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느닷없는 비상계엄을 선포함으로써 대한민국은 대혼돈에 빠졌다. 국회에서 탄핵된 대통령을 파면하라는 국민의 시위는 끊이지 않는다. 반면 윤 대통령이 오죽하면 그렇게 했겠느냐며 야당을 규탄하는 집회도 열린다. 헌정 사상 세 번째 대통령 탄핵 심판을 앞두고 여론은 둘로 갈라진 ‘내전’ 상태다. 사태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윤 대통령이 파면되면 대통령 선거를 다시 치른다. 기각되면 국가적 혼란은 당분간 불가피하다. 대통령 파면을 원한 국민의 분노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다.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 적어도 두 가지는 바꿔야 한다. 첫째는 분권이다. 제왕적 대통령제라고 불리는 권한을 분산시켜야 하겠다. 당장 대통령의 권한인 계엄 선포를 엄격하게 규정해 다시는 이런 혼란이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한다. 헌법상 대통령의 비상계엄 발동 요건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다. 윤 대통령은 야당의 잦은 국무위원 탄핵과 일방적인 예산 삭감 등이 국가비상사태라고 판단했다. 과연 그런지는 헌법재판소가 가릴 예정이지만 불행한 사태 재연을 막기 위해 비상계엄과 관련한 헌법·법률 규정을 손봐야 한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남발하지 못하게 하자는 주장도 있다. 국회가 의결한 법안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헌법재판소에 위헌 여부 판단을 요청하거나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는 제도를 연구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대통령의 권한 축소와 관련해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8년 대통령의 국가원수 지위 삭제와 대통령 4년 1차 연임제, 국회 권한 강화를 골자로 한 헌법개정안을 발의했다. ‘국가의 대표’라는 지위만 남겨두고 행정부 수반 지위를 명확히 해 대통령이 입법과 사법 위에 군림하지 못하게 했다. 사면권도 사면위원회 심사를 거치도록 했다. 헌법재판소장 호선과 국회의 감사위원 3명 선출 등 인사권을 축소했다.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는 대신 국회의 인사권, 입법권, 예산심사권을 강화했다. 하지만 당시 야당인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의결정족수에 미치지 못해 폐기됐다.
아예 대통제를 폐지하고 제2공화국 때 시행하다 박정희 군사 쿠데타로 좌절된 내각책임제를 도입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1987년 6월 항쟁으로 이룩한 대통령 5년 단임제(직선제)는 이제 수명이 다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내각제는 책임정치의 구현이 가능한 게 장점이다. 실정을 야당 탓으로 돌릴 수 없다. 대통령제 폐지에 부담이 있다면 대통령제와 내각제를 결합한 이원정부제 도입도 논의할 가치가 있다. 대통령의 권한을 외교·국방 등에 국한시키고 나머지는 총리에게 맡기는 체제다. 이원정부제를 채택한 국가는 프랑스 오스트리아 핀란드 등 이다. 유럽 대부분 국가가 이 제도를 시행한다. 이들의 사례를 연구해 우리 실정에 맞게 적용해야 한다. 외국의 체제는 역사 속에서 형성된 것이라 이를 그대로 모방해서는 실패할 확률이 높다.
둘째, 입법권력과 행정권력의 불일치에서 오는 혼란 줄이기다. 야당이 국회에서 절대다수일 때 그간 정부 정책은 벽에 막혔다. 5년 단임제 대통령의 실질적인 통치 기간은 3년인데, 국회에서 가로막히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대통령이 정치력을 발휘하면 좋을텐데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야당과의 협치는 거의 없었다. 프랑스는 동거정부(대통령과 총리의 소속 정당이 다를 때)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를 비슷한 시기에 한다. 대통령과 국회의원 임기를 맞춰 대선 후 2개월 안에 총선이 진행된다. 우리도 대통령의 임기를 조정해 국회의원 선거와 비슷하게 대선을 치르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하겠다. 내각제를 도입하면 국회 다수당이 정부를 구성하는 책임정치가 구현된다. 권력의 불일치에서 오는 혼란이 거의 없다.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편도 서둘러야 한다. 현행 소선거구제는 민심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득표율보다 많은 당선자를 내는 정당이 나온다. 22대 총선(지역구)의 경우 더불어민주당이 득표율에서 국민의힘보다 5% 포인트 앞섰지만 의석수는 79% 더 많다.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면 여야의 의석 점유율이 비슷해 협치의 토대가 마련된다. 권력의 분산 못지 않게 협치의 장 마련은 우리가 추구해야 할 또 하나의 목표다.
탄핵안 가결 후 국민의힘이 먼저 대통령제 개편의 목소리를 냈다. 권성동 대표 권한대행 및 원내대표는 지난 18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의 만남에서 “대통령 중심제가 과연 현실과 맞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전부 아니면 전무 게임인 대통령제를, 국민 의견이 더 반영될 수 있고 상생과 협력하는 제도로 변경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탄핵 심판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개헌 등 정치 개혁에는 소극적이다. 민주당이 민주주의 발전에 뜻이 있다면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집권만 추구할 게 아니라 국가 발전을 위한 큰 그림 그리기에 동참하길 촉구한다.
최현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