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무안국제공항에서 여객기 대형참사가 발생했다. 29일 오전 9시3분께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가 무안공항 활주로로 착륙을 시도하던 중 활주로 외벽을 충돌했다. 기체가 불에 타면서 탑승객 대부분이 사망했다. 사고기엔 승객 175명과 승무원 6명 등 총 181명이 타고 있었다.

경찰이 29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현장 주변을 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확한 사고원인을 밝혀 내려면 블랙박스를 회수해 사고 전후의 상황을 판독해야 한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사고기는 무안공항 활주로에 착륙할 당시 랜딩기어가 내려오지 않은 상태에서 동체 바닥이 활주로에 그대로 닿은 채 약 10초간 직진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이 랜딩기어 고장으로 동체 착륙을 시도하던 중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하는 이유다. 항공기 랜딩기어 고장 주요 원인으로 착륙 과정에서 새와 충돌하는 ‘버드 스크라이크’ 가능성이 지목된다. 이와 함께 엔진 결함 가능성도 제기된다. 목격자들은 추락 전 여객기 오른쪽 엔진 후미 부분에서 화염이 솟구쳤으며 해당 여객기가 착륙전 상승과 하강을 계속 반복했다고 전했다. 주종완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은 이날 “조류충돌 경보 1분 뒤 메이데이(조난신호)를 선언했고, 메이데이 선언 5분 후 사고가 났다”고 밝혔다. 사고기 기종인 B737-800은 보잉사가 1990년대 중반부터 생산한 중형 단거리 항공기다. 전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기종이나 기체 노후화와 유지 보수 문제로 사고 위험성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지난해까지 최근 10년간 국적기에선 총 67건의 항공기 사고가 발생해 59명이 숨졌다. 사고 원인은 52.3%(34건)가 조종사 과실, 부품결함과 난기류가 각 6.2%였고 시설관리(4.6%) 엔진 결함(3.1%) 순이었다. 비행기 운항 단계별로 보면 착륙 단계 43.1%, 순항단계 23.1%, 접근단계 10.8% 등으로 착륙단계에서 사고가 많이 발생했다. 업계에서는 ‘이륙 후 3분, 착륙 전 8분’을 마의 11분으로 부를 정도다. 이번 사고는 국내 역대 항공기 사고로는 1997년 8월 대한항공의 미국 괌 공항 착륙 사고 이후 최악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당시 여객기가 인근 밀림지대에 추락해 228명이 사망했다.

대형 참사가 발생한 만큼 정부는 행정력을 총동원해 사고 수습을 최우선시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 잇단 탄핵 사태로 ‘대행의 대행 정부’가 사고 수습 컨트롤타워로 제대로 역할을 할지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사고의 주요 소관 부처인 행정안전부 또한 이상민 장관이 계엄 사태의 주요 관련자로 사의를 표명, 장관 자리가 공백인 상태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 전남 무안을 방문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정부는 사고 원인 규명, 희생자와 유족 예우, 항공안전종합방안 등에 한치의 빈틈이 없어야 하겠다. 여야 정치권은 정쟁을 멈추고 정부를 도와 사고 수습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나서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