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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의 끼니] 사하구 노포 맛집

박상현 맛 칼럼니스트

  • 박상현 맛 칼럼니스트
  •  |   입력 : 2024-12-15 18:18:43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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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사하구 의회는 2023년 4월 7일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최초로 ‘노포 맛집 지정 및 지원 조례’를 제정했다. 이 조례에서 정의하는 ‘노포 맛집’이란 사하구 관내에서 20년 이상 영업하고 있는 일반음식점과 제과점을 의미한다. 사하구의 뒤를 이어 서울시 동대문구와 부산시 연제구가 유사한 조례를 제정했다.

부산 사하구 노포 맛집 인증 로고.
사하구가 제정한 이 조례는 두 가지 의미를 가진다. 첫째, 기초자치단체 차원에서 지역의 노포 음식점을 지정하고 지원하는 최초의 사례라는 점. 둘째, 지역 노포 음식점 활성화 정책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한다는 점이다. 한 지역에서 오랫동안 영업을 이어온 음식점은 중의적 성격을 갖는다. 형식적으로는 개인이 상업행위를 하는 민간영역이다. 하지만 노포는 지역민과의 밀접한 접촉을 통해 성장하고 생존해 왔으며, 이를 통해 지역민의 일상과 추억이 축적된 공간이기에 공공재로서의 성격도 갖는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가 이를 지정하고 보호하는 것은 공적 가치가 있고 조례는 이를 위한 법적인 근거가 된다.

사하구는 조례에 근거해 올해 처음으로 ‘사하구 노포 맛집’을 선정했다. 서류심사를 통과한 9개 업소를 대상으로 3개월 동안 전문가에 의한 현장 심사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고흥녹동세발낙지’ ‘대티물꽁’ ‘장림연탄갈비’ 3개 음식점을 ‘사하노포맛집’으로 지정했다.

현장 심사에는 음식 평론가, 외식업 컨설턴트, 음식 스토리작가, 조리과 교수 등의 전문가가 참여했다. 이미 유사한 심사 경험이 많은 전문가들이었지만 이번 심사 과정에서 매우 특별한 경험을 했다. 그것은 음식점과 주민 사이의 돈독한 신뢰와 애정이었다. 거시적 관점에서 음식점을 평가하다 보면 관찰자의 시선이나 SNS와 미디어 노출 정도에 좌우된다. 하지만 지역의 관점에서 보면 속칭 ‘동네장사’의 속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한 지역에서 20년 넘게 음식점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애정과 수요 없이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음식도 음식이거니와 주민들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고 있으며, 지역사회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따질 수밖에 없다. 공공재로서 노포의 성격에 가장 부합하는 기준이다.

음식은 기대 이상이었다. 심사위원 모두 기초자치단체인 만큼 기대치를 조금 낮춰서 평가에 임했다. 하지만 오산이었다. 30년째 전라남도 고흥군에서 가져온 세발낙지만 사용하고 있는 ‘고흥녹동세발낙지’는 산지인 고흥군 무안군 영암군의 전문점을 능가했다.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칠레산 돼지갈비를 사용한 ‘장림연탄갈비’의 대를 이은 양념은, 심사위원 모두를 놀라게 했다. 아귀찜에 대한 소비자의 기준이 높고 동네마다 소문난 집이 득실거리는 부산에서 30년째 사하구의 맹주 노릇을 하는 ‘대티물꽁’의 아귀찜 솜씨는 충분히 수긍이 가는 맛이었다. 다대포해수욕장, 을숙도, 감천문화마을 등의 관광자원을 가졌으면서도 “사하구는 왜 먹을만한 곳이 없나”하는 불만은 속사정을 잘 모르는 외부인의 투정에 불과했다.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고 한다. 부산이 미식도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트렌드 만큼이나 변함없는 동네 맛집의 존재도 중요하다. 미쉐린가이드와 같은 세계적인 음식점 평가가 글로벌한 관점이라면, 지역적이고 미시적인 관점도 반드시 필요하다. 오히려 미래의 시각에서 본다면 지역민과 함께해온 음식점이 더 오래 기억될 수도 있다. 모쪼록 사하구의 행보가 부산의 다른 구군으로도 퍼져나가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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