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겨울 나그네

하순봉 작곡가

  • 하순봉 작곡가
  •  |   입력 : 2024-12-29 18:48:56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어느새 한 해의 끝이다. 그리고 겨울의 한가운데 있다. 이 시기면 늘 듣는 음악, 바로 슈베르트의 연가곡 ‘겨울 나그네’다. 연가곡이란 일련의 얘기가 있는 연작시에 노래를 붙인 장르로 보통 슈베르트를 그 효시로 친다. 슈만 브람스 등 낭만의 작곡가가 걸작을 많이 남겼다. 슈베르트의 두 번째 연가곡인 겨울 나그네는 실연한 청년이 연인이 사는 마을을 뒤로 하고 정처 없이 여행을 떠나는 내용으로서 제1곡 ‘밤 인사’(당신을 깨우지 않고 창가에 밤 인사를 적어놓고 나는 떠나네)로 이 슬픈 여행은 시작된다. 학창 시절 한 번씩은 불러보았을 성문 앞 우물곁에 있는 ‘보리수’를 만나고 내 눈물이 흘러 홍수가 되어 연인의 집 앞까지 가길 바라는 ‘홍수’, 암울한 겨울에도 봄을 기다리는 ‘봄의 꿈’, 행여나 님에 대한 소식인가를 다룬 ‘우편 마차’, 갈림길에서 어떤 길을 선택할지 망설이는 ‘이정표’, 빨리 이 젊음이 지나갔으면 하는 ‘백발머리’, 아무도 듣지 않는 한 노인이 돌리는 손풍금 ‘노 악사’를 마지막으로 이 연가곡은 끝난다. 청년이 여정에서 만나는 순간과 감정을 하나하나 노래하는 총 24곡의 노래는 어느 곡 하나 빠짐없이 모두 다 아름답다. 이 작품은 연가곡의 최고 금자탑이며 성악가들에겐 평생에 한 번은 순례를 가야 하는 불멸의 성지이기도 하다.
프란츠 슈베르트(1797~1828)
슈베르트는 가곡으로만 흔히 알려졌지만 겨우 31살의 생애에 가곡 600곡, 교향곡 9곡, 피아노 소나타 21곡, 현악4중주 15곡, 오페라도 10곡(대본 문제로 잘 연주되지 않지만), 1000곡 이상을 남긴 작곡가다. 슈베르트는 친구에게 “나는 이 세상에 작곡하러 왔어”라고 말할 정도로 엄청난 속필과 다작이었다. 그의 친구 슈파운에 따르면 작품번호 1번인 ‘마왕’은 시를 읽고 방안을 왔다 갔다 하던 중 책상에 앉아 순식간에 곡을 썼다고 한다. 슈베르트가 11살 왕실 신학교 소속 교회합창단에 있을 때 음악을 가르쳤던 벤첼 루치카는 “이 아이는 이미 신에게서 모든 것을 배웠소”라며 더 가르칠 게 없다고 했다. 그런 슈베르트도 내 음악의 문제점은 대위법이었다며 이론가 제히터에게 엄격대위법을 배우기로 결심한다. 결국 슈베르트의 사망으로 그 일은 무산됐지만 그가 결코 재능만으로 작곡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려주는 일화이다. 슈베르트의 음악만을 연주하는 사교모임인 슈베르티아데에선 슈베르트보다 거의 30년 정도 연상인 테너 포글이 슈베르트 노래의 진가를 알아보고 즐겨 부르며 그의 노래를 알리는데 가장 큰 공헌을 했다. 포글은 슈베르트에겐 귀인이었다. 슈베르트는 평소 베토벤을 존경했으나 베토벤이 죽기 일주일 전에야 두 거인의 만남은 겨우 성사된다. 그리고 1년 뒤 슈베르트는 베토벤의 뒤를 따랐고 유언대로 베토벤의 곁에 안장되었다. 빈의 중앙묘지에는 지금도 두 거인이 나란히 누워있다. “슈베르트는 시가 노래를 하고 음악이 말을 하도록 만들었다.” 그릴파르처의 말이다. 슈만은 슈베르트의 선율에 대해 “고도로 압축된 서정적 광기”란 표현을 썼다. 슈베르트는 말년에 천재로 서서히 알려지긴 했지만, 생전에 자신의 교향곡이 연주되는 것을 들어본 적도 없다. 그의 온당한 평가는 사후 40년이 지나서였다.

‘겨울 나그네’는 친구들과 맥주 마시는 걸 좋아하고 작곡만 했던 이 수줍은 청년 자신의 얘기가 아닐까? 이맘때면 우리도 사실 모두 겨울 나그네가 된다. 나만의 보리수를 찾기도 하고 어디로 가야할 지 이정표 앞에서 망설이기도 한다. 거리의 노 악사에게서 나 자신을 보기도 한다. 그래도 우편 마차를 기다리고 봄의 꿈을 꾼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지광, 국감 출석 거부…“해결의지 있다면서 책임 회피”(종합)
  2. 2부산 동물원(옛 삼정더파크) 정비 착수…안전 등 꼼꼼히 챙겨 2029년 개장
  3. 3간부 줄이고 예산 반납 미루고…사하구 힘겨운 적자 경영
  4. 4가덕 내달초 착공 여부, 이번주가 최대 분수령
  5. 55월 3.84대 1 이었는데…부산 청약경쟁률 사상 첫 미달
  6. 6김태형 결국 롯데 떠난다…구단 늑장대처 도마
  7. 7김해 국제선 지난해 대비 석달 빠른 1000만…외신도 부산 조명(종합)
  8. 8‘YS 영원한 오른팔’ 최형우 전 장관 별세…향년 91세(종합)
  9. 9막판까지 조희대·김현지 정국…쇼츠 경쟁 오명도
  10. 10시내버스·우유팩·유튜브로…양보·배려운전 동참 호소
  1. 1지광, 국감 출석 거부…“해결의지 있다면서 책임 회피”(종합)
  2. 2‘YS 영원한 오른팔’ 최형우 전 장관 별세…향년 91세(종합)
  3. 3막판까지 조희대·김현지 정국…쇼츠 경쟁 오명도
  4. 42심 무죄 오세훈, 장동혁·한동훈과 보수 재편 주도권 경쟁(종합)
  5. 5부산시의회 회의일수 연장 추진…김태효 “충분한 심의 시간 필요”
  6. 6與, 국감 이후 ‘조작기소 특검법’ 본격화
  7. 7北도 유엔 안보리 의장에게 서한…“지뢰 폭발 사건은 한국 자작극”
  8. 8[속보] 한동훈 “오세훈 무죄 판결에 참 다행스럽다 생각”
  9. 9‘YS 오른팔’ 故최형우 빈소 조문한 김민석 “여야 넘어 성찰”
  10. 10북한군 자주포, 韓 카메라에 찍힐만큼 가까이 배치 …접경지 긴장고조
  1. 1가덕 내달초 착공 여부, 이번주가 최대 분수령
  2. 25월 3.84대 1 이었는데…부산 청약경쟁률 사상 첫 미달
  3. 3“SMR 제작·운영·인재양성 부산허브 구축 속도를”
  4. 4FOMC에 반도체 실적까지…널뛰기 장세에 이벤트 촉각
  5. 5스마트링부터 부산 새 패션 브랜드까지…백화점 신수요 공략
  6. 6해상풍력 육성, 정부·동남권 공조가 ‘키’
  7. 7청년 55% “조건 맞으면 지역 중소기업 갈 것”
  8. 8도로정보 실시간 공유, 운전석 없는 車…교통올림픽 달군 국내기술
  9. 9견과류 한 봉지에 980원
  10. 10김창수 위스키 마리골드 52.2도, 롯데마트 268병 한정 단독 판매
  1. 1부산 동물원(옛 삼정더파크) 정비 착수…안전 등 꼼꼼히 챙겨 2029년 개장
  2. 2간부 줄이고 예산 반납 미루고…사하구 힘겨운 적자 경영
  3. 3김해 국제선 지난해 대비 석달 빠른 1000만…외신도 부산 조명(종합)
  4. 4시내버스·우유팩·유튜브로…양보·배려운전 동참 호소
  5. 5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26일
  6. 6해양·양자 미래산업 닻 올린 부산…청년 인재 끌어당긴다
  7. 7생굴의 계절…통영굴수협 초매식
  8. 8[한 손 뉴스] ‘부캉이 이모티콘’ 나왔다…부산시, 선착순 무료배포
  9. 9부산도시철 현장안전인력 산정 TF 구성 잠정합의(종합)
  10. 10수로입구서 사라졌던 부캉이, 국제여객터미널 인근서 관측(종합)
  1. 1김태형 결국 롯데 떠난다…구단 늑장대처 도마
  2. 2불가능을 가능케…亞패러게임 5위
  3. 3‘올림픽 3연패 주역·AG 金6’ 펜싱 구본길 칼 내려놓다
  4. 4은퇴 앞둔 최민정, 시작부터 금빛질주
  5. 5태풍 ‘참피’영향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1차전 취소
  6. 6안세영, 시즌 10번째 우승…프랑스오픈 3연패
  7. 7종합 6위 부산, 고른 활약에도 아쉬움
  8. 8만년 꼴찌 삼성 선두 ‘파란’…前 챔프 KCC 최하위 ‘수모’
  9. 9쇼트트랙 전설 최민정의 마지막 질주
  10. 10‘성폭행 의혹 제기’ 초교후배…기성용에 1억 배상해야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진짜 질문의 시작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국제칼럼 [전체보기]
부산 관광, 마냥 좋기만 할까
원칙이 흔들린 대가
기고 [전체보기]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도청도설 [전체보기]
AI가 찾은 보안 구멍
if, 손아섭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산업은행 부산 이전 혼선 키운 정부, 명확히 답하라
공공 건설현장 안전불감증 여전…관리감독 강화해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AI 시대, 평가의 진정성을 묻다
‘이불 킥’의 순간에 도움 될 심리학 지식 한 스푼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거울 속의 외계인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