가 맞지 않다. 윤 대통령은 피의자 신분이다.
대통령이 국가적 혼란을 수습하길 바랐던 국민은 불안하고 혼란스럽다. 결국 ‘질서 있는 조기퇴진’은 한 대표의 착각이었다. 지난 7일 1차 탄핵 표결을 앞두고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질서 있는 조기퇴진’으로 방향을 잡았고, 탄핵 투표는 무산됐다. 대통령의 태도가 완전히 달라진 4차 담화를 계기로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제 갈 길을 갈 것으로 풀이된다. 원조 친윤인 권성동 의원이 원내대표가 되면서 국민의힘의 분열은 가속화할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당리당략을 떠나 대통령을 탄핵함으로써 책임 있는 여당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헌정 질서를 되찾아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