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테트라 포드(T.T.P)에서 떨어져 다치거나 사망했다는 뉴스보도를 자주 접한다. 이곳은 추락 위험이 크고 탈출이 어려워 ‘바다의 블랙홀’로 불린다. 최근 6년간 전국 방파제에서 일어난 안전사고는 462건으로 모두 65명이 목숨을 잃었다. 퇴거명령에 불응하면 벌금 100만 원의 과태료를 물리기로 했지만, 이런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기존 해양 구조물 공법인 테트라 포드는 1950년대 초 프랑스에서 해안보호와 항만 시설을 위한 효율적인 구조물을 찾던 중 자국 소그리아 사에서 개발하여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독특한 디자인과 기능 때문에 빠르게 전 세계로 퍼져 나갔지만, 한계점 또한 명확하다. 선박 접안이 불가능하고, 태풍 등 자연재해로 인한 유실 가능성, 높은 공사비 등은 꾸준히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세계 여러 나라에서 테트라 포드를 대체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몰두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다양한 소파블록 형태가 개발되어 특허 등록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기존 테트라 포드의 단점을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못한 채 형상만 변화한 수준에 머물러 있어 실질적인 기술 혁신이라 보기 어렵다.

필자가 설립한 회사는 2003년 이후 해양수산부 국토교통부 등 정부기관의 연구비 지원을 받아 해양 구조물 연구와 제작에 많은 노력을 해왔고, 테트라 포드를 대체할 수 있는 혁신적 제품 개발에 힘써 왔다. 특히 블록 결속 신기술(타이셀 공법) 개발을 통해 지난 10여 년간 전국 20여 곳에 규모가 크진 않지만 많은 설치 실적을 쌓아오고 있다. 이 실적을 바탕으로 필리핀 인도 베트남 등 해외 전시회에 참여하면서 해외 발주처들과 접촉 면을 넓히고 있다. 해외 발주처들은 테트라 포드의 단점을 개선한 기술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실무협의 단계까지 진행되고 있다. 특히 해외발주처에서는 경제성과 효과성, 안전성을 갖춘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인도와 필리핀을 포함한 개발도상국에서는 신규 항만 시설과 인공섬 매립공사 등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시장은 2023년 기준 1360억 달러 규모로, 연평균 5.5%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어 올해는 1775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이 시장은 테트라 포드를 최초로 개발하고 글로벌 네트워크와 경험을 보유한 유럽의 엔지니어링 기업들(네덜란드 로열 해스코닝, 영국 HR 월링 포드 등)이 선점하고 있다. 한국 기업이 진출하려면 단순히 기존 테트라 포드 공법을 모방하는 수준을 넘어서는, 혁신적이고 독창적인 기술을 제시해야 한다. 해외 발주처가 한국 기업을 채택할 이유는 기존 공법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을 때 생기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특허와 디자인 등 지식재산권 확보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지식재산권 확보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기술 개발, 국내 특허 출원 및 등록, 국제 특허(PCT) 등록, 그리고 해외 개별국 출원과 등록까지는 약 10년이 소요된다. 또한, 구조물이 실제 설치되어 10년 이상 태풍 등 극한 상황에서 안정성을 증명해야만 해외 시장에서 검토되는 자격을 얻게 되는데, 단순 계산으로도 20년이라는 긴 시간이 소요된다.

이는 곧 한 번 채택된 기술은 오랜 기간 시장을 지배할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하기도 한다. 따라서 해양기술 개발 기관과 기업은 장기적 관점에서 혁신적 기술을 개발하고 지식재산권을 확보해야 한다. 동시에 정부는 해외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한 기관과 기업을 선별해 국내 공사에 우선적으로 적용함으로써 해외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실적을 쌓도록 도와야 한다.

앞으로 한국은 다른 선진국들처럼 국내 공사 수요가 점점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결국 개발도상국의 대규모 SOC 사업을 통해 해양 인력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외화를 벌어들여야 할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국가 기업 엔지니어 모두가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