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노태우 전 대통령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닮았다.

두 사람은 권력자와 깊은 관계를 바탕으로 2인자 자리에 올랐다. 노 전 대통령은 고 전두환 전 대통령과 육사 11기 동기다. 1979년 ‘12·12 쿠데타’ 때 신군부 핵심으로 당시 전두환 보안사령관 권력 장악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 5공화국 시절 노 전 대통령은 내무부 장관, 여당 대표 등 정권 2인자로 승승장구했다.

한 전 대표 역시 검찰에서 ‘윤석열 사단’ 핵심으로 꼽혔다. 윤석열 대통령과 인연은 2003년 대검찰청 옛 중수부 수사팀에서 5대 그룹 대선자금 수사로 시작됐다. 이후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등 굵직한 수사를 함께 했다. 윤 대통령 취임 후 한 전 대표는 ‘황태자’로 인식됐다. 초대 법무부 장관에 발탁됐고, 집권 여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총선을 진두지휘했다.

37년 세월을 두고 노 전 대통령과 한 전 대표가 맞닥뜨린 상황도 비슷했다. 1987년 전두환 정권은 ‘4·13호헌 조치’로 대통령선거 직선제를 요구하는 국민 열망을 걷어찼다. 들불처럼 번진 반독재·민주화 시위를 강경 탄압했다. 6월 10일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린 ‘박종철 고문살인 규탄 및 호헌철폐 국민대회’는 민주 항쟁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 ‘6월 항쟁’의 시작이었다. 당시 여당인 민주정의당(민정당) 대표이자 대통령 후보가 노 전 대통령이었다.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대표이던 2024년 12월 3일 밤. 윤 대통령이 위헌적이고 위법적인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1980년 신군부 ‘5·17 비상계엄’ 전국 확대 조치 이후 44년 6개월 만이다.

사태 수습 방식은 달랐다. 노 전 대통령은 ‘6·29 선언’으로 국민 요구를 수용했다. 이는 정국 수습의 실마리로, 민정당이 재집권하는 토대가 됐다. 노 전 대통령은 퇴임 이후 역사적·법적 단죄를 받았다. 그리고 2021년 10월 26일 세상을 떠났다. 논란이 있었으나 6·29선언은 그의 장례식이 국가장으로 치러지는 명분이었다.

반면 ‘한동훈식 수습 방안’은 혼란을 부추겼다. ‘질서 있는 조기 퇴진’은 실체가 없었고, ‘한덕수·한동훈 공동 국정운영’은 반헌법적이었다. 윤 대통령 탄핵을 바라는 압도적 국민 여론은 외면했다. 당내 다수인 친윤석열계가 ‘탄핵 반대 전선’을 구축하는 빌미일 뿐이었다. 그는 지난 16일 사퇴했다. 취임 146일 만이다. 꽃 피는 시기, 그에게 다시 기회가 올까.

박태우 서울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