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그린웨이라는 이름으로 탄생해 그해 시민 공모를 통해 부산을 상징하는 갈매기와 길을 합친 이름을 얻은 ‘갈맷길’이 어느덧 15주년을 지나고 있다. 갈맷길은 몇 차례 변화를 거쳐 2023년 1월 9개 구간 23개 코스 총 278.8㎞에 이르는 현재의 형태를 갖췄다. 코로나19로 비대면 걷기가 활발해지면서 갈맷길을 찾는 발길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2020 걷기여행 실태조사’의 사랑받는 걷기여행길 조사에서는 전년 17위에서 단숨에 제주올레(24.9%)에 이어 2위(8.8%)를 차지했다. 부산시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 2019년 열렸던 아시아 트레일즈 콘퍼런스로 인지도를 끌어올린 덕분에 이후로도 갈맷길은 상위권을 유지한다. 2021년 실태조사에서는 한 계단 떨어져 제주올레(16.6%), 해파랑길(8.3%)에 이어 3위(5.1%)를 차지했고 2022년 조사에서는 순위가 해파랑길(24.8%), 제주올레(16.5%)에 이어 3위를 유지했지만 선호도는 10.0%로 처음 두 자리대로 진입했다.
인지도 상승과 함께 갈맷길을 찾는 도보 여행자도 빠르게 는다. 갈맷길은 도심 트레일이라는 특성으로 최고의 접근성을 보여준다. 이런 덕분에 갈맷길은 완보 인증을 하는 전국의 트레일 가운데 제주올레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완보자를 배출한다. 갈맷길 완보자는 코로나19 초기인 2020년(569명)까지 매년 수백 명대에 머물렀다. 하지만 2021년 처음으로 네 자리인 1106명을 기록하며 2013년 완보 인증을 시작한 이래 햇수로 9년 만에 누적 완보자 수가 3000명을 돌파했다. 이후 2022년 1521명, 2023년 1650명으로 증가세를 유지하고 2024년에도 지난 13일 기준으로 1660명을 기록해 3000명을 돌파한 지 3년 만에 누적 8000명 돌파를 눈앞에 뒀다.
갈맷길 완보자의 특징은 거듭 완보하는 이가 많다는 것이다. 2회 이상 중복 완보자의 수가 꾸준히 느는데 올해는 처음으로 2회 이상 다회 완보자(51.9%)가 최초 완보자보다 많았다. 또 다회 완보자는 최초 완보자보다 20.5%포인트가 높은 90.5%가 재완보 도전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적당한 완보 횟수를 묻는 문항에도 77%가 ‘제한 없음’이라고 응답했다. 갈맷길은 처음 걸으면 그 매력을 100% 알기 어렵지만 걸으면 걸을수록 그 매력에 빠져든다는 걸 보여준다. 다른 트레일보다 유달리 많은 재완보자 수치는 갈맷길 완보의 문턱이 낮다는 점을 보여주는 동시에 부산 시민의 참여도가 높다는 걸 반영한다. 조금 과장해서 집에서 15분이면 누구라도 가까이 있는 갈맷길 코스 중 하나에 접근할 수 있다는 건 갈맷길의 큰 장점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갈맷길은 찾는 이가 많은 만큼 불평과 비판도 적지 않다. 완보자들이 제기하는 다양한 불만은 갈맷길이 완보자 증가와 선호도 상승의 성과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는 걸 보여준다. 스탬프북과 큐알, 애플리케이션의 세 가지 방법으로 인증을 하면서 편리성을 높였지만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스탬프의 잉크 부족, 오류로 인한 미인증, 사전 공지 없이 이뤄지는 애플리케이션의 경로 변경 등은 되풀이해서 지적된다. 지적 사항에 대해 빠르게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불만도 많다.
이런 소소한 문제보다도 우선해야 할 것은 갈맷길의 관리와 운영 체계의 근본적 보완이다. 갈맷길의 운영 시스템은 탄생 때의 형태에서 별반 나아가지 못했다. 무엇보다 공식적인 갈맷길 전담단체가 없다는 문제는 초창기부터 제기됐다. 전담단체가 없다 보니 지속적인 유지·관리를 위한 모니터링이 힘들고 보수 등이 필요한 문제가 생겨도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체계적으로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다채로운 축제와 걷기 프로그램 발굴에도 한계가 있다. 이는 갈맷길 브랜드 구축의 실패로 이어진다.
탄생 후 15년 동안 큰 변화 없이 이어온 갈맷길 운영 체제는 이제 재정과 시설관리는 공공이 지원하고 프로그램 기획과 운영은 민간이 주도하는 방식으로 새로 정립하는 일이 필요하다. 성공적인 운영 체제를 갖춘 전국의 대부분 트레일이 이런 방식으로 운영된다.
갈맷길도 민간 법인과 공공기관이 역할을 분담하고 협력하면 전문성을 확보하고 다양한 갈맷길 관련 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할 수 있다.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완보인증센터와 안내센터 운영에 더해 여행자센터까지 갖추면 일상적인 갈맷길 걷기와 유지·관리는 물론 관광 상품화와 브랜드 관리에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최근 경기도 여주시 일원을 흐르는 남한강을 따라 조성된 트레일 여강길을 관리하는 (사)여강길이 경기도 관광유공자 표창을 받은 일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미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갈맷길 운영 체제의 변신을 모색하는 게 20주년을 맞는 해에 또다시 후회하지 않는 길이다.
이진규 편집국 부국장