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국제칼럼] PK 선택과 심판, 다시 온 탄핵의 시간

진보 보수를 오간 윤이지만 총선 지선에서 비판적 지지

자기파멸적 계엄으로 탄핵…배신감과 자괴감 오래갈 듯

  • 강필희 기자 flute@kookje.co.kr
  •  |   입력 : 2024-12-16 19:13:14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보수 진영 인사 1000여 명을 무차별 수사해 200여 명을 구속하고 5명이 자살하게 만들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얼마 전까지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를 비난하며 쏟아냈던 말이다. 한 전 대표가 검사 시절 진보 정권의 보수 탄압에 앞장선 과거를 부각하고자 한 것이다. 하지만 홍 시장이 이 말을 처음 꺼낸 건 지난 대선 때 국민의힘 당내 경선 국면이었고, 그 대상은 다름 아닌 자신의 경쟁자 윤석열 후보였다. 박근혜 정부 때 항명으로 좌천됐다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발탁된 후 보수 정권에서 벌어진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 국정농단’ ‘양승태 사법농단’ 등을 수사하며 소위 ‘적폐 청산’의 칼을 휘두른 전력 때문이다.

그런 윤석열이 보수쪽 대선 후보가 되자 부산 울산 경남(PK) 유권자는 아무 연고나 인연이 없는 그를 평균 이상으로 지지했다. 배우자 김건희 여사 문제로 실망감이 극대화한 가운데 치러진 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을 궤멸 직전에서 구한 건 부산의 17석이었다. 당정 불화로 여당의 패색이 짙어지는 듯했던 금정구청장 보궐선거에서도 국민의힘 후보에게 60% 이상 표를 몰아줬다. 이런 일련의 선거 결과는 윤석열이나 한동훈 혹은 국민의힘을 선호해서일 수 있겠으나, 그 어느 쪽도 아닌 그저 보수 진영 자체의 전략적 인내일 수도 있다. PK가 없었다면 윤 대통령은 훨씬 더 빨리 탄핵 시험대에 올랐을지 모른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느닷없는 ‘12·3 비상계엄’ 선포는 그런 PK마저 등을 돌리게 만드는 결정타가 되고 있다. 1979년 10월 18일 새벽 0시 부산에 비상계엄령이 울려 퍼졌다. 부마항쟁 사흘째이자 ‘10·26’ ‘12·12’ ‘5·18’로 이어지는 사태의 출발점이다. 남포동 옛 부산시청 청사 앞에는 탱크와 장갑차가 늘어섰고 주요 관광서는 총을 든 군인들이 막아섰다. 학생들은 등굣길 교문 앞에서 선생님 대신 무장한 군인을 맞닥뜨렸고, ‘별도의 지시가 있을 때까지 가정에서 자중자애하라’는 포고문을 읽고 전율해야 했다. 부마항쟁 시위로 붙잡힌 사람은 PK에서 1600명에 가깝다. 비상계엄 사태 직후 윤석열 정부 국정 지지율(리얼미터 기준)이 전국 어느 도시보다 PK에서 많이 떨어진 건 45년 전 트라우마가 되살아났기 때문일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을 정점으로 뭉친 야권은 감사원장 방송통신위원장 등 윤석열 정부 관료와 국무위원에 대한 22건의 탄핵소추를 발의했다. 대장동 백현동 사건을 수사한 검사 탄핵을 추진하고, 의석수를 무기로 행정부 예산편성권까지 침해하는 입법 폭주를 저지른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걸 막겠다는 명분으로 일으킨 시대착오적 비상계엄의 파장은 훨씬 처참하다. 민주당은 비상계엄 선포에 동조하거나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는 이유로 국무위원 3분의 1을 탄핵하겠다고 벼른다. 군통수권자의 명령을 따른 수뇌부 수사로 군 사기는 바닥에 떨어졌다. 경찰청장과 서울청장이 동시에 구속되면서 치안 공백도 심각하다. 연금 의료 교육 노동 등 윤석열 정부가 밀어붙였던 4대 개혁은 동력을 완전히 상실했고, 그나마 인정받았던 대미 대일 외교는 불신의 늪에 빠졌다. 여론을 등지면서까지 윤 대통령이 지키고자 했던 아내조차 보호할 수 없게 됐다.

PK가 보수의 안방처럼 비치지만 그간의 투표 성향은 맹목적 지지와 거리가 멀다. 부산은 박근혜 정부 때 치러진 2016년 20대 총선에서 야당이던 민주당에 1990년 3당 합당 이후 가장 많은 5석을 안겨주며 민주당이 국회 다수당이 되는데 일조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방선거에서는 처음으로 민주당 출신 부산시장이 탄생했고, 기초단체장을 비롯해 광역·기초의회가 거의 대부분 민주당 우위라는 대변혁이 연출됐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태를 겪고도 민심의 엄중함에 눈 감았던 보수정당에 회초리를 든 것이다. 그러다 21대와 22대 총선에선 오히려 독주하는 민주당에 견제심리가 작동했다. 무작정 특정 진영의 편에 서기보다는 권력의 오만과 폭주에 저항하고 응징하며 균형을 잡아왔던 게 PK 민심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한민국 헌정 사상 세번째로 국회에서 탄핵됐다. 이제 헌법재판소의 시간이다. 헌재 결정과 무관하게 윤 대통령은 ‘가장 어리석은 자해극을 벌인 통수권자’로 역사에 새겨질 것이다. 벚꽃 대선이든 장미 대선이든 또다시 선택의 순간을 마주할 가능성이 커졌다. 우리 국민은 이미 8년 전 대통령 탄핵과 탄핵 이후 들어선 정부를 겪어본 경험이 있다. 그 경험에 대한 자성과 ‘순식간에 나라를 후진국으로 떨어뜨린’ 무도함에 대한 심판 사이에서 선택이 이뤄질 것이다. 하지만 ‘3시간짜리 계엄’으로 빚어진 탄핵 국면이 마냥 개운하지만은 않다. 차라리 대놓고 분노하기는 쉽다. 그러나 진보의 위선과 내로남불에 실망해 보수와의 악연을 애써 묻고 윤 대통령을 선택했던 PK의 배신감과 자괴감은 지워질 것 같지 않다.

강필희 논설위원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캉이가 남기고 갈 ‘북항 활성화·기후 대응’ 숙제
  2. 2아파서도, 부적응도 아니다…고교 자퇴 71% ‘내신 세탁용’
  3. 3세입자 보증금 안 준 前 금정구의원…추가 피해 확산
  4. 4부산 이전 1차 공공기관 4곳, 수도권에 여전히 495명 잔류
  5. 5구·군 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논란, 부산 5곳 폐지 결정…4곳은 “고수”
  6. 6민주항쟁사 한 폭에 담은 작가 “부마정신 헌법에”
  7. 7부산국제영화제 11년 만에 ‘관객 20만’ 재돌파
  8. 8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9. 9[정가 인&아웃] 지역현안 해결사 이헌승 국힘 부산 국회의원, 국제신문 회생에도 팔 걷어
  10. 10[속보] 김민석 "'조희대 탄핵 추진' 논의 공식화"
  1. 1[정가 인&아웃] 지역현안 해결사 이헌승 국힘 부산 국회의원, 국제신문 회생에도 팔 걷어
  2. 2[속보] 김민석 "'조희대 탄핵 추진' 논의 공식화"
  3. 3北,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 2종 시험발사(종합)
  4. 4李대통령 지지율 39%, 하락세 멈췄다…민주 36% 국힘 27%
  5. 5李대통령 “국무회의 비공개 동의못해…할말 못하는 국무위원 없다 확신”
  6. 6이 대통령 "부마항쟁과 5·18, 헌법 담아내야" 국회에 개헌 논의 촉구(종합)
  7. 7李대통령 “부마항쟁과 5·18 헌법 수록 개헌, 국회가 나서달라”
  8. 8이 대통령, 김지용 첫 출근에 "피아구별 없이 엄중 수사하길"
  9. 9‘신천지 與 입당 정황’ 친청계 반발…“김 대표, 조사 과정 제대로 밝혀라”(종합)
  10. 10강훈식 다음 수순은 서울시장 출마?(종합)
  1. 1부산 이전 1차 공공기관 4곳, 수도권에 여전히 495명 잔류
  2. 2부산TP 수장 중기부 승인…신임 기관장들 내주 취임
  3. 37.5% 폭락 ‘녹아내린 코스피’…7000서 7일 만에 5500으로(종합)
  4. 4누리호 탄 군집위성, 발사 14시간 만에 첫 지구 촬영 성공
  5. 5‘신뢰 시그널’ 없는 증시…외인 이달만 18조 투매
  6. 640돌 수산무역협회도 부산시대 연다
  7. 7부산항에 석유 보세구역…북극항로 선박연료 생산·공급
  8. 8모건스탠리 “고물가 고착화 위험에 한은 내달 금리 올릴 듯”
  9. 9AI 투자 회의론 고개…글로벌 반도체주 ‘먹구름’
  10. 10부산 9월 취업자 9000명 늘었지만…'경제허리' 40·50대 3만명↓
  1. 1부캉이가 남기고 갈 ‘북항 활성화·기후 대응’ 숙제
  2. 2아파서도, 부적응도 아니다…고교 자퇴 71% ‘내신 세탁용’
  3. 3세입자 보증금 안 준 前 금정구의원…추가 피해 확산
  4. 4구·군 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논란, 부산 5곳 폐지 결정…4곳은 “고수”
  5. 5민주항쟁사 한 폭에 담은 작가 “부마정신 헌법에”
  6. 6“장림항 레저보트 철수명령 정당” 대법 확정
  7. 7예고 임용강사·학원장 겸직, 전국서 부산예고 가장 높아
  8. 8거짓자백 받았나…法, 17년전 ‘창원 택시기사 살인’ 재심청구 인용
  9. 9부산행 KTX 하부 패널 파손…승객 300명 열차 갈아타
  10. 10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 배재정 전 의원 실형 구형
  1. 1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2. 2득점은 킹, 리바운드는 롱…KCC 살릴 ‘믿을맨’ 찾았다
  3. 3자금 숨통 틔웠다…LIV골프 살아날까
  4. 4[뭐라노] 롯데, 이젠 성찰할 때
  5. 5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6. 6인종차별 당한 엄지성…英 경찰 수사
  7. 7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8. 8황성빈은 첫 도루왕…끝까지 뜨거웠던 타이틀 경쟁
  9. 9한화, 새 사령탑에 류지현…3년 20억원
  10. 10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원자력 청출어람, 스승을 가르치다
국제칼럼 [전체보기]
사라지는 것, 귀 기울일 것
열린 사회와 그 적들
기고 [전체보기]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도청도설 [전체보기]
은정이라는 이름
다시 영화의 시간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에 ‘급여’ 맞춰야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초대 중수청장, 내편 네편 아닌 국민편에 서라
지자체, 현수막 법 준수하고 실태부터 파악해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다민족 사회
부캉이가 북항에 던진 질문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거울 속의 외계인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