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올해의 마지막 달이 지나가고 있지만 한참 성어기에 만선으로 조업을 하고 있어야 할 우리 근해 어선들이 어획량 급감이라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지난 몇 년간 근해 어선 어업인들은 너도나도 감척을 통해 업을 포기하고 파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기후변화로 인한 수온 상승은 해양생태계를 변화시키고 국민의 식량 안보에 위협이 되고 있다. 한류성 어종인 오징어는 동·서해를 막론하고 자취를 감추었고 제주도 해역에서 잡히던 난류성 어종인 방어가 지난 2년간 동해안에서 가장 많이 어획된 어종이라고 하며, 전국 양식장에서는 어류가 폐사하고 600억 원이 넘는 피해를 보았다. 그만큼 해양생태계 전반에 걸친 심각한 변화는 우리 어업인에게, 더 나아가 우리 국민에게 큰 위협이 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수산물 어획량의 약 8%를 책임지고 있는 우리수협 대형쌍끌이, 대형트롤, 대형외끌이 3개업종 어업인은 오랫동안 쌓였던 문제점들이 곪아 터지면서 더는 수산업을 영위할 수 없다는 판단하에 조합 가입 어선의 60% 규모의 어선을 감척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까지 한 상태이다.

필자는 그동안 우리 수산업이 당면한 문제와 해결방안을 여러 기고문을 통해서, 그리고 직접 정부 관계처를 방문해 실무자들에게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그 주요 내용은 제정된 지 70년이 넘고 현실과 맞지 않아 우리나라 수산업을 오히려 더 쇠퇴시키고 있는 낡은 수산업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고, 먼바다 조업이 가능한 근해 어선들로 우리나라 해역 내 신(新)어장 조사를 실시해 계속해서 줄어드는 연근해 수산물 생산량에 적극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내용 등이다.

이미 여러 언론사 방송사 역시 현재 우리 근해어선 어업인이 처한 상황과 더불어 우리나라 수산업의 위기를 심각히 바라보며 관련 기사와 뉴스가 여러차례 보도되었다. 지난 10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관련 내용에 대해서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질의가 될 정도로 근해 어업인들의 상황은 벼랑 끝에 서있는 현실이지만, 주무부처인 해수부에서는 여전히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우리 어업인들이 대단한 것을 바라는게 아니다.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주고 현장에서 어업인들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바라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정부는 2028년까지 1500여 개의 어업 규제를 절반으로 철폐하고 연근해 모든 어선에 TAC(총허용어획량)를 적용해 어획량을 관리한다는 ‘지속가능한 연근해어업 발전법’을 입법예고 했다. 법안의 취지는 수산업을 위해 꼭 필요한 상황이지만, 근해어업 관련 규제 철폐에 대한 내용은 부족한 실정으로 정부의 근해 어업인들과 소통이 부족하다는 평이 대부분이다.

현재 해수부가 진행하고, 앞으로 추진할 모든 정책에 대해 선제적으로 참여하는 어업인들이 바로 우리수협 3개 업종 근해 어선 어업인들이다. 이렇듯 우리 근해 어업인들은 장기적인 불황에서 하루속히 벗어나 국가경제의 축이 되는 수산업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그리고 지난 몇 년간 잃어버린 만선의 꿈을 하루빨리 되찾기 위해서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강도형 해수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취임사에서 가장 먼저 어업인과 어촌, 도서 주민의 행복한 삶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해양수산부의 정책에는 해운과 항만뿐만이 아니라, 수산업 역시도 핵심 정책임을 깊게 새겨야 한다. 또한, 근해 어업인들과의 직접적인 소통을 통해 수산업의 부흥을 위한 우리의 노력과 희망을 저버리지 않고 솔선수범하는 장관의 역할을 기대한다.

어느덧 2024년 갑진년 청룡의 해가 저물어가고, 2025년 을사년 푸른 뱀의 해가 다가오고 있다. ‘을사년’은 성장과 지혜, 유연한 변화를 의미한다고 한다. 다가오는 2025년에는 우리 어업인들의 목소리가 적극 반영된 정책이 유연하게 조업현장에 적용되어, 우리나라 수산업이 한층 더 발전하는 변화가 있을것이라는 기대를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